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채영님께 하소연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신지 두 달 남짓... 적잖은 변화가 있네요.
그 중에서 가장 힘든 건 홀로 남으신 엄마가 달라지는 거에요.
방금 말한 것도 기억을 못 하고 자꾸 하던 말 계속 하고
치매가 의심스러워 검사를 하자니 화만 내십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데
치매 예방법을 알려 드려도 건성건성 자기 말만 해댑니다.
거기다 23살 아들은 머리가 컸다고 조언을 잔소리로 듣네요.
피부톤을 밝게 하려고 레이저 시술을 받자마자 축구를 한대서
축구하다 얼굴에 공도 맞을 수 있으니 안 하는 게 좋다 하니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댄다고 화를 내네요.
의사샘도 염분있는 땀이 피부에 안 좋다 해서 안 했음 좋겠다고 조언하던데...
덕분에 엄청난 신경전을 펼쳤어요.
그렇게 걱정스러우면 자길 왜 태어나게 했냐까지 말대꾸를 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억울해 눈물만 나대요.
전날에 이어 오늘은 저녁 먹을 약속장소를 묻는 아들의 전화가 2차전의 시발점...
며칠전 같이 식사했던 곳이라 당연히 알겠거니 했는데 물으니 순간 짜증이 팍...
가뜩이나 엄마의 건망증으로 예민한 상태에서 아들까지 그카니 감정 조절이 안되더라구요.
빈혈 치료에 호르몬 불균형에 제 몸도 정상이 아닌 거 같아 더 그러는 거 같아요.
논리적으로 아들 말이 다 맞아요.
하지만 엄마가 짜증을 낸다고 자식이 더 화를 낸다면 제 입장은 어떻겠어요.
엄마의 짜증을 고스란히 다 받아내고도 말 한마디 못 하고 참던 입장에서
아들의 논리적인 말들에 서운해 하며 다 받아 들여야 하는 상황이 오니 넘 힘드네요.
나중엔 그랬어요.
그냥 엄마니까 짜증도 받아주면 안되겠니?
솔직히 살고싶은 맘이 안들더라구요.
중간에 낑겨서 이해받지 못 하고
힘든 일은 다 해야 하고
돈은 돈대로 쓰면서 욕은 몇 배로 먹고
늘 행복하려고 애쓰는데 잘 안되네요.
제 복이 그거밖에 안되는 걸까요?
첫댓글 토닥토닥
최소한의 걱정과 배려만 해주면서
어른양님 먼저 생각하셨음 해요.
저도 가족들에게 걱정 어린 말 많이 해요.
하지만 정작 본인이 힘들어지거나 본인이 힘든 일을 당하지 않고서는
들으려고도 안하고, 절대 그럴 일 안 생길거라고 생각하더라구요.
그래서 나쁜 맘인지도 모르겠지만,
당해봐야 그때 후회하지... 그냥 냅둬야겠다. 이 정도 했음 됐다.
그때 되서 후회해 봐야 자신이 뿌린 씨앗이니 알아서 하라 해야겠다.
이렇게 지내게 되네요.
저랑 조금은 비슷한 성격이신것 같아서 그렇게 맘 먹고서도
앵간히 신경이 쓰이는건 현실인거 알지만...
살고 싶은 맘 안 생기셨던거 거두시고,
할만큼 하셨으니 더도말고 덜도말고 어른양님 먼저 돌보세요.
몸 상태도 안 좋으신것 같은데, 이런 저런 걱정 지금한만큼 충분히 잘 하셨다고 생각해요.
몸 더 안 좋아지실것같아 걱정되네요.
세상 모든 일 풀어나가는거야 다 자기 하기 나름인지라...
내 일 내가 풀어나가기도 힘든데,
나 아닌 타인의 일 타인이 풀도록 옆에서 응원만 해주세요.
타인이야 잔소리로 듣든 뭐로 듣든
나에겐 응원이었고, 걱정이었던거잖아요.
지금 충분히 잘 하셨으니 이젠 타인들이 알아서 잘 해나가길 지켜보세요.
어른양님의 조언대로 안하고 손을 내미는 경우에는
솔직히 도와주지는 않으셨음 해요.
버릇나서 좋지 않으니까요.
근데 또 이게 막상 닥치면 그리 못하게 되는게 현실이긴하죠.
오히려 제 댓글로 더 고민만 늘어나신거 아닌가 몰라요. ㅜㅜㅜ
밤새 잠을 못 자고 힘들었어요.
공황장애 증세라고 하던데 그걸 앓을 시간적 여유 조차 없네요...
여자라서 이래 힘든 걸까요?
엄마라서 이런 걸까요?
레이나님 말대로 그리 해보려고 무던히 애써도 천성이 이러니 늘 이 모양이에요.
아들은 제 곁에서 맘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걸 보니 그것도 짠하고...
건강마저 안따르니 몸과 맘이 다 지쳐 가네요. 그래도 가게 나와 앉아서 월요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넘 감사합니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