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려다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것조차 다 잃었다는 뜻의 속담설화.
게를 잡으려다가 준비했던 구럭마저도 잃어버렸다 하여,
한자어로는‘해망구실(蟹網俱失)’이라고 하며,
‘소반과 광주리를 한꺼번에 다 잃었다’
‘달아나는 노루 보고 얻은 토끼 놓았다’
‘멧돝 잡으려다 집돝까지 잃었다’ 등의 속담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담속찬(耳談續纂)』에는 ‘아욕착해병상오단(我欲捉蟹並喪吾單)’이라 하여
‘게를 잡으러 갔다가 구럭조차 잃었지’라는 속담으로 실려 있다.
그리고 이를 풀어 설명하기를
다른 것을 얻으려 하다가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것마저도 잃었음(言貪得外物並失己之本有)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였다.
조선 순조 때
조재삼(趙在三)이 엮은 ≪송남잡지 松南雜識≫에는 이 속담의
유래라 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옛날 게[蟹]라고 하는 사람에게 굴억(屈億)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둘은 서로 무척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굴억은
미혼인데다 용모도 준수하고 학문도 깊어 부녀자들이 흠모하였다.
게의 아내
역시 굴억의 아름다움을 몹시 탐냈다.
이미 남편이 있는
몸으로서 고민해 마지않던 게의 아내는 마침내 몰래 약을 먹여 남편을 죽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굴억은
“옛말에 사나이는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위해
목숨도 바친다는 말이 있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되니
게의 아내는 굴억을 차지하려다가 남편도 잃고 굴억도 잃게 되었다.
≪송남잡지≫에서는
이 속담이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생긴 것이므로
‘게도 굴억도 다 잃었다’는 것이 맞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사람인 굴억을
그물이라 하는 것은 잘못이며 따라서 ‘해망구실’ 또한 잘못된 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뜻은
‘멧돝 잡으려다 집돝까지 잃었다’와 같은 뜻이라 하여
내용상에는 차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위의 설화가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속담의 유래담인지,
속담에서 비롯하여
게와 구럭을 의인화시킨 설화로서 나중에 형성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만약 이 이야기가
속담의 유래담이라고 한다면, 이 속담이 생기고 나서 형성된 이야기도 있다.
장돌뱅이
비단 장수가 비단을 팔러 다니다가 어여쁜 여인을 보게 되었다.
욕심이 난 비단 장수는 여인의 남편이 집을 비우자
여인에게 비단을 주며 유혹하였다.
비단에 욕심이 난 여인은 그만 비단 장수에게 몸을 허락하고
그 대가로 비단을 얻었다.
며칠 후
비단 장수는 이 집을 다시 찾아와 여인의 남편에게
비단 값을 달라고 하였다.
어리둥절한 남편이
여인에게 비단을 외상으로 산 일이 있느냐고 묻자 여인은
하는 수 없이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화가 난 남편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당장 그 비단을 도로 내주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여인은
몸도 내주고 비단까지 잃어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이 이 속담은
뜻한 바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던 밑천까지
다 잃은 경우를 빗대어 빈정거리듯이 사용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