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ㅡ 아픔 다음에 오는 기쁨
이 상 헌ㅡ 칼럼니스트 / 시인
살다 보면 한순간에 날벼락을 맞는 경우도 생기고,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한평생 살아가는데 '언제나 맑음'이란 예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문제와 부딪혔을 때 두려움을 느끼거나 절망을 하지만,
밤이 가면 반드시 아침이 오기 마련이다. 영원한 밝음도 없지만, 그렇다고
끝나지 않는 밤도 없기 마련이다. 며칠 전 지인의 소개로 '명의'로 소문난
분을 만났는데, 내가 쳇머리를 흔드는 것을 보고 풍을 맞았다고 속단하고
자기가 고쳐주겠다고 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그의 말을 끊는다.
"선생님은 풍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그랬어요."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부모님은 아들 둘을 낳고 딸만 넷을 낳았는데 45세에
막내로 내가 태어나자 온 집안은 잔칫집이 됐다. 그 기쁨은 로또 복권 당첨보다
컸으면 컸지 작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기쁨도 극에 달하면 슬픔이 된다는
옛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나를
업고 이웃 집에 아들 자랑하려고 놀러갔는데 여기서 사고가 발생했다. 나를
마루에 내려놓자마자 쪼르르 뒤주 밑으로 기어 들어가더니 무엇을 꺼내 입에
넣었는데 비명을 지르며 의식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양잿물이다.
차가 없던 시절이라 나를 거꾸로 들고 읍내 병원까지 20리를 달려가 생명을 건졌
지만, 이때부터 도리도리하듯 머리를 흔드는 버릇이 생겨났다. 거꾸로 들고
뛸 때 목뼈에 있는 연골이 닳아 없어져, 뼈끼리 맞닿아 중심이 잡혀지지 않아
생긴 증상이라는 것이다.
그 바람에 늘 어지러워 견디기가 힘들었다. 어지러움이 심하다 보니 차나 배는
물론이고 기차를 타도 멀미를 했다. 또한 먹지 못해 영양실조가 되다 보니 별별
병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받아, 초등학교 때 출석일수보다 결석일수가 더 많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난해서, 하루 세끼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어떤 아이는 아침도 못먹어, 양조장에 들러 술지게미로 요기를 하고 수업시간에
졸다가 야단맞기도 했던 시절이다. 병은 병을 불러온다. 언제나 앓는 아이가
또 앓는다. 골골 100년이란 말처럼, 병치레를 하면서 오히려 더 오래 산다.
지금 생각해봐도 머리를 흔드는 증상이 나에게 도움을 준 것은 하나둘이 아니다.
나를 거꾸로 들고 20리 길을 뛰어갈 때 머리가 덜렁덜렁 하며 진동하는 바람에
뇌세포 분열로 기억력, 판단력은 말할 나위도 없고 예지력까지 생겨났다. 머리
둘레도 주위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하는데 그만큼 뒤뇌가 계발됐기 때문이다.
두뇌계발훈련으로 도리도리를 시키는 곳이 있다는데 나는 자동으로 두뇌훈련이
되다 보니,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뇌의 힘이 향상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돈 안 들이고 두뇌가 계발된 것이다. 일하는 시간, 쉬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 어지럽거나 피곤하면 소파에 누워 잠시 쉬고, 충전
되면 다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좋은 컨디션으로
작업을 한다. 또 수시로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다 보니 잠 안 자고 밤샘
하는지 알지만, 피곤하다는 신호가 느껴지면 곧 바로 눈 감고 휴식을 취한다.
나의 집필실에는, 많은 지인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누가 있건 피로가 오면 양해
를 구하고 10분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약을 먹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던 피로감이 쉽게 회복되는 것이다. 자랑거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
형제들은 모두 키가 작다. 그런데 나만 유독 20cm정도 더 크다. 어려서 나를
거꾸로 들고 20리를 달릴 때, 다리의 성장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양잿물을 먹지 않았으면 거꾸로 들고 뛸리가 없고, 그렇다면 키가 커질
리도 없는데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어떤 일이 생기면, 손실을 생각하지 않고
이익 된 부분을 생각하는데 익숙하다 보니 뒤늦게 빛을 보는지도 모른다.
내가 오랫동안 병과 동고동락한 것을 아는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하면 와서 위로
해달라고 연락을 하는데, 나는 다른 데는 못가도 병원은 번개처럼 달려가 격려의
말을 해준다. "입원 축하합니다." "아파서 왔는데 무슨 축하입니까?"
"아프지 않았으면 나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지요. 그게 바로 아픔의 축복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환자도 나도 폭소가 터진다. 함께 웃다보면 환자도 자기가 환자
라는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린다. 일주일 예정으로 입원한 환자가 이삼일 안에
멀쩡해져서 퇴원한다. 이 사람들은 긍정 에너지가 가득해져 이때부터 두려움
없이 일을 하는데, 다른 사람이 입원하여 문병을 가도 역시 나처럼 "입원 축하
합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살다보면 알게 모르게 불행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불행만의 불행은 없다. 어떤 불행 속에도 행운은 있게 마련이어서
'불행 중 다행'은 있어도, '다행 중 불행'은 없는 것이다.
'7·16' 입정안국론 제출 754주년
한 사람의 위대한 인간혁명이
전 인류의 숙명을 전환한다
지금으로부터 754년 전인 1260년 7월 16일, 니치렌대성인(日蓮大聖人)은
당시 막부의 실질적인 최고권력자였던 호조 도키요리에게 <입정안국론(立正
安國論)>을 제출했다. 1257년 8월의 가마쿠라 대지진, 다음해의 태풍과 홍수
그리고 그 다음해의 전국적인 대기근과 역병은 그 다음 해까지 이어져 민중들은
완전히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다. 대성인은, 모진 괴로움과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환경에서 허덕이는 민중들을 어떻게든 구제하려고 모든 경문을 조람하고
사색에 사색을 거듭한 끝에, 불법의 인간주의 철리를 사회의 근본원리로 확립
하는 '입정안국'의 실천으로 열매를 맺었다. 포기와 절망의 어둠이,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고 어둡게 뒤덮고 있었다. 그 어둠을, 선명하고 강렬하게 가르는
용기와 희망의 사자후가 바로 <입정안국론>인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
정의를 세워, 국가와 사회를 안온하게 하는 불멸의 원리'를 밝힌 것이다.
이 어서는 여객(旅客)과 주인의 십문구답이라는 문답형식으로 씌어 있다.
당시의 괴로움을 한탄하는 '여객'에게 '주인'은, 그 괴로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의를 반드시 확립해야 한다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처음에 반발하던 객도,
주인이 말하는 철리를 듣고 차차 이해가 깊어져 드디어 신앙에 눈을 뜬다.
<입정안국론>에서 말씀한 정법은 "실승(實乘)의 일선(一善)" (어서 32쪽),
즉 모든 민중이 불성이라는 근원의 힘을 열어 성불할 수 있다고 설한 법화경의
법리다. 이 법화경에 대한 강한 신심을 확립하는 것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말하
는 입정'이다. 그리고 법화경에서 결론적으로 제시한 '인간을 존경하고 생명을
존엄하게 여기는 이념'을, 사회 전반에 흐르는 철학으로 확립하는 것이 '사회적
차원에서 말하는 입정'인 것이다. 또한 '입정'의 목적인 '안국'은, 민중이 행복
하고 안온하게 생활하며, 자신의 인간성을 최대로 여는 평화로운 사회를 실현
하는 것을 말한다. 요컨대 '민중의 안온'과 '민중의 평화'야말로
대성인이 말씀한 '안국'의 본질이다.
불법이 일본에 건너온 지 700여 년, 대성인은 전대미문의 '입정안국', 즉 세계
평화의 대법을 굳건히 세웠다. 그리고 그때부터 700여 년을 지나 불의불칙(佛意
佛勅)의 창가학회가 대성인이 말씀한 대로 '입정안국'의 대법을 전개했다.
"한 사람의 위대한 인간혁명" (입정)이, 이윽고 "전 인류의 숙명전환" (안국)도
가능케 한다는 원리를, 창가(創價)의 사제가 지구를 무대로 삼고 종횡무진으로
전개하며 증명해왔다. 창가학회가 추진하는 평화·문화·교육 운동은,
대성인의 금언을 실천하는 '입정안국'의 현대적이고 세계적인 전개이다.
지금 세계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의 가능성을 믿고 힘을 솟아나게 하는"
입정안국의 연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자, 생기발랄하게 용기있게 대화하자.
벗을 위해! 세계를 위해! 미래를 위해!
첫댓글 이케다 선생님은 명쾌하게 지도하셨다.
"이체동심이라는 것은 현대로 말하면 '조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체'라고 하는 것은, 사람 각자의 모습이나
처지도, 상황도, 사명도 다르다. 그러나 '마음'은, 즉 신심은 '동심'으로 나아가시라는 말입니다.
'이체이심(異體異心)'이면 뿔뿔이 흩어집니다. '동체동심(同體同心)'이라는 것은, 억지로 형태나 모습,
마음까지 통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는 파시즘이고 자유가 없습니다. 누구도 따라오지 않고
겉으로만 맞추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동체이심'이 되고 맙니다."
이체동심의 기원으로 '광선유포의 대원도 이룬다.' ('어서를 펼치다' 241, 24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