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裁, 절차적 적법성과 공정성 지켜야
로스쿨 학생도 알 수 있을 법 해석의 원리에 눈감고 심판절차를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고, 헌법재판소법상 송부 요구를 할 수 없는 내란죄 수사기록을 송부받아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이 없는 공범들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기도 하였습니다.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탄핵심판 사건은 무엇인가>
대통령 권한 정지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기에 종료시키기 위해 심판절차를 신속하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적법성과 공정성을 해쳐서는 안됩니다.
탄핵심판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필요가 더 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오로지 국가기관의 권한 정지만을 목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탄핵소추한 사건들입니다. 의회 다수당의 폭력적 탄핵소추를 견제하여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중요한 책무입니다.
감사원장,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 법무부장관 등에 대한 탄핵사건을 조속히 심리하여 의회가 정지시킨 국가기관의 업무를 정상화시켜 합법을 가장한 의회의 반헌법적 권한행사를 견제해야 합니다.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 대한 가처분 결정으로 최상목 권한대행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최상목 부총리는 헌법재판소에 대해,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이 적법한지 여부를 결정하여 권한대행의 법적 지위를 확인해 주지 않으면 국회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하여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어야 했습니다.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제한하는 증인신문 시간제한>
재판의 기초는 충실한 사실인정입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위해 불필요하고 중복되는 증거신청을 제한하고 소송지휘를 통해 증인신문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모든 증인에 대해 일률적으로 증인신문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증거조사의 본질을 해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재판실무와도 맞지 않습니다.
실체적 진실발견을 양보하더라도 탄핵심판 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과연 그 절차가 공정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법률이 금지한 수사기록 송부 요구>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는 범죄수사가 진행중인 사건 기록은 송부 요구를 할 수 없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원본을 요구할 수 없을 때에는 등본을 요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심판규칙이나, “공무소 등에 보관기록의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들어 내란죄 수사기록 등본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심판규칙이 상위 규범인 헌법재판소법의 규정보다 앞설 수 없고, 형사소송법은 헌법재판소법에 특별한 규정(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이 없을 경우에만 준용할 수 있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수사기록을 송부받지 못할 경우 탄핵심판 절차의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어려움이 있다면 차라리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에 대해 위헌법률이라고 결정하여 그 효력을 배제한 다음 기록 송부를 요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러한 조치도 없이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로스쿨 학생도 알 수 있을 법 해석의 원리에 눈감고 심판절차를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의 증거법칙은 탄핵심판에도 준용되어야>
윤 대통령과 내란죄 공범으로 기소된 증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공범들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조서들을 증거로 채택했습니다. 탄핵심판 절차가 형사소송 절차와 다르다는 이유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탄핵심판은 물론 형사절차가 아닙니다. 그러나 탄핵심판 절차와 형사소송 절차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쟁점을 정리하면서, 내란죄와 관련된 행위들은 탄핵심판 심리에 포함하여 판단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탄핵심판 결정문이나 심판절차 기록은 내란죄에 대한 형사소송절차에서 증거로 채택되어 탄핵심판절차에서 인정된 사실이 내란죄에 대한 형사소송절차에서도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의 증거법칙을 탄핵심판절차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내란죄에 대한 형사소송절차에서 증거법칙 적용을 배제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탄핵심판으로 인한 공직으로부터의 파면이 형사 처벌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의 증거법칙은 피고인의 인권 보장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오판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탄핵심판절차가 형사소송절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법이 준용하기로 한 형사소송법의 증거법칙을 배제하는 것은 탄핵심판절차에 관한 절차적 적법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잘못된 선례는 바로잡아야>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의 선례를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위법하고 잘못된 결정을 선례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답습하는 것은 우리나라 최고의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취할 태도는 아닙니다.
<참외밭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아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항소심이 진행중에 있고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하면 위 사건의 항소심 판결은 반드시 2월 15일 이전에 선고되어야 하고 대법원 판결도 항소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인 5월 15일 이전에 선고되어야 합니다. 위 사건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재명 대표의 대선출마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판결의 선후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대선출마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필요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정을 안정시켜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지 특정인의 대선출마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참외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 진행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권위는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헌법질서에 승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정은 최종적이고 그 결정을 기초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권위는 단순히 불복할 수 없다는 법체계만이 아닌 심판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법과 원칙에 충실한 절차 진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극단적인 갈등을 종식시키고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최재형(前 국회의원) 페이스북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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