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포교를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려는 사찰의 포교 노력이 제일 우선이다. 사진은 구례 화엄사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2007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모내기. 불교신문 자료사진 |
10여 년 전, 전남 A사찰 주지 스님이 불과 1년 사이 3명이나 바뀌었다. 은사 스님이 창건한 이 사찰은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신도들이 찾아와 거액을 희사해 10여 채의 당호를 신축했다. 교통이 불편한 위치였지만, 법회를 열려고 하면 공간이 부족해 증축에 증축을 한 결과다. 은사 스님이 입적하고 나서 상좌가 주지를 맡았다.
“한 달 기름 값이 수백만원 나오는데, 감당이 안돼요. 농촌지역이라 포교할 사람도 없습니다. 큰 도시에서 성지순례라도 와야 수입이 되는데, 전통사찰도 아닌 까닭에 쉽지 않고….” 결국 주지 스님이 3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절을 떠나고 현 주지스님이 부임해 근근이 사찰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겨울철이면 몇 개 전각은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사용하지 않는 형편이다.
이런 현실은 A사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불과 20년 내에 교계 사찰 전반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이다. 전남 남원 B사찰 주지 스님은 “사찰에 다니는 사람은 노보살님 소수에 불과하다. 한 달에 새로 절을 찾는 사람이 2~3명도 채 안된다”며 “어린이, 청소년 포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나마 40~50대는 교회를 나가야 정보교류가 가능한 현실이다. 사찰을 유지하기 위해 인근 대도시 신도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사찰 유지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현상은 학교의 감소를 통해서도 전망할 수 있다. 경북 교육청의 2005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매년 평균 26개의 학교가 폐교돼 총 530여 곳이 사라졌다. 이후로도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전통종교인 불교는 서구의 교회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신자 수 감소와 경제난으로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철거되는 교회가 지난 20년간 340곳에 달했다. 수년 내 총 4만5000곳(독일 전체 교회의 33%)이 문을 닫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나마 명맥을 잇는 교회는 문화재 등으로 지정돼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곳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촌인구 감소에 따라
포교할 대상이 없어
‘기다리는 포교’ 한계
사찰 네트워크와
주민 노동력 결합된
영농조합 ‘주목’
이주여성 대상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
■ 백령도 주민 70% 개신교
농촌인구 감소도 문제지만, 급격한 개신교화가 더욱 문제다. 대표적 사례로 백령도를 꼽을 수 있다. 백령도는 전체 주민의 70%가 개신교 신자다. “절에 다니면 섬마을에서 살수 없기 때문”이다. 백령도 내 유일한 불자라는 한 인사는 “개신교 신자가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불자가 운영하는 상점은 물건도 팔리지 않았다. 친구, 친척 모두 교회로 돌아서고 나면 더 이상 사찰을 다닐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그나마 군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까닭에 불자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는 높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스님(봉화 청량사 주지)도 “가끔 10년 후 현재의 노보살님들이 입적하고 나면 사찰이 어떻게 될까를 고민한다”고 털어 놓는다.
무너지는 농어촌 포교 대안은 없을까. 주민들에게 필요한 점을 찾아 먼저 다가서는 포교를 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주민자치위원 등 활동을 통해 주민과 공무원을 자주 접할 기회를 갖는 일도 필요하다. 강원도 강릉 삼산리 이장을 거쳐 현재 협동조합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반야사 주지 법민스님은 “정부, 지자체에서 주민역량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반면 현재 농촌에는 농작물을 가공할 2차 산업을 이끌 역량있는 사람이 부족하다”며 “행정력과 넓은 인맥을 갖춘 스님들이 이런 일에 앞장서면서 주민들과 호흡해야 한다. 포교를 위해 다가서려 하지 말고, 지역을 위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다보면 자연스럽게 농촌포교 문제가 해결된다”고 조언했다.
■ 대승사ㆍ선원사 경우
경북 문경 대승사(주지 철안스님)의 활동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대승사는 영농법인을 만들어 주민들이 대승사 소유 산에 산삼을 비롯해 버섯, 약초 등 다양한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즉, 기본 재정이나 복잡한 서류, 지역 인사 간의 인맥 등이 고루 요구되는 부분을 사찰에서 감당하고 지역주민은 노동력을 제공해 이익을 가져가는 것. 주민들은 “생계에 도움이 되는 사찰 대신 굳이 교회를 갈” 이유가 없다. 철안스님은 “처음에 젊은이들이 할 일이 없어 방황하는 것을 보고, 영농조합을 결성했다”며 “포교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남 남원 선원사(주지 운천스님)도 영농법인을 만들어 돼지감자를 차로 만들어 판매에 나섰다. 당뇨병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작물이라 높은 수익도 가능하다. 지리산 야생감자를 주민들이 캐서 차로 만들고, 시제품으로 판매하는 것. 사찰은 영농법인을 구성하고, 주민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이주민 100만명 ‘주목’
이주민 100만명 시대에 맞춰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포교종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농촌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이주여성 상당수는 불교국가에서 왔지만 한국 사찰이 낯선 것은 당연한 일. 한글교실, 문화교실, 요리교실, 육아교실 등 이주여성이 사찰을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지난 3월 조계종 포교원이 ‘농촌포교 대책’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광주전남전법단 지도법사 도제스님은 “‘개척포교당’을 신설하고 ‘개척포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또 어촌에서 필요로 하는 용왕제나 수륙재 등 불교행사를 통해 어촌인들의 불교정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 정토사 주지 선오스님도 발제에서 “노령화로 인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향약, 품앗이 등 공동체 전통을 살리는 방향으로 농촌포교가 진행돼야 한다”며 “지역발전을 위해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강좌 등을 적극 활용해 사찰이 주도하는 공동체 살리기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먹거리 직거래 등 도선사 주지 선묵스님이 제기한 “도시와 농어촌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불교계가 앞장서서 개발”한다면 좋은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들어 신도 없는 농어촌 사찰이 늘고 있다. 20년 후면 이런 농어촌 사찰은 부지기수로 늘어날 전망이다. 더 이상 법당에 앉아 오는 신도를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비닐하우스로, 논밭 한가운데로 나가 주민들을 만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적극 찾아내야 한다.
[불교신문 2922호/ 6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