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32)이 2일 중국전을 시작으로 개막된 2002 부산아시안게임 야구경기를 앞두고 다부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28일까지는 팀의 중심타자이자 주장으로서 기아를 2위로 이끌어왔다. 그동안 그의 마음속에는 기아의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만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결승전이 치러지는 오는 9일까지는 다르다. 기아라는 한 팀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한국 대표’다. 지금은 오직 ‘금메달’에 대한 목표만 가슴에 담고 있다.
보통 선수라면 ‘태극마크’가 주는 상징성 하나만으로도 정신적·육체적 중압감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이종범에게는 그 중압감을 훨씬 뛰어넘는 중책들이 맡겨져 있다.
우선 지난 29일 대표 소집 첫날부터 ‘주장’이란 완장이 채워졌다. 개인 보다 대표팀 전체를 생각해서 행동하고 사고해야하는 입장이다. 대부분인 후배들을 다독거려야 한다.
1일부터는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내려됐다. “톱타자로서 한국의 공격을 이끌라!”는 중책이다.
‘이종범=톱타자’라는 등식은 오랫동안 성립돼왔지만 이번 대표팀에서의 톱타자는 어깨를 매우 무겁게 한다. 대표팀의 목표는 오직 한가지인 금메달이고,이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톱타자 이종범이 경기마다 출루해 득점기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 대학 4년동안 태극마크를 단 이후 10년만에 달았다. 헬멧이 프로에서 쓰는 거랑 달라서 머리가 좀 아프다. 옛날로 돌아간 느낌도 들어 설레임도 없진 않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다.이제는 선배의 입장으로서 모든 면에서 모범이 돼야 한다. 후회없는 경기를 치르고 싶다.“
이종범은 올해 정규리그 도중 사구로 광대뼈가 함몰되는 큰 부상도 당했고 한달전부터는 왼쪽 허리 근육이 뭉쳐 100%의 컨디션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방망이를 휘두를 때 자신도 모르게 균형이 흐트러질 때도 있다.
그러나 대표팀의 주장이자 톱타자로서 컨디션을 탓할 형편이 아니다. 몸이 좋지않으면 정신력과 풍부한 경험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 주니치에서 3년반동안 생활하면서 쌓은 국제경험을 토대로 금메달의 위협 세력인 대만과 일본을 꺾는데 앞장설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