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기운을 받아 몸을 건강하게 한다. 그리고 바람은 원활히 통하게 흘려보내고 햇볕은 받아들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했던 ‘한옥’의 지혜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획일적인 아파트의 주거 문화와 일부 부유층이라는 타운하우스의 수요층 한계를 넘은 ‘테라스하우스’ . 그의 뜨거운 몸부림이 주택 문화를 뒤흔들고 있다.
입지, 분양가, 주택형 등 한계를 넘지 못한 ‘타운하우스’
과거 부의 상징이었던 아파트 시대는 끝났다. 유럽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영세민용으로 인식되어 있듯 우리나라도 주택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시간적 여유도 많아졌고, 생활수준도 매우 높아져 건강(웰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끌벅적 한 도심생활보다는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여행을 온듯한, 365일 자연과 벗삼아 살 수 있는 주택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 대안 상품으로 타운하우스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단점이 잘 보완되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저층의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 소규모로 모여 정원과 담을 공유하는 형태로 쾌적성을 높인 친환경 고급주택으로 각광받은 것. 일부 단지는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방범, 보안을 강화해 아파트 못지않은 사생활 보호 시설을 갖췄다. 타운하우스는 이런 장점을 내세워 공격적인 분양을 진행했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7년만 하더라도 수도권 일부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한 타운하우스가 순위 내 마감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2008년에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타운하우스 신규분양이 모두 미달을 기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높은 분양가, 외진 입지, 수요층 한계, 소규모 단지 위주 등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이런 타운하우스를 단점을 보완한 ‘테라스하우스’가 등장해 수요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타운하우스를 단점을 보완한 주거의 종착점 ‘테라스하우스’
테라스하우스는 타운하우스가 놓쳤던 몇몇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된 주거다. 타운하우스가 평면적인 개념이라면 테라스하우스는 공간적인 개념이다. 아래층 세대의 지붕을 테라스 공간으로 활용해 화단이나 정원을 만들어 놓은 공동주택이지만, 단독주택의 마당을 소유한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테라스를 넓게 쓴다는 것이다. 유별스럽게도 감성적인 한국 사람들에게는 마당과 넓은 테라스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특히 테라스가 분양면적이 아닌 서비스면적에 포함된다. 최근에 분양한 테라스하우스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분양을 하고 있어 생활 편리성도 큰 몫을 해 결과도 좋았다.
‘광교 호반가든하임’은 최고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그리고 판교 ‘월든힐스’ 테라스하우스는 98가구 분양에 청약 첫날에만 3천25명이 신청하는 등 평균 40.53대 1, 최고 196대1이라는 등 올해 최고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타운하우스는 수요자들의 외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테라스하우스는 수요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뭘까. 이들의 공통적인 면이 있다. 뛰어난 입지, 저렴한 분양가, 수요자들의 선호 주택형 등 수요자들의 입맛에 맡겨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위치에다 주변 광교산 등으로 녹지률도 높아 테라스하우스 입지로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이 돼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왔다는 점도 큰 몫을 했다. 분양가는 곧 향후 시세차익을 말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분양가는 재테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최근 경기불황으로 주변시세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타운하우스처럼 고분양가는 재테크 상품으로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택형 역시 중요하다. 최근에는 전세난,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소형 주택이 인기다. 이런 트렌드의 역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타운하우스는 초대형으로만 분양이 돼 수요층 한계를 넘지 못했다. 즉, 일부 부유층이라는 수요층 타겟으로 진행이 됐기 때문에 분양률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광교 호반가든하임이나 판교 월든힐스는 133㎡(구 40평형)대를 위주로 공급함으로써 수요층을 한층 넓혔다는 것 역시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 앞으로 나올 광교신도시 ‘에일린의 뜰’도 주목되는 물량이다.
이미 정착돼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의 테라스하우스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갈망한 유럽의 주택문화는 이미 정착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도심에서 외곽지역으로 이동한지 오래다. 천혜의 휴양지로서 최고급 별장지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알려진 미국 마이애미가 최고급 주거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에서도 시티오브런던은 부동산 가격이 비싼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거 공간에서는 영 맥을 못 추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웰빙 주거지를 찾아 도심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수요를 막기 위해 고급 건축 자재는 물론 카펫 대신 온돌을 사용하는 등 도심 주거도 웰빙 아파트로 변화시키고 있을 정도다. 파리는 식상하기 보다는 낭만과 예술의 사랑하는 파리의 분위기에 맞춰 그런 특성이 강한 지역들의 가치가 최근 오르고 있다. 몽마르뜨가 대표적 사례다. 파리를 비롯한 호주 등 많은 나라들이 자연을 찾아 발을 옮기고 있다.
주거 문화 역시 ‘테라스하우스’가 정착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덴마크의 ‘에기비에르가르트(Egebjerggard)’를 들 수 있다. 에기비에르가르트는 코펜하겐에서 북서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1985년 발러업 지자체가 현상설계를 실시해 만들어졌다. 개인영역으로부터 공공영역으로의 전이공간 조성을 통한 조화로운 커뮤니티 형성이라는 점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다. 산업화시기에 건설된 고층고밀 개발과 전통적이 단독주택개발이 주민간의 커뮤니티 단절과 소외현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계층과 연령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건설됐다. 주거지 내에 대형호수와 각 주거 블록에도 연못 및 실개천을 조성함으로써 쾌적성을 높였다. 도시 중심에 지역 통합학교를 배치하고,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을 혼합해 직주근접을 실현했다. 전문에는 호수가 보이도록 하고 남쪽에는 발코니와 테라스를 설치해 안뜰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배치해 자연과 접촉을 더 했다. 이렇게 에기비에르가르트는 자연과 이웃을 더불어 살아가는 작은 마을을 만들어내 덴마크 주거 트렌드의 선두 역할을 해왔다.
그 외 에너지 절약적이며 환경 친화적인 세계적인 대표 주거단지로 건설된 네덜란드의 ‘에콜로니아’도 성공한 테라스하우스 사례다. 전체 약 300가구로 이루어진 에콜로니아의 주택설계에는 에너지 보존 및 열손실 저감, 태양열 집열판 및 온실가스 소비제한, 자연순환에 적합한 주택 디자인,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 등 총 9가지 테마별로 설계됐다.
철저한 과학적인 집의 구조 ‘한옥’
테라스하우스는 우리 옛 선조 삶에서부터 이미 시작됐었다. 무엇보다도 과학적인 ‘한옥’이 바로 그 주택이다.
벽 하나를 두고 이웃이 살고 있지만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고, 브랜드 아파트에 살지 못하면 소외감마저 느끼는 게 아파트가 현대인에게 준 현실이다. 일년 내내 똑 같은 공간에서 단지 실내 인테리어만 바꿔가며 살아가야만 아파트 문화. 사람으로 친다면 일년 내내 똑 같은 옷으로 사는 격이다. 한여름에도 두꺼운 옷을 잔뜩 끼어 입고 살아간다거나, 한겨울에도 반팔에 반바지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옛 선조들의 삶의 지혜는 한옥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한옥은 단지 자연을 벗삼아 살아간다는 차원을 넘어 너무도 과학적인 삶 그 자체다. 우선 한옥의 과학은 마당에서 시작된다. 한옥의 채광은 직접 채광이 아니다. 마당에서 반사된 햇빛이 집안을 비추는 간접 채광방식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땅의 기운을 집 전체에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당을 철저하게 비움으로써 바람의 길을 만들어준다. 즉, 여름에 햇볕에 달궈진 더운 공기를 위로 올라가게 하고, 대청 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복사열을 이용한 대기의 순환작용이 잘 일어나게 함으로써 시원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대청 앞 기둥의 구조는 겨울에는 햇볕을 그리고 여름에는 바람을 막힘없이 잘 흐르게 한다. 방마다 만들어진 창은, 복잡한 방의 구조로 만들어진 한옥의 바람의 길 역할을 해 여름엔 시원한 바람과 겨울에는 따뜻한 햇볕을 모은다. 이렇게 한옥은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그리고 겨울에는 히터의 도움이 필요한 아파트 문화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과학적인 집의 구조다.
그리고 한옥은 마당을 거닐면서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소통하고, 이웃과 소소한 정까지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마당의 역할은 이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고, 집안에 행사가 유난히 많았던 터라 선조들에게 행사장 역할도 톡톡히 담당했다. 농사철에는 작업장으로 이용되는 등 마당의 비움은 많은 역할을 담당해 왔다. 옛 선조의 현명한 한옥을 그대로 닮은 테라스하우스는 우리의 첫 번째 주거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우리 주거 문화의 종착점이기도 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