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하는 인격을 기대합니다
지난 2월 6일 국회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조특위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이진우 중장에게 “수도방위사령부의 사령관씩이나 돼 가지고 법률 판단을 어련히 알아서 못하고 ‘군 통수권자가 법률 전문가 출신이니까 (계엄을) 했겠거니'…”라고 이야기를 하자 여군 최초 소장 출신인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이 “수방사령관씩이라니요?”라며 반발하자 용 의원은 이에 “조용히 하시라”고 고함쳤고 흥분한 강 의원 “야”라고 소리치자, 용 의원은 “‘야’라니”라며 “수방사령관씩이나 돼서 그랬지 일반 사병이 그랬어?”라며 맞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TV로 이 모습을 보면서 절망했습니다. 국회의 막말과 고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흘러 세대 교체가 되면 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비록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국정조사 특위에 불려왔지만, 사법적 처벌과는 별개로 군인은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부대의 지휘관은 개인의 체면보다 부대의 사기를 위해서 예우를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이라면 이 정도는 고려해서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30대 중반의 여성 국회의원에게 이런 기대는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사령관씩이나”라는 발언은 87년도에 군부독재 종식을 외치며 시위를 했던 필자가 듣기에도 거북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청문회에 불려 나온 사람들에게 윽박지르고 혼내는 듯한 말투와 모멸감을 주는 것에 사람들이 박수를 칠 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증인 똑바로 하세요. 본 의원은 국민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서 물어보는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대체 어느 국민이 청문회에 불려온 사람들을 막 대해도 된다고 허락했나요? 선거 때마다 스스로 공복이라고 말하며 납작 엎드리던 사람들이 둥그런 뚜껑 얹은 이상하게 생긴 건물에만 들어서면 왜 광폭해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대통령이 스스로 문제를 일으켜 이 사달이 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지만 아직 헌재의 판결이 나지 않았는데 공식 석상에서까지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빼고 “윤석열”이라고 부르는 정치인들을 보면, 이 역시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은 탄핵 의결이 있기 전부터 계속 “윤석열”이라고 불렀는데, 한솥밥을 먹지 않더라도 정치를 하는 사람이면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도 따라하지 않겠습니까? 역대 대통령들도 재임 중에 간혹 직함을 빼고 이름만 불린 경우가 있었기는 하나 이번 대통령처럼 자주 “윤석열”이라고 이름만 불린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인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만약에 사회자가 공식행사를 진행하면서 정치인의 직함을 빼고 이름만 부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추미애가 인사말을 합니다.” “홍준표가 답사를 하겠습니다.” “용혜인 소개합니다.” “임종득 자리했습니다.”
아마 틀림없이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를 들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그랬잖아요? 여러분은 해도 되고 나는 하면 안 되나요?” 라고 반문하면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논어의 자로(子路)편에 보면, 자로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正名)이 첫 번째다.” 자로가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하고 되묻자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냉정하게 각자가 이름 값을 하고 있는지 남의 이름은 제대로 불러주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Y9GVibQ-APk?si=wsZwhFmqHZnRLu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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