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선 출마? 행복한 착각?
그는 복(福) 속에 화(禍)도 있음을 잊었던 듯하다.
흔한 속담 하나.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어제(2.9) 조선일보 기사가 딱 그 짝이었다.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대선 직행? 서울시장 출마? 한동훈의 고민》우스꽝스러운 기사 제목이지만 남의 일에 웃기도 뭣하고 해서, 양반다리나 꼬고 앉아서 심심풀이로 마음 가는 대로 한번 긁적여 본다. 한담만문(閑談漫文)으로 볼 분은 그렇게 보시고, 방담열어(放膽熱語)로 볼 분은 또 그렇게 보셔도 좋다.
먼저, 저런 게 고민이라면 고민 안 할 이가 어디 있겠나. 한동훈은 2022년 법무장관에 취임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나왔다. 장관질을 잘했는지 못 했는지는 모르나 장관을 할 만큼은 하고 나왔다. 이어서 바로 집권당 대표를 하고, 비대위원장을 했다. 채 3년이 되지 않은 시간에 내로라하는 정객이 된 것이다.
그렇게 꽃길만 걸어왔으니 세상이 말랑해 보일 테고, 대선 출마, 서울시장 출마를 넘어다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벼락출세는 자기 노력의 결과가 아니고 자기 재분(才分)으로 된 것도 아니다. 그저 공으로 얻은 것 곧 윤 대통령이 베푼 무엇이다. 윤석열의 뒷배로 해서 컸으니만큼 더욱 크려면 지금이라도 윤석열을 배알해야 좋다. 여차여차하고 이러이러해서 대통령 출마냐. 시장 출마냐 하나를 놓고 고민하고 있으니 한 말씀 들려줍쇼 해야 예(禮)에 맞는 일이지 혼자서 해결할 일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찾아뵙기는 힘들 것이다. 꽃밭에 불 지른 자 아닌가.
다음, 저 기사 제목은 ‘안철수 현상’도 불러낸다. 안철수는 어느날 아침 홀연히 정계를 긴장시키며 영화 속, 고난받던 주인공처럼 등장했다. 이를 세상은 ‘안철수 현상’이라 했다. 그도 대선에 출마할까. 서울시장에 출마할까 행복에 겨운 고민을 했다. 그리고 저울질하고 장고(長考)도 했지만 끝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대선은 문재인에게 빼앗기듯 양보했고 서울시장 출마도 하지 못했다. 이제 안철수 현상은 속빈 강정으로 드러났고 안철수 본인은 정치 부평초같이 이 당 저 당 떠돈다.
안철수가 저 당시, 대선에 미련 두지 말고, 좌고우면도 하지 않고, 바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더라면 지푸라기 줍기보다 쉽게 당선됐을 것이고 그의 정치 위상이 지금과는 천양지차로 다를 것이다. 눈앞의 원욕(願慾)에 자기 관리를 소홀. 둘러 가는 길이 길게 보면 빠른 길이었음을 잊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제 힘으로 혹은 자기 인기로 ‘안철수 현상’을 일으켰다. 반면에 한동훈은 윤석열이 끌어주지 않았다면 변방의 검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에 의해 이름 석 자가 겨우 퍼지게 된 사람인 것이다. 다만 안철수의 사례를 교훈 삼으면 좋은 일을 보게 될 수 있고 정치 성공도 거둘 수 있을 터이다
법무장관을 지냈으니 서울시장 정도에는 출마해 볼 만하나, 대선 출마에는 구경꾼이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이 말씀은 남의 앞길을 막자는 것이 아니고 한동훈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한동훈이 대선에 출마하면 당선될 것도 아니면서 우익의 표만 축낼 거라는 점에서 말리는 바이고, 자기 뒷배를 봐준 사람이 탄핵당할 것을 전제로 한 대선 출마 저울질이라서 아름답지 못하기에 말리는 바이며, 한동훈의 정치 걸음도 하나하나 계단 밟듯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도리어 성공의 지름길임을 일러주는 것일 뿐이다.
거듭 말하지만, 한동훈이란 이름이 나게 된 것은 윤석열 덕택이고 윤석열의 세덕(勢德)에 의해서이다. 윤석열이 아무리 한동훈을 키워주고 싶더라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한동훈은 인덕도 있고 세덕도 있는 사람으로 복이 많은 팔자다. 그러나 이것이 한동훈을 주저앉혔다. 그는 복 속에 복만 있는 줄 알았지 복 속에 화(禍)도 있음을 잊었던 듯하다. 제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찌른 자에게 무엇을 더 기대하겠나.
한동훈이 아침저녁 사이에 입신양명한 것을 보면 인복도 인덕도 대단히 많은 사람이다.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개척정신으로 자초한 것이 아니라 은인을 떠받으려 자초한 것이니 앞으로도 홍복(洪福)이 계속될지 여기서 그칠지 판가름나게 되었다 “이고 지고 가도 제 복 없으면 못산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한동훈 역시 자기 복이 없으면 무엇인들 하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