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급히 걸어가고 있어.
내 앞으로, 시청앞 로터리 지하철 입구
속으로
사람들이 막 삼켜지고 있어.
곱사꽃처럼 등이 불룩한 사람들이.
어두운 바람이 불어
곱사꽃 꽃잎들이 맥없이 헤쳐지자
태엽 달린 등이 보였어.
북치는 곰인형 뒤에 달린 태엽.
시계밥 주는
나사태엽 같은 것이
맨살 위에 환풍기처럼 박혀 있었어.
재깍재깍 둥둥
시계 가는 소리와 북 치는 소리에 가려
숨쉬는 소리가 안 들렸어.
나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물은 비틀거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는 물방울의 추락으로
우리를 잡아당기고 있는
아득한 중력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화분 밑에 엎질러진 물을 닦으며
(아, 지구가 둥근 것을
내 힘으로 어찌 한단 말이야?)
난 한 그루 신단수 같은
양초에서 뜨거운 김이 오르면서
뚝뚝 눈물 흘려 삶을 태우는
뜨거운 촛불의 비련을 생각하고서
목이 맵다.
태옆이 풀려가면서 힘이 없어질 때
오, 우리는 양초에 불을 당기는
손을 원하듯이
타인의 손을 그리워한다.
(숨어서 마리오네트 놀리는 사람
그를 만날 순 없다 해도)
태엽 달린 사람들, 그 등까지
서로 손이 닿을 수 있다는 건 그 얼마나
다행이야?
(모든 다행은 결국 비련 속에만
있는 거라지만, 서울 마리오네트,
어차피 지구는 둥글더라도)
카페 게시글
시
서울 마리오네트/김승희
알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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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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