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도청 신청사 부지 재선정에 착수하자 신청사 유치를 위한 지역 간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춘천 지역에선 신사우동, 동내면 등 2곳이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근화동 일대 주민자치회도 유치 의사를 밝혀 현재 3곳이 유치 경쟁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최근 원주시번영회가 “도청사 부지 대상을 춘천에만 국한하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도청 신청사 유치 문제가 춘천을 넘어 지자체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2일 강원도에 따르면 춘천시 봉의동에 있는 현 강원도청사는 준공된 지 65년이 지나 안전성 등 문제가 제기돼 신축·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앞서 최문순(46회) 전 강원지사는 지난 1월 “강원도 청사 신축 이전 부지를 춘천 캠프페이지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캠프페이지는 춘천시 근화동에 있는 미군기지다. 그러나 발표 이후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진태 현 지사는 “신축 이전 부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지난달 도청 신청사 건립 부지 선정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신청사 부지 재선정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위원회는 연말까지 도청 이전 부지를 확정하고, 2026년 신청사를 착공해 2028년 6월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원도의 이 같은 방침에 춘천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지역별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저마다 도청 신청사 유치의 최적지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강원도청 강북신축추진위원회와 춘천시발전연구회는 지난 9월 6일 강원도청 신축 관련 시민대토론회를 갖고 “춘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신청사가 신사우동 등 소양강 북쪽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지량(49회) 춘천시발전연구회장은 “사북면과 북산면이 자리한 강북 지역은 인구소멸 지역으로 도청 이전과 함께 이 일대를 행정타운으로 만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캠프페이지가 있는 근화동과 소양동 일대 주민자치회는 “기존에 발표했던 캠프페이지 부지로 도청 신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며 강한 유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내면 일대 18개 자생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동내면 강원도청 신축유치위원회’도 도청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지역 간 균형 발전을 고려하면 동내면 일원에 도청 신청사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원주시까지 가세했다. 박동수 원주시번영회장은 지난 9월 13일 원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민을 위한 강원도 신청사를 어디에 신축할지를 도민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데 전 도지사나 현 도지사는 신청사를 춘천 이외 장소에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 단 한마디로 거절하고 있다”며 “공론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도민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강원도 전체 의견을 묻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다.
신청사 유치전은 지역 정치권으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선영 춘천시의원은 시의회 자유발언을 통해 “도청사 신축 이전은 원안대로 캠프페이지 부지로 이전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용갑 춘천시의원은 시의회 자유발언에서 “신사우동에 있는 도유지에 강원도청을 이전해야 비용도 아끼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지역 간 도청 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갈등 확산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다방면의 숙의와 검토를 거쳐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신청사 부지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강원도나 춘천시 등이 신청사 부지 선정을 위한 공론의 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신청사 건립부지 선정위원회가 구성된 것이 공론화의 첫발”이라며 “입지 선정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하고 그 결과를 도민들께 충분히 설명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