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읽는 조선왕조실록 "夜"사ㅡ35

[미션]

밤에 읽는 조선왕조실록 "夜"사ㅡ35

두문동의 충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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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충절을 상징하는 두문동은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광덕산 서쪽 기슭에 있던 옛 지명이다.
고려가 망하자 조선의 개국을 반대했던 고려 유신 신규, 신혼, 신우, 신순, 조의생,임선미, 이경, 맹호성 고천상, 서중보, 성사재 등 72현 등이 두문동에 들어가 끝까지
고려에 충성을 다하고 지조를 지키며 살았다.



조선의 새 왕조는 두문동이 눈엣가시였다.
아무리 회유책을 쓰고 높은 관직을 준다 해도 그들은 도무지 반응이 없었다.이성계는 생각다 못해 그들에게 과거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이성계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려는 의도도 있었으나, 고려의 충절 높은 유생들을 끌어안기 위한 궁여지책
이었다.


과거를 치르는 날 이성계는 두문동의 인재들이 나타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이것은 이성계의 헛된 꿈이었을 뿐이었다. 두문동의 선비는커녕 전국의 뜻 있는 선비들은 과거를 무시해 버렸다. 기껏 입신양명에 눈이 어두운 보잘 것없는 선비들 몇이 기웃거리는 시험장이 되고말았다.
그리고 국학에 머물러 있던 태학생들이 보따리를
싸 짊어지고 국학을 떠났다.
그들은 과거를 보지 않고 두문동으로 들어간 선비들을 따라 길을 떠났다. 두문동으로 들어간 선비들은 태학생을 합쳐 72명이나 되었다.


문과 시험을 치르고 무과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문과와 다를 바 없었다. 이름난 무관들은
무과 시험을 치르지 않고 보따리를 짊어지고
두문동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모두 48명이었다.문인들은 서두문동에 모여 살고, 무인들은 동두문동에 모여 살았다.
이들은 손수 산을 개간하여 씨를 뿌리고 가꾸어 자급자족했다.


조정에서는 이성계의 특사로 여러 사람이 두문동을 다녀갔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우리들을 이대로 내버려 두시오.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살겠소."

"새 조정에 나와 백성과 나라를 위해 일해 주시오. 전하께오서 그대들의 출사를 손꼽아 기다리고 계시오."

"누가 우릴 기다린단 말이오?"

"말씀 삼가시오!"

"우리 전하는 이 세상에 없소이다."

이성계는 보고를 받고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만약 나오지 않으면 산에 불을 지르겠다."

"맘대로 하시오, 산에 불을 지르든 산을 무너뜨리든 우리들은 알 바 아니오."

두문동의 사람들은 결사적이었다.
이때 조정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이성계를 비롯하여 정도전, 이방원, 남은, 조준 등 측근들이 머리를 맞대었다.

"저들이 조정을 우습게 알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이성계가 물었다.

"전하, 새 조종으로서는 이제껏 그들에게 온갖 성의를 베풀었사옵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사오니
어떤 특단의 조치를 내리셔야 하옵니다."

남은이 말했다.

"특단의 조치라면?"...

"그들을 모두 없애야만 나라가 조용해지옵니다."

"그들을 모두 죽이라는 말이오?"

"그러하옵니다."

"전하, 예로부터 성스런 사람은 함부로 사람을
다루지 아니했사옵니다.
그들을 죽여서는 아니되옵니다."

조준이 반대하였다.

"언제까지 그들을 봐준다는 말이오?
그들이 있는 한 나라에 온갖 유언비어가 떠돌아 백성들을 회유하는 데 오히려 짐이 될 뿐이오.
이번에 그들을 이 세상에서 모두 없애 버려야 하오."

이방원이 성을 발끈 냈다.

"옳은 말씀이오.
화근의 뿌리는 일찌감치 잘라 버리는 것이 상책이오. 전하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은 신민이 되기를 거부하는 자들이니, 역적이나 다를 바 없소.
역적을 그냥 두는 나라법도 있소이까?"

정도전이 거들었다.

"하지만 신중히 처리해야 하오. 그들을 죽였다가
미심을 크게 잃으면 국가적으로 손실이오."

조준의 신중론에 이방원이 벌컥 화를 냈다.

"조선의 조정이 두문동 그자들에게 매달려 언제까지 전전긍긍하겠다는 것이오!"

"그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요.
그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괜찮지 않겠소?"

"그리는 못 하오. 그들이 고려의 상징이 되어서는 아니되오."


이성계는 그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가 정도전에게 물었다.

"삼봉(정도전의 호), 그들을 죽여야 할 까닭을 말해 보오."

"전하, 그들은 전하에게는 역도들이옵니다.
역도들을 살려 둔 예는 한 번도 없었사옵니다.
그러하옵고 그들을 중심으로 고려 복원운동이 일어나 백성들을 동요하는 날에는 큰 사태에 직면하게 되옵니다. 화근의 뿌리를 하루 빨리 캐어 버리옵소서."

"송당(조준의 호), 양해하시오. 중론에 따라야겠소."

"전하,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시옵소서."

"마지막 기회라면?..."

"두문동에 불을 지르겠다고 미리 통지하시옵소서. 그리하여 불길을 피래 살아 나오는 자들을
끌어안으시옵소서..."

"참으로 좋은 생각이오. 그리 하십시다."

두문동에 불을 지르겠다는 통보가 그들에게 전해졌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드디어 병사들이 두문동에 나타났다.

"너희들의 우거를 모두 불사르겠다.
죽기 싫거든 어서 나오너라!"

서두문동과 동두문동에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들이닥쳤다. 이때 움막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병사들은 들고 온 기름을 움막에 모두 끼얹었다.
이제 불을 붙이면 두문동의 움막들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버릴 순간이었다.

"살고 싶거든 나오너라!"

그래도 그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병사들이 들이닥치기 전 서두문동에서는 충신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그 속에 훗날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친 황희가 끼어 있었다.충신들은 황희의 인품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성균관 학관으로 있다가 나라가 바뀐 것이다.

"황 학관, 그대는 이곳을 속히 떠나 앞날을 기약하시오."

조의생이 그에게 권유했다.

"당치 않은 말씀이오.
나는 여러분과 생사를 같이할 따름이오."

"충절은 우리만으로 충분하오.
황학관은 부디 세상에 나가 백성들의 표본이 되시오.
지금은 망국의 백성들이 의지할 사람이 절실한 때요.
황 확관이 그런 역할을 해 주시오."

성사재가 거들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황희에게 망국민의 이웃이 되어 그들의 가슴을 달래 주는 사람이 되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럼 날더러 변절하란 말이오?"

"변절이 아니라 백성들의 이웃이 되어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라는 말이오."

"그리는 못 하오."

"황 확관, 누군가 살아남아 우리의 충절을 세상에 반드시 알려야 할 게 아니오?

세상으로 나가 우리의 뜻을 밝히시오."

황희의 기세가 마침내 누구러졌다.
이들의 죽음이 헛되이 흘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황희는 이들의 뜻을 세상에 전하겠다는 각오로 두문동을 빠져 나와 멀리 전라도 장수로 몸을 숨겼다.


횃불이 움집에 붙었다.
움집은 성난 듯 불꽃을 튀겼다.
이때 움집에서 기어나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모조리 타죽고 말았다.
시체 타는 냄새가 백 리 안에 퍼졌다.
그 냄새가 진동하여 인근 관가와 백성들이
코를 가리고 다녔다.
한 사람도 나오지 않고 모두 타 죽었다는
보고를 받고 이성계는 탄식을 터뜨렸다.


"그들은 영원히 사는 삶의 길로 떠났고, 나는 마치 현실에서 발버둥치는 승냥이가 되었구나."

두문동 72현과 48현은 이성계가 만든 충신이었다.
그 뒤 두문동은 충절의 땅이 되어 역사 속에서 영원히 빛나고 있다.



-조선왕조 야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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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아.~~
그래서 두문불출 이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