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모두 1m터씩 거리를 띄우고 서 보세요. 왼발은 발전체가 땅에 붇도록 하고 오른발은 발뒤꿈치를 든 다음 무릎을 약간 구부렸다가, 발을 힘차게 굴러 주세요. 좋아요. 모두 잘 날고 있군요. 아, 특히 제니와 크리나, 에르샤가 비행을 아주 잘하고 있어요. 다른 친구들도 처음인데 아주 잘 날고 있어요. 자, 이제 그만하고 모두 내려오세요. 내려올 때는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고 땅에서 1m터 쯤 떨어진 곳까지 왔으면 몸을 세워 부드럽게 발을 땅에 내려 주세요.”
나르나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과 맑은 목소리 덕분인지 비행을 못해서 몇 년을 배워도 다시
배워야 했던 학생들까지도 단번에 비행을 잘 하게 되었다.
비행 수업이 끝나고 오면서 좀처럼 말이 없는 클리아까지 들떠서 떠들었다.
“얘들아, 나르나 선생님 정말 좋지 않니? 나, 처음으로 이런 기분 느껴봤어. 아, 행복해! 너희들도 나랑 동감이지?”
수다쟁이 제니가 맞장구쳤다.
“고람, 고람. 나르나 선생님은 나의 천사, 나의 하느님인걸! 우히히!”
“얘들아, 나 롤리도 이번만큼은 너무 즐거웠어.”
“야, 너거들 크리나를 와 빼놓노? 나는 또 얼마나 신났다고.”
그러자 로지니아와 에르샤도 한몫 했다.
“나도 이런 거 원래 싫어하는데 말야, 오늘은 달라.”
“나도 이렇게 즐거운 시간은 정말 처음인 것 같아. 빨리 다음 비행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한참을 하늘 높이 날다보니 저녁도 꿀맛 같았다. 더군다나 오늘은 맛있는 음식들이 잔뜩 나
와서 모두 배가 터지도록 먹고 또 먹었다.
그날 밤이었다.
기숙사로 돌아와서 막 잠을 자려는데, 뭔가 떠올랐다는 듯 제니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얘들아, 잠깐만. 조금만 있다 자자. 내 얘기 좀 들어보라니까!”
“아이 참. 왜 그래, 제니? 이 로지니아님은 지금 피곤해 죽겠단 말이야.”
“그래, 제니. 갑자기 왜 그러니?”
“우리는 벌써 만난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서로의 애칭 하나도 모르고 있어. 애칭을 부르면 서로 더 정답게 느껴질 텐데 말이야. 그리고, 우리 6명을 통틀어 뭐라고 부를지도 정하자. 어때? 우리, 단짝 하는 거야.”
“그거 좋은데? 내 애칭은 리아야.”
클리아가 말했다.
“내 애칭은 말야, 클린이야.”
크리나도 말했다.
“난 로니야.”
롤리 역시 수줍어하며 말했다.
“나는 나시란다.”
로지니아가 거드름을 피며 말했다.
“그래? 난 젠인데.”
제니가 말했다.
“근데 에르샤, 네 애칭은 뭐니?”
“나 말야? 난 에미야.”
“그렇구나. 리아, 클린, 로니, 나시, 젠, 에미. 모두 좋은 이름들인데? 그럼 이제 우리 암
호를 정하자.”
“음...리클로나젠에를 받침만 빼고 부르면, 리크로나제에고, 똑같은 자음을 빼면, 리크나제에. 합치면, 르네에. 어때? 르네에. 좋지 않아?”
갑자기 술술 말하는 로니(이제부터 애칭을 쓰겠음.)를 보고 모두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자
신들의 이름을 멋지게 줄인 그 이름이 모두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찬성을 했다.
“좋아!”
이렇게 해서 이들 6명은 자신들을 르네에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밤이 가고 아침이 밝았다.
이날에는 요술 수업과 약초 수업이 들었다.
약초 수업 먼저였는데 복도를 지날 때마다 험상궂은 인상으로 학생들을 찔끔찔끔하게 만들
어 놓곤 하셨던 요르크 선생님에게 배운다고 생각하니 모두 끔찍하였다. 젠은 로니와 에미
를 쿡쿡 찌르면서 투덜거렸다.
“야, 로니. 에미! 너희는 끔찍하지도 않냐?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몸이 떨린다. 어떻게 저런 선생님하고 공부를 하지? 젠바크 학교에도 저런 선생님이 있었다니. 어휴!”
제일 투덜거리던 젠은 오히려 수업이 시작되자 가장 깔깔거리면서 즐겁게 수업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 하는 말.
“우와, 요르크 선생님 짱이다. 이렇게 재밌는 수업 처음이야. 와우!”
그 다음의 요술 실습시간 역시 즐겁기만 했다. 상냥한 티나 선생님의 부드럽고 자상하신
한 마디 한 마디는 계속 들어도 좋기만 했다.
“여러분, 이번 시간에는 선생님과 간단한 주문으로 배우는 요술 시간을 갖도록 하겠어요.
자, 각자 자신의 요정 상징물을 높이 들고 「키토니 카론다 얍!」이라고 외쳐 주세요. 자, 시작!”
티나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학생들은 자신들의 요정 상징물을 들고 주문을 외웠
다.
“키토니 카론다 얍!”
그러자 강하고 밝은 빛이 쏟아져 나왔다.
“잘했어요. 참, 한 가지 더 알아둘게 있어요. 요정 상징물, 그것은 원래 각자의 마인 킹이라고 부르는 물건이랍니다. 모든 사람의 마인 킹은 다 다르지요. 자, 기억해 두시고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어요.”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클린이 말했다.
“얘들아, 이 마인 킹이라고 하는 것 말야, 언젠가 꼭 필요할 때가 있겠지?”
리아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이게 필요 없다면 어째서 선생님이 굳이 마인 킹이다 뭐다 기억해 둬라 뭐해라 하시겠니? 안 그래?”
에미도 맞장구쳤다.
“맞아, 맞아. 역시 리아 언니는 어른 같구나!”
매일같이 즐거운 날들만 보내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에미가 젠바크에 들어 온지도 2개월
이 지났다. 그런데, 마법의 역사 시간에 오늘은 좀 더 특이한 것을 배웠다.
다크 선생님이 이상하게도 이 날에는 여느 때처럼 졸린 듯한 눈을 하지 않고 교실에 들어오
셨다. 젠이 킥킥대며 말했다.
“로니, 저 할아범이 오늘은 웬일로 졸리지도 않은가 보지?”
“젠,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에미,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맞아. 평소엔 절대로 그러실 분이 아닌데. 우리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모두가 수군대고 있을 때 다크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교탁을 두드려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
다.
“에, 오늘은 중요한 것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요정의 나무」에 대한 것이지요. 혹시 아는 사람?”
에르샤는 문득 모르니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것은 알지 못하므로
잠자코 있었다. 모두 가만히 있자 기다렸다는 듯이 뽐내기 좋아하는 켈리 마크가 손을 들었
다.
“그래요, 켈리 양. 요정의 나무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요?”
“흠, 흠. 요정의 나무는 요정세계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플로라 여신님의 정원에 있는 나무로, 굉장히 크고 높습니다. 또한, 그 나무는 요정세계를 수호하는 나무라고들 하지요. 그 나무가 요정세계를 수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게, 어...기억이...”
“그만. 켈리 양, 많은 것을 알고 있군. 그 다음부터는 내가 직접 설명하지. 요정의 나무
는 요정세계와 인간세계, 그 외의 많은 곳과 연결을 하고 있는 나무지. 잠깐, 그 나무를 통해 인간세계에 가서 살다 온 요정이 분명 1학년에 있을 텐데......! 이름이...에, 뭐였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 말을 듣자 에르샤는 혹시 그 요정이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다크 선생님이 말을 계속했다.
“아, 이제 생각났어요. 미오르나와 제프라는 꽃의 요정의 딸일 거예요. 플로라 여신님의 순간적인 오해로 아깝게 죽었지요. 눈에 띄는 요정은 아니었다만. 그렇지만 그들의 딸은 매우 영리하고 예쁘게 생겼더군요. 나도 얼마 전에 한 번 봤었거든. 분명히 1학년일 건데 말야. 지금쯤 7살일 테지만 워낙 똑똑해서 학교에 일찍 들어왔다고 모르니가 말해줬거든.”
그 말을 듣자 에르샤는 그 소녀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선생님, 그 아이 이름이 혹시 에르샤 아니에요?”
그러자 다크 선생님은 이제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맞아. 에르샤야, 에르샤.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 아이 이름을 아니?”
“제가...에르샤예요.”
“그게 정말이냐? 하긴 정말 미오르나와 제프와 닮았구나.”
“그런데 모르니를 아세요?”
“그래. 모르니와 네 부모님은 어렸을 때 나를 잘 따랐거든. 좋아, 그건 그렇고 너도 요정의 나무를 통해 인간세계로 갔었지?”
“그건 모르겠어요. 요정의 나무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 그런데...”
다크 선생님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젠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 선생님! 저희도 궁금한 게 얼마나 많다구요. 그렇게 선생님만 말씀하시면 어떡해
요?”
프랑크도 맞장구쳤다.
“그래요. 선생님은 에미에 대해 알고 계시지만 우린 모른다구요. 물을 기회는 우리한테도 주세요!”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에르샤, 쟤네들한테도 대답 좀 해줘야겠구나!”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젠이 먼저 물었다.
“야, 너 정말 인간세계 갔었니?”
클린도 물었다.
“에미야, 정말 인간세계라는 것도 있는거야?”
늘 조용하던 리아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에미야, 인간들은 어떻게 생겼니?”
모두가 쉴새없이 질문을 해대다가 잠시 멈췄을 때 로니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에미야, 인간들은 어떻게 사니? 넌 어떻게 지냈어?”
모두 로니의 질문에 동감한다는 듯이 일제히 에미를 바라보았다.
“인간세계 말이야? 응. 인간들은 마인 킹 같은 게 없어. 그리고 요술 같은 것은 아예 부릴 줄을 모른단다! 난 인간세계로 갔을 때에 네로나 아주머니와 토머스 아저씨네 집에 있었고, 존 아저씨네 집에서도 조금 있었어. 그런데 내가 감기에 걸려 있을 때,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매우 친했던 친구라고 하시는 모르니라는 분이 나타나셔서 나를 이 곳, 요정세계로 다시 데려다 주신거야. 젠바크에 들어오게 될 때까지는 계속 그 분이 나를 도와주셨는데, 내가 젠바크에 다니고 있는 동안에는 도와주실 수 없대. 인간들은 우리와 비슷하게 생겼어. 인간세계는 여러 나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나라마다 생긴 게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말이야.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에미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로니가 다시 물었다.
“그럼, 에미. 저, 인간들은 모두 좋니?”
그 물음에는 에미도 당장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존 아저씨는 너무나도 좋으신 분이었지만, 반대로 네로나 아주머니와 토머스 아저씨는 에르
샤를 그렇게 괴롭힐 수 없었으니까. 에르샤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자 성질 급한 클린이 캐물
었다.
“아우, 진짜 답답해 죽겠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한 마디만 해주면 될 걸 같다가 왜 그렇게 뜸을 들이니? 아, 알았으면 빨랑빨랑 말해 봐!”
“음, 클린. 사실대로 말해도 되겠니? 존 아저씨는 정말 굉장히 좋으신 분이었어. 나한테도 무척 잘해 주셨고. 하지만 네로나 아주머니와 토머스 아저씨는 내가 조금만 잘못하면 때리고는 하셨어. 그러니까 인간들도 모두 좋은 건 아냐. 그렇다고 모두 나쁜 것도 아니고.”
“그래? 하여튼 나도 다른 세계에 가 보고 싶다!”
클린이 다른 세계에 가 보고 싶다고 말하자 다크 선생님은 깜짝 놀라시더니 허둥대며 말머리
를 돌리려고 애쓰셨다.
“여, 여러분. 이, 이제 이런 이, 이야기는 그, 그만 하고 수, 수업 합시다. 에, 에르샤도 이렇게 많은 지, 질문을 한꺼번에 바, 받으면 지, 지칠 것 아, 아닙니까. 에, 에르샤, 수, 수고 했어요. 이, 이제 그만 드, 들어가도 조, 좋아요.”
학생들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달리 끄집어 낼 것도 없었으므로 할 수 없이 다크 선
생님의 말을 따라야만 했다.
수업이 끝나고 식당으로 가면서 젠이 말했다.
“얘들아, 아까 다크 선생님 이상하시지 않았니? 에미한테 물으라고 한 건 선생님이면서 갑자기 그만하라고 하고, 막 허둥대면서 말도 더듬고.”
첫댓글 잘 읽었어요, 세라님.^^ 재미있네요.
잘 읽긴요~!!! 이연님이 읽어주시면 너무 부끄럽잖아요..!!! 점점 더 열심히 쓰도록 노력할 테니까 가끔씩이라도 읽어주세요. 그리고, 50편을 향해 힘내서 써주세요, 이연님!^^
정말 재미있네요.. 다음편 더욱 기대할께요.. ^^
네, 네. 감사합니다, 릴리님.(감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