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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맛집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후크
늦여름 가족 여행을 마치면서 충주를 지날 즈음.
아련히 옛 생각도 나고 해서 충주IC를 나와 목계로 향했습니다.
목계
참 예쁜 이름이지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아련한 추억과 함께 역사가 기억하는 슬픈 곳입니다.
예전 댐이 막히기 전 영월과 황지에서 발원하는 물길이 두물머리를 거쳐 북한강과 만나고 마포나루를 지날 때
목계는 남한에서 가장 큰 파시와 나루터 장터가 서던 곳입니다.
신경림 시인의 시 <목계장터>에서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고
땅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하네
...............
비개인 나루터 석삼년에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서 쉬라고 하네"
이런 시구절이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곳이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뗏목꾼들을 위해 등대서 있는 이곳이
산업화와 댐이 건설되어 물길이 막히면서
예전 번성하던 뗏목길은 사라지고 나루터 즐비하던 장터주막과, 색주가, 여숙이 명맥을 잊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물론 1980년도 홍수 때 남은 건물들과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는 그래도 장터의 흔적은
남았었는데,......
궁궐과 서울에서 쓰던 나무를 엮어 뗏배를 움직이던 사공들도 사라지고
지금은 섬 가운데 조선 소나무들만이 번성하던 옛 영화를 추억하는 듯 싶습니다.
한참을 물가에서 앉아 놀다가 아이들과 예전에 걸었던 청룡사지와 국보 보각국사비를 찾아 갔습니다.
여잔히 대한민국의 문화재 관리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보각국사비를 쓰다듬고 몇몇 이야기를 엮어서 아이들과 한가하게
산길을 걸었습니다. 무더웠지만 청량감이 있는 청계산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출출하다고 하여 소태면으로 내려가려고 하다가.
문화재 설명하시는 분이 아주 멋진 카페가 근처에 생겼다고 해서 물길을 따라 소태면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반신반의로 갔는데,
글쎄요.
이번 여행이 이곳을 향한 여정이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놀라움과 충격.
국보 보각국사비가 있는 청룡사지 입구.
연못도 있고, 400년된 느티나무와 300년된 느티나무가 마당에 있는
4000평이 넘는 카페.
그것도 직접 커피 생두를 수입하고, 로스팅하고, 여러가지 드립방식으로 내려주는 카페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는 더욱 황당했습니다.
마치 꿈결을 걷고 있는 듯한 아니 언젠가 꿈속에서 만난듯한 익숙한 모습.
내부 인테리어는 화려했지만 정갈했고, 동화 속 나라를 온 듯 했지만 기품이 있었습니다.
주인장이 직접 문앞까지 나와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하시는 말씀 "이 시골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참 카페에서 듣는 말 치고는 낯선 이 말이 왜 그렇게 정감이 있는지....
흡사 시골 외갓집을 갔을 때의 기분같기도 했습니다.
각설하고
카페동과 로스팅 동으로 구분되는 이 카페의 건물은 나무로 지은 140평 건물입니다.
외관은 매우 심플하고 판교에서 자주보는 스타일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중세 유럽의 성곽문과 같은 육중한 문을 지나 나무의 서까래와 대들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천정이 성당만큼 높은 공간이 등장합니다.
커피가 아닌
프랑스의 대저택에서 프아그라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이 분위기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생긴 카페에요?
네, 올해 2월부터 집을 짓기 시작하여 7월에 완공하고 문을 연지 10일 되었습니다.
아! 그래서 사람이 별로 없군요.
네,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랬구나.
그래서 아직 소문이 안 났구나!!!!
아이들은 연꽃이 핀 연못으로 400년된 느티나무 주변 데크로 뛰어다니고
저는 메뉴판을 열어봅니다.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이 현기증.
도대체 이런 메뉴판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아프리카와 코스타리카, 브라질, 페루, 과테말라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메뉴판.
이 커피는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지역과 기후의 특성, 말리는 과정과 맛을
장황하게 그러나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메뉴판.
흡사 제가 과테말라의 시포리안에 와 있는 듯한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랬습니다. 커피를 마시기 전에 커피 체리를 제가 한 손에 주무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장은 로스팅기계 두 대를 놓고 산지별 커피를 직접 수입한다고 합니다.
물론 직접 로스팅하는데, 일반 커피가 아닌 커핑 점수 85점 이상되는 스페셜티만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로스팅실과 생두 창고를 구경했습니다.
3톤이 넘는 생두가 쌓여있는 창고는 그 자체로 압권이었고, 디드릭이라는 로스터기 2대도
저에게는 생소함을 넘어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맛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드립방식과 사이폰 방식 중에 선택을 하고 산지별 원두를 고르면
세부적인 선택사항을 묻습니다.
드립중에 칼리타, 하리오, 고노, 케이맥 중에 선택을 하라고
이것이 끝나면 커피잔과 필터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10년 넘게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먹은
제가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커피맛 이것 대한민국 최고였습니다.
강릉의 테라로사, 양수리 고당, 가로수길 나무아래서, 북한강 라뷰 등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로스터리샵을
다녀봤지만 '카페 느티나무'에서 먹은 아체골드라는 인도네시아 커피, 그리고 리필된 코스타리카 델솔이라는 커피는
제 인생 최고의 맛과 향을 가진 진한 커피였습니다.
주인장의 포스에서 느껴지는 저 "무림의 고수"같은 분위와 아우라.
더이상 묻지도 않고 그냥 넉을 잃었습니다.
사진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상상을 방해할 뿐 실물을 제대로 담을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꼭 한 번 가보시고, 피자도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화덕도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데,
조각타일 붙인 솜씨가 미켈란젤로입니다.
너무나 감동하여 아직까지 커피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꼭 알리고 싶습니다.
충주시 소태면 오량리 청룡사지길 5
로스터리 카페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