<내 인생 최고의 책>을 읽고
최옥자/글무늬문학사랑회
공허, 무료, 외로움이 버거워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을 때 일상 책을 읽게 된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모임인 북 클럽에 가입하여 달마다 선정된 책을 같이 읽고 독후감을
나눈다. 이달엔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앤 후드의 장편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을 읽었다. 주인공 에이바가 북클럽에 가입해 책을 읽으며 이혼의 아픔을
달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중년 여성 에이바, 그녀는 대학교수로 프랑스어를 강의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정작 자신은 행복하지 못하다.
25년간의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남편의 외도로 상처를 입었고 아들과 딸은
먼 나라에 살고 있다.
깊은 상실감에 힘들어하던 그녀는 친구 케이트의 추천으로 북클럽에 가입한다.
참고로 소설 속 북클럽 회원들이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추천한 책을 소개해 본다.
재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캐스의 <백년동안의 고독>, 히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베티 스미스의 <브르클린에는
나무가 자란다>, 재롬데이비트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꿈>,
밀란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터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
등이다.
에이바는 회원들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느낀 점 등을 회원들과 토론하며
딸 매기에 대한 감정을 추스리고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며 비로소 자신과 짐(남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서서히 감정이 변화된다.
에이바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을 북 클럽에 추천을 한다. 에이바가 어린 나이에 읽으며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여동생 릴리와 종적을 감춘 어머니 샬럿으로 인해 겪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견뎌낸 책이다.
한편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 차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었으나 남자를 따라 파리로 건너온
에이바의 딸 매기는 작가를 꿈꾸지만 술과 마약에 중독되고 방탕한 성생활로 피폐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다시 책을 만나면서 변화되며 우연히 책방에 들어갔다가 안정을 찾고 그 책방에 직원으로
고용되면서 점차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간다.
에이바는 책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으나 독서 모임에
자신이 추천한 책을 다시 읽으며 시간 여행이니 뭐니를 생각하니까 기분이 한결 나아지며 이제 뭔가를 좀 이해하게 된다고 피력하고 있다.
술과 마약에 중독, 방탕하고 피폐한 삶을 살던 딸 매기도 책과 만나며 변화 된 모습을
소설은 보여준다.
어떤 이에게는 위로를, 또 다른 이에게는 소통의 창구로, 그리고 인생의 또 다른 기쁨을 느끼게 해 주는 이 책에서 다룬 상실의 슬픔, 그리고 독서를 통한 치유라는 주제는 저자
앤 후드 자신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 앤 후드는1982년 오빠 스킵이 집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그녀는 부모님 곁으로 돌아와 있으면서 느낀
상실감과 외로움을 독서로 달랬다.
2002년 다섯 살 난 딸 그레이스를 병으로 갑자기 여의고 한동안 글을 쓸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커다란 비탄에 휩싸였지만 독서와 뜨개질을 하며 고통에서 차츰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나 또한 가입한 북 클럽에서 회원들과 같은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씩 카페에서 만난다. 책 속으로
들어가 중국의 역사서를 통해서는 중국의 역사를, 소설이나 시(詩)
속에서 작가의 정신세계, 한국 전쟁의 또 하나의 시선, 천문학을 바탕으로 한 과학 탐험가들의 발자취, 인류사 등을 어렴픗이 더듬어보기도 한다.
같은 사건과 관계를 놓고서도
여러 관점, 여러 가치관, 여러 이해관계에서 볼 수 있음을 새삼 느끼며, 내 인생철학이나 지론과는 틀린 세계도 기웃거려 본다.
무수한 취미생활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며 충만하게도 한다. 그 중의 한
방법으로, 슬픔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게 하고 상실감을 이겨내는 힘이 독서에 있음을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책>을 통해 더욱 알게 되어 많이 기뻤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전해 받을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