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한병에 취해 아주 언뜻 엄마에게, 글을 쓰고 싶다는 얘길했고,
-공장에라도 들어가렴.
비가온다. 눅눅하다. 3일간 내리 비가왔고, 3일간 내리 술을 마셨다.
바퀴벌레 시체와 벗어놓은 양말과 잔돈들이, 방바닥에 너저분하다.
이불을 편다. 습기를 머금어 눅눅하다. 한 친구는 베게에 비닐을 깔
고 눕고 한 친구는 수건을 깔고, 한 친구는, 이곳은 바퀴벌레도 죽어
나가는 곳이야. 살기위해 도망치는 바퀴벌레처럼, 집으로 간다.
보송한 이불이 필요했겠지.
젖은 종이처럼 이불이 몸을 감는다. 꿈을 꾼다. 꿈에서 나는 습기를
먹고사는 이끼가 되고 곰팡이가 되고 물먹는 하마가 된다. 잠시 눈을
뜬다. 친구들이 장농을 탈출하는 하마처럼 연달아 하품을 하고선 집으로 간다.
보송한 이불이 필요했겠지,
비에젖은 한마리 생쥐처럼 다시 잠이든다. 딸깍. 생쥐는 고양이에게 쫓
기다 지쳐 고양이에게 맞서기 위한 특훈에 돌입한다. 고양이 이 좆만한
새끼, 제법 용기가 생긴다. 다시 고양이와의 결투. 특훈을 통해 자신감이
충만했것만 오, 이런.감당할 수없는 힘의 차이가, 아. 잘,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살...려주세요. 찍찍. 생쥐의 꼬리를 밟고 어퍼를 날리며 고양이가
포효한다. 야옹! 쥐가 아무리 노력해도 고양이를 잡아먹을 수 없다는 걸.
어쩌다 한번 무는게 전부라는 걸, 생쥐는 선명하게 깨닫는다.
딸깍.
생쥐에서 로미오로 변한 나는 줄리엣을 위해 노래한다. 창문을 열어다오.
연신 노래를 해도, 창문은 열리지 않는다. 가만보니 창문이 보이지 않는다.
줄리엣은 오늘 아파서 결근했어요. 새로온 아가씨가 왔는데 불러드릴까요?
완전 끝내주는데,
딸깍.
꿈에서 깬다. 벌써 해가 졌다. 사방이 어둑하다. 고요히 이불에 감겨, 생각한다.
화장실에 다녀와야겠는데, 쉽게 몸이 일으켜지지 않는다. 일어나면 몸에익은
나태의 달콤함이 달아날까 가만히, 미동도 않은채 누워있는다. 오줌뽀가 터지
면 죽을까. 옛날엔 돼지오줌뽀로 축구도 했다는 얘길보면 오줌뽀라는게 그리
쉽게 터지는 게 아닌 듯 하다. 그런 생각에 이불에 감겨 고요히, 누워있는다.
이대로 가만히 누워서,생각한다.
누에고치가 되고싶다고.
누에고치가 되면 제일먼저 뽑은 실로 엄마의 옷을 뜨고, 엄마.이젠 공장 같은데
들어가지 않아도 되요, 그리곤, 친구들도 부러워 할 뽀송한 이불을 뜨겠다. 최초
로 누에고치가 된 인간이라며 사람들은 놀라워 할테고 난 유명해 질 것이다.
그러면 헤어진 여자친구가 돌아와. 날 위해 실을 떠 주겠니?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실뜨기를 하며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나는 그저, 실을 뽑으며 사랑을 나누는 한마리 누에고치가 되고 싶을 뿐이다.
201007
첫댓글 읽다보니 빠져들게 되는 글이네요. 재치가 돋보인달까. 일상의 느낌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니, 작가의 꿈 꼭 이루시길 바랄게요.^^
참 의리없는 친구들을 두셨네요..고작 뽀송한 이불이 그리워 친구를 재해구역에서 빼내지 못하고 떠나니 말입니다
저 혼자 살때를 보는듯 해요.. 줄리엣이 아파 결근했다는 이구절 제마음에 무척이나 와닿네요 ^^한마리의 누에고치가 되고싶다는 구절엔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중에 뇌가 되었다는 그 장면이 생각 나네요.. 아 그리고 돼지 오줌보로 제가 축구해봤는데 엄청 질깁니다.. 누에고치가되면 연락주세요 스타킹에 나가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