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2회차를 올리고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3회차를 올립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웃집을 몇 군데 찾아 갔다. 참외를 사서 갖고 가서 며칠 있으면 공사를 시작할 건데 먼지도 날리고 소리도 시끄러울 것이라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했다. 다들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이야기해 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6월 6일 어머니의 생신이어서 순천에 갔다가 7일에 전주로 돌아왔다. 박대표에게 어머니 생신이어서 순천 갔다가 7일에 전주로 돌아와서 문짝 떼러 올 때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상관없다고 했다. 자기네끼리 알아서 할 테니 걱정말고 일을 보라고 했다. 순천에서 전주에 돌아와 집에 가보니 문짝만 떼어낸 게 아니고 다락도 일부 뜯어져 있었다. 그렇게 가고 9일에 다시 와서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거의 날마다 현장에 가 봤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일이 진척되는 게 별로 보이지 않았다. 두 군데 있는 다락을 내려 앉히는 것도 여러 날 걸렸다. 다락을 내려 앉혀서 바닥을 높이는 것도 오래 걸렸다. 화장실이었던 방과 옆에 있는 방 사이의 벽을 일부 헐어내는 것도 오래 걸렸다. 단단한 콘크리트 벽이라 기계를 사용하긴 해도 여간 힘들어 보이는 게 아니었고 먼지도 많이 날렸다. 세를 내주었던 공간에 있던 방과 거실 사이에 원래 문이 있던 자리를 찾아 헐어내는 건 비교적 쉽게 한 것 같았지만 그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열흘이 지나도 눈에 띠게 진척되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현장에 갔더니 현장소장님이 심야 보일러를 철거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내가 이 집을 살 당시, 이 집은 세를 준 곳을 가스보일러를 사용하고 주인이 살던 곳을 심야전기로 난방을 하고 있었다. 심야보일러를 그대로 사용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소장님은 떼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20년 쯤 사용한 거라 언제 고장이 날지 알 수 없고 지금은 심야전기가 딱히 싼 것도 아니니 없애 버리고 전체를 가스보일러로 난방하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원래도 팔랑귀인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집을 고쳐서 살다가 문제 생겨서 철거하려 들면 일이 많이 복잡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혼자 사는 집에 모르는 남자(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남자일 가능성이 높으니)가 드나들 일을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공사를 벌이고 있을 때 철거를 하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 따질 것도 없이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심야보일러와 온수통을 철거하고 나니 넉넉한 창고 공간이 나오게 되었다. 온수통은 두꺼운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어 고물상에라도 팔면 돈이 좀 될 것 같았지만 장성에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있던 박대표가 자기집에서 쓰면 좋겠다고 해서 그냥 가지라고 했다. 이렇게 저렇게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뜯어낼 건 뜯어내고 뚫을 건 뚫고 막을 건 막고 나니 일이 조금 되어가는 것 같았다. 낮은 바닥을 메워서 다른 방과 높이를 맞추는 데에 뜯어낸 폐건축자재를 내가지 않고 활용을 했지만 그래도 버릴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 뜯어낸 문과 문틀, 쓰레기들을 대문 앞에 내놓았는데 우리집 대문이 골목에서 안으로 디귿자 모양으로 들어와 있어 그나마 사람들의 통행에 그다지 방해가 되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금요일 일이 끝나고 주말을 쉬기 위해 갈 때 폐자재들을 갖고 가 폐기물 처리장에 버리기도 하고 이 분들이 작업장으로 쓰는 공간에 갖다 두기도 하는 것 같았다.
현장소장님을 처음 우리집을 둘러보고 일이 복잡하다고 안 하고 싶어 하는 기색을 비춰 난 걱정이 많이 되었다. 박대표가 밀어붙여 우리집 일을 하게 되면서 그 양반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보니 까탈스럽게 굴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해주는 것이 보여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박대표는 이런 일을 많이 해 본 사람이어서인지 아이디어도 좋았고 감각도 좋았다. 처음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세주던 방의 출입문이 있는 공간을 세탁실로 사용하고 마당에 있는 창고에 선반을 넣어서 그대로 창고로 활용하려고 했다. 박대표가 두 공간을 보더니 마당에 있던 창고를 세탁실로 하고 세탁실로 쓰려던 공간을 창고로 쓰는 게 좋겠다고 했다. 세탁실로 쓰려던 공간이 네모 반듯하지 않아 세탁실로 쓰기에 좀 거시기한가 고민하던 차라 박대표의 의견을 받아 들였다. 박대표는 거실에서 마당 쪽에 있는 큰 샷시로 된 창을 떼어 내고 폴딩도어를 달자고 하였다. 해남 자연드림 매장에서 봤던 폴딩도어가 생각나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공사가 끝나고 이 집에 한 번 와보는 사람들은 모두 폴딩도어를 한 걸 모두 좋아했다. 마당이 시원하게 잘 보이고 쭈욱 잡아당겨서 닫는 방충망도 설치해 놓으니 거실이 한결 시원하고 좋다.
흔히들 그러는 것처럼 이 집은 대문 위로 옥상이 만들어져 장독대가 만들어져 있는데 대문과 연이어 바깥 화장실과 앞서 말한 창고가 있었고 그 창고와 화장실, 대문 위가 옥상이어서 폭은 좁으나마 제법 넓이가 있는 옥상이 있다. 그 아래에 있는 창고에 아파트에서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물건들을 갖다 넣어 뒀다. 그 창고를 세탁실로 만들기로 하면서 수도, 전기 설비를 다시 하고 타일도 붙이느라 그 창고에 있던 물건들을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로 꺼내 쌓아 두고 비를 맞지 않게 포장으로 덮어 두었다. 그렇게 짐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심야보일러를 철거한 자리를 창고로 사용하기로 해서 그 쪽 창고가 정비되면 짐을 옮기려고 생각했던 터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게 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보일러실 있던 자리의 창고는 바닥을 보강하고 페인트칠도 해야해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페인트칠은 모든 작업의 맨 마지막 단계의 작업이어서 창고에 있던 짐을 내놓은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세를 주었던 방을 부엌으로 만들게 되니 한 쪽에서는 문을 막고 한 쪽에서는 막힌 벽을 뚫게 되었다. 싱크대를 창문 쪽으로 자리잡고 보니 원래 창문이 너무 커서 창문 아래 쪽을 막고 새로 창틀을 설치하니 설거지 하면서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만들어 졌다. 싱크대를 창문 아래 자리 잡으니 상부장을 설치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설거지한 그릇들을 놓을 선반을 새로 사야했다. 검색을 해보니 가격이 꽤 있어서 여기저리 찾다보니 거의 반값 수준으로 할인 판매하는 것이 있어 그것을 사게 되었다.
화장실이 있고 위로 다락이 있던 방에서 다락을 내려앉혀 객실로 만드는데 작은 창문이 여러 개 있었다. 다락의 창문과 화장실의 창문, 그리고 화장실 환풍구.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그 창을 모두 막지 않고 그대로 창문으로 살려두니 그것은 그것대로 멋스러웠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일하는 분들에게 간식이라도 갖다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박대표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견적에 간식비까지 다 포함되어 있으니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아무 것도 갖다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날이 너무 더워서 얼음물이라도 갖다 줄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처음엔 큰 보온병이 없어 플라스틱 통에 얼음을 담고 그 통을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서 갖다 주었다. 물은 있지만 시원한 물이 없어 먹지 못 하다가 그거라도 있으니 좀 나은 듯 했다. 그런데 얼음도 얼른 녹고 열고 닫는 것도 복잡하고 이래저래 성가셨다. 어느 날 현장에 와보니 옆집 할머니가 와 계셨다. 보니 냉커피를 타오셨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던 대표의 말에 얼음만 갖다주던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할머니께서 댁에 시멘트로 손 봐야 할 곳이 조금 있는데 시멘트를 사기도 사람 불러서 손보기도 애매한 차에 일하시는 분들에게 남는 시멘트 반죽을 좀 얻어다 쓰시고는 두어 번 커피를 타오셨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표가 하지 말랬다고 그냥 있을 일이 아니구나 생각되었다. 몇 년간 사용하던 1.5리터짜리 보온병이 갑자기 보온이 되지 않아 이사올 때 버리고 그냥 있던 작은 보온병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큰 보온병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 가서 2리터짜리 보온병을 사서 커피믹스를 타서 얼음을 넣어 나르기 시작했다. 첫날은 별 생각없이 커피믹스 열 개를 넣어서 탔는데 들고 나와 다 도착해서 생각하니 커피를 너무 적게 넣었다 싶었다. 보온병을 내밀며 ‘다 와서 생각하니 커피를 너무 적게 넣은 것 같아요. 오늘은 그냥 드시면 내일부터는 제대로 타 올게요.’했다. 어쨌거나 얼음을 넣은 커피라니 마셔보더니 ‘시원한 맛으로 먹지요.’하는 거다. 다음날부터는 커피믹스를 스무 봉지씩 넣어 커피를 타고 얼음을 넣어서 공사장으로 날랐다. 얼음이 많이 들어가니 보냉성이 높아서 커피는 다 마셔도 얼음은 다음날까지 녹지 않았다. 그렇게 커피를 나르면서 내 맘이 조금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