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전설
김 용 칠
평화로움에 물든 하늘과 땅의 정기精氣 결정체인 맑은 옹달샘 속에서 순한 양은 천기天氣를 받아 태어났다
양의 성정은 고사리손 같아 순함과 화평지기和平之氣 그 자체인 존재
어느 날 신神이라 칭하는 양가죽을 뒤집어 쓴 늑대가 나타나 양의 사회전반 규율을 그들의 입맛에 따라 똬리를 튼 독毒을 풀어 제정하고
양은 그 독毒 주사를 맞고 시나브로 규율 속 수동적 노예근성의 파도에 휩쓸려 가고 있었다
양은 본래 대우주자연을 어버이처럼 숭상하고 함께하는 정신精神이 살아 숨 쉬고 있었는데
시대가 화살을 맞은 흐름에 따라 독毒주사의 마법으로 점점 자연을 점령군 놀이로 훼손하게 되고 정신은 비틀거리며 쇠퇴해져만 갔다
양이 본시 가지고 있던 찬란한 황금시대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깊은 어둠속으로 내팽개쳐져만 가고 있었다
독毒의 마법은 점점 더 양의 탈을 쓴 늑대를 닮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게끔 이끌었지
양은 자연과 동화되는 빛나는 정신문명의 선도자 역할을 했지만
늑대와 친교를 맺고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흘러 이제 자연친화적 문명은 어느덧 토사구팽!
드디어 양의 울음소리조차 상실하고 늑대 울음소리를 앵무새 되어 내 소리인 듯 있는 힘껏 흉내 내며 제소리인 듯 소리치고 있다
양은 제가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알고 있으나 양의 일상생활을 규범 짓는 주체는 늑대임을 그 어느 양이 알랴!
그! 렇! 다!
양의 실상은 이 세상 주인공이 아닌 늑대의 한갓 희노애락 펼칠 노예에 불과한 것 이었다
다만, 착각은 자유인 세상에서 제가 주인인줄 아는 진정한 노예!
늑대는 무너져 가는 양의 주변을 좋게 해주겠다고 입만 열고 말만 하면 꿀 바른 무지개빛 사탕발림으로 속삭인다
대부분의 양은 그 사탕발림을 달콤하게 받아들이나
극히 일부 문제의식 있는 양은 이 세상에 원怨과 한恨을 울부짖으며 등지고 하차하게 되고
늑대는 양의 사회에 대해 조금 더 완벽하고 치밀한 통제를 위해 병病주고 독약毒藥주는 시지프스 전략을 택하게 된다
---애지, 2025년 봄호 발표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