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이 무르익어가는 지난 주말 화창한 저녁시간, 평소 친숙한 교제와 사랑을
나누는 음악에 조예 깊은 부부를 초대하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뮤지컬 ‘엑스카리버’(2019.6.15~8.4)를 관람했다. 좀 일찍 만나 지하식당에서
식사와 차를 마시며 신록의 향기와 예술의 정서를 느끼며 정담을 나누었다.
관람은 오후 7시 반부터 시작하여 중간휴식시간 20분을 포함하여 밤 10시경에
마치는 꽤 긴 시간에 걸친 1,2 막의 장엄한 흥분 속에 화려한 대작이었다.
한마디로 짧게 ‘엑스칼리버’의 관람평(評)을 하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화려한 놀라운 무대.
100억대의 제작비의 투입한 대작답게 웅장한 무대.
스타 배우와 국내 최대규모 70여명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무대 연출.
아서왕의 고뇌를 섬세하게 포착.
대작으로 빛나는 보기 드문 기품연출.
마법과 마술이 공존하던 고대 영국, 뮤지컬로 다시 태어나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 다룬 이 이야기는 영웅의 위대한 일대기에만
치중하는 대신 그를 짓눌렀던 시련과 고뇌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마음로 나라를 다스리고 사람들을 보살피는 진실된 리더의 이야기로, 평범한
한 사람의 빛나는 제왕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통해 뜨거운 감동과 자극을 받았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뮤지컬은 웅장한 대작으로
출연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 담은 메시지가
길을 잃지 않고 관객에게 닿는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기 6C 고대 영국, 선량한 양아버지 아래 평범하게 자라난 ‘아서’는 성인이 되던
날 마법사 ‘멀린’을 만나 자신이 ‘우더왕’의 사생아임을 알게 된다.
‘멀린’의 도움으로 ‘아서’는 1000년간 누구도 뽑지 못한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왕으로 추대되고 현명한 여인 ‘기네비어’를 아내로 맞아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곧 이복누나 ‘모르가나’의 음모로 양아버지를 잃은 뒤 방황하고,
그 사이 ‘기네비어’는 충신 ‘랜슬럿’과 사랑에 빠진다. 각종 시련 속에서도 색슨족에
맞서 나라와 백성을 지켜내야 하는 ‘아서’왕의 숙명이 애처로이 그려진다.
이 뮤지컬은 뒤로 갈수록 힘이 세지며 관객이 흥분해진다.
1막은 워낙 여러 인물과 이들의 관계, 그리고 역사적인 배경이 한꺼번에
소개돼 다소 어지럽고 버겁게 느껴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정돈되고
‘아서’가 진정한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70명이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신 뜽 볼거리도 풍성하고 ‘지킬 앤 하이드’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노래들로 초연 뮤지컬답지
않게 귀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아서’ 역(役) ‘카이(Kai)’도 칭찬할 만하다.
시원한 목소리의 가창력도 돋보였지만, 평범하고 철없는 소년이 나라와
백성을 위할 줄 아는 왕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유려하게 그리며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네비어’는 기존 ‘아서’왕을 다룬 다른 작품에
비해 한층 능동적인 여성으로 그려낸 점이 눈에 띄었으나, 결국 그의 존재이유가
‘아서’왕을 겪어야 하는 시련 중 하나로 소비되는데 그친다.
극의 마지막, ‘아스’는 ‘엑스칼리버’를 뽑았던 바위에 또 한번 오른다.
처음 검을 뽑을 때와 달리 그의 곁을 지키던 친구들도, 새로운 왕의 탄생에
환호하던 백성도 없지만, 모든 시련을 겪어낸 그의 얼굴엔 전에 없던
왕의 기품이 서려 있다, 그제야 소년이 영웅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