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재클럽 여행
수국꽃의 나라 도초도 비금도와 자산어보의 섬 우이도 모래사막
섬으로 가는 길은 애틋함이 묻어 있다.
특별한 추억이나 삶의 흔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곳은 생면부지의 초행길이라도
뱃전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설렘이 인다.
현실의 속박으로부터 꿈꾸어온 유토피아 때문일까.
외딴 섬, 그곳은 바람과 안개의 영혼이 사는 곳
남모르게 고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리운 영토가 되어 있다.
그곳에서 해무에 갇혀 본 적이 있는가.
저녁 바다에 침잠해가는 석양빛을 본 적이 있는가.
풍랑에 발이 묶여 숨죽인 어부들의 처마 밑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섬 여행의 묘미는 날씨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가변성에 있다.
바람이 거칠지, 파도가 높을지, 노을과 안개가 아름다울지
아무것도 확정되어 있지 않다.
그저 자연이 허락한 대로 겸허하게
그 속에서의 시간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하면 자연은 뜻하지 않는 감동으로 몰아쳐
우리의 마음을 어느 바닷가의 절벽 위
등대의 불빛처럼 찬란하게 해 줄 것이다.
우리나라 섬 여행의 일번지라 일컬어지는 신안군은
모두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사대교 너머 비금도 도초도를 건너 우이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내는 풍경은 천태만상이다.
왜구들의 약탈을 피해 한때는 무인지경이었던 곳
전란과 기근으로 황폐해진 고향을 등지고 찾아온 이도 있었고
더러는 추쇄꾼의 발길을 피해 숨어들어온 우투리의 무리도 있었으니
척박한 삶을 일구던 민초들의 애환이 갯바닥처럼 질펀하다.
모래바람 밀려드는 풍성사구처럼 켜켜이 내려앉은 시간이
노둣돌을 놓아 보를 쌓고 바다를 일구어 농토로 만들었으니
소금밭에 돌고 도는 무자위만큼이나 고된 노동의 산물이었다.
갯벌에 주저앉아 조개를 캐거나 중선배를 타고 떠돌던 어부들은
더 먼 바다로 나가서 시퍼런 바닷물에 의지했으니
계절 따라 바뀌는 바람과 물길이 예고하는 삶은
자욱한 해무가 밀려오는 수평선처럼 막막한 것이었다.
다도해 이야기 / 이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