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장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계획을 김유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 보고한 배경에 김유근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위원장)에 따르면 '탈북민 강제 북송 사건'이 발생하기 8개월 전인 지난 2019년 3월 김유근은 판문점을 방문해 JSA 경비대대장인 A 중령에게 “판문점 특이 동정을 직접 보고해달라”고 구두 지시했다.
왼쪽 사진은 2019년 11월 7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유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장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이날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되는 모습.
이후 A 중령이 김유근에게 실제 판문점 동향을 여러 차례 보고했다고 한 의원은 밝혔다. “자해 위험이 있어 적십자사가 아닌 경찰이 에스코트할 예정”이라는 등 자세한 탈북민 북송 계획이 담긴 문자 메시지 보고 역시 김 전 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문자 메시지 내용은 강제 북송 당일(2019년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유근의 스마트폰 화면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김유근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이전에 보낸 “OO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 내용도 포착됐다.
이는 김유근이 A 중령과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유근은 8군단장(2012~2014년) 시절 작전처 실무장교였던 A 중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군 소식통은 “A 중령이 군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김 전 차장의 지시 사항을 실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유근이 국방부를 건너뛰고 직접 남ㆍ북 간 민감한 장소인 판문점 상황을 컨트롤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자 메시지 보고가 들통난 이후 유엔군사령부는 JSA 경비대대장을 교체했다. A 중령이 2년간 임기를 채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와 동시에 군 당국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당시 조사를 마친 군 수사기관은 “남북 접촉 등 민감한 사안을 보안 기능이 없는 개인 스마트폰으로 송ㆍ수신해 관련 규정 위반(보안위반)에 해당한다”며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방부에 올렸다.
실제로 그해 9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작성한 ‘북한 선박ㆍ인원이 관할 수역 내 발견 시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김유근이 보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은 대외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