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펌, 도용, 성형 절대 금지요 ※※※
-----------------------------------
S〃프라임 ☆ 레일라〃소설방
(http://cafe.daum.net/leila)
레일라 (sunny-ju27@hanmail.net)
------------------------------------
[달님과 한강] ※ 마녀, 달콤한 복수를 꿈꾸다 ※
* 34
# 2005년 9월 10일 토요일 해뜰 무렵의 정동진
여전히 알 수 없이 피식대는 미소로 나를 바라보는 승우와,
그런 승우가 어색하기만 한,
아니 이런 자리 하나 하나가 어색하기만 한 나.
블랙나이트와 마녀.
우리의 운명은 도대체 뭘까.
운명이란 거.
승우 녀석은 그런거 믿지 말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도 믿고 싶지 않고, 피해버리고 싶은 거지만,
그렇지만 내 발목을 붙잡는 건... 결국 그 운명.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운명의 수레바퀴들.
도대체 이런 운명들의 정체는 무얼까.
운명이란 이름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이러한 것들.
도대체...
서민우는, 하승우는, 그리고 강민은,
그리고 유은아 바로 나는,
도대체 어떤 운명으로 얽히고 또 얽힌 존재들일까.
"드디어 해 뜨네."
모닥불이 다 타버려 타닥타닥 소리가 날 때 즈음,
세 개피째 담배를 피다가 꺼버린
지독한 담배 골초이자 나만의 블랙나이트 하승우가
침묵을 깨뜨리고 한 말은.
해. 태양. The Sun.
정동진에서 보면 그 어느 곳에서 보는 것보다 일품이라는 그 해.
그 장관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나도 모르게 나는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게 떠오르는 해.
그리고 어두웠던 주변을 하나씩 하나씩 붉게, 그리고 환하게,
그렇게 물들여가는 그 햇님이, 그 햇살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너무나도 예뻤다.
손대면 톡 터질 것만 같은 해가 나를 비추고,
그리고 내 옆에서 여전히 씁쓸히 웃고 있는 승우를 비췄다.
한참을 그 태양만 바라보고 있었다.
새로운 아침.
새로운 하루.
항상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 속의 새로운 시작.
하지만 돌아서면 금새 끝에 서 있는 우리의 일상.
처음도,
끝도,
시작도,
종말도,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내 운명이 또 다시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피식. 유은아."
"...어?"
"내 운명 말이야."
"운명 같은 거 안 믿는다며."
"응. 안 믿어. 안 믿는데. 더럽게 꼬여서 안 믿는 거야.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서부터 끝나는지 도저히 찾을 수 없을만큼,
꼬이고 또 꼬이고, 그리고 또 꼬이고....
풀어보려고 애쓰고 발버둥쳐도,
풀리기는 커녕 도저히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 엉켜버리거든.
그래서 포기했어. 그딴 거 푸는거.
또 시작이다. 그 운명 중에 하루가. 피식. 지겹다."
오늘따라 하승우는...
아니 원래도 그랬지만 오늘만큼은 더더욱.
씁쓸하고 또 쓸쓸하고 외롭고 상처가 많아보였다.
어두운 그 녀석의 마음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 승우야. 해 예쁘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저 햇살 아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얼마나 찬란할지 한 번 생각해 봐."
"피식. 너는 얼마나 긍정적이라고."
"어?"
또 다시 할 말을 잃게 만들어버리는 그 녀석.
그 녀석의 말이 틀릴게 없었다.
그랬다.
나도 어두웠고, 나도 쓸쓸했고,
우리는 그렇게 둘 다 불쌍한 운명을 지닌 건지도 몰랐다.
"걱정 마. 풉. 인생 포기 안 했어. 나.
너가 지금 하는 말, 딱 인생 포기한 녀석한테 설교하는 거 같아."
"... 승우야. 내 말은 그 뜻이 아니고..."
"포기할 인생이었으면 진작에 죽었지.
잔인하게 만들어가면서까지, 차갑게 만들어가면서까지,
그렇게 악마 되면서까지 살아 있진 않았어."
"죽는다는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니래."
"강민이 아줌마 아줌마 하던데. 정말 아줌마 됐나.
오늘따라 잔소리 심하다 너? 크큭."
승우는 오랫만에 밝게 웃어보였다.
아줌마.
그래. 민이는 나 그렇게 부르더라.
아니 불렀었지.
아줌마라고.
.... 지금쯤 민이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나 때문에 상처받은 또 다른 사람. 강민.
나란 애가 참 한심해 보이는 순간이다. 피식.
잘난 것도 없는데, 사람들 상처만 주고 다니는 것만 같아서.
그 땐 정말 한심해 보였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
다른 사람들 상처만 주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 하지만 나는 몰랐다.
다른 사람들 상처 받는 것만 알고 있었고,
내 자신이 상처 받고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국 내 자신도, 내 주변의 모두도,
상처 투성이로 무너져 내릴 그런 운명이란 것을 전혀 몰랐다.
.... 그렇기에 운명이겠지만.
"이제 가야지."
승우는 다시 한 번 바다를 가로지르는 햇살을 응시하더니,
여전한 포커페이스로 돌아섰다.
나는 그런 승우의 뒷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녀석. 저 아이의 생각이 도대체 뭘까.
생각해보면,
이 바닷가에서 녀석과 함께 한 시간은
그리 길지도 않았지만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녀석의 고백.
그리고 녀석의 쓸쓸한 대사들.
하나하나가 내 가슴 속을 채워넣고 있었다.
서민우란 녀석이 차지하고 있는 그 공간을 제외하고.
# 9월 10일 토요일, 오전 10시 은아의 집 앞
"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 학교는 가야지."
".... 승우야."
"저 녀석은 도대체 뭐냐. 뭔데 저렇게 태연하냐.
어떻게 아까부터 표정이 여러 개일 수 있냐.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지마.
마녀보단 표정 마법 많이 못 할 테니까."
".... 하승우."
내 생각을 그대로 꿰뚫어버린 승우 녀석.
그랬다.
서울로 오는 내내 그 녀석의 표정은 포커페이스였다.
미동조차 없이,
그 무언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처럼,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에 도착하자마자,
녀석의 바이크에 올라타고 여기까지 질주해왔다.
바이크에서 녀석은 웃어댔고,
이상하리만큼 밝아보였다.
그리고 또 지금은....
포커페이스와 알 수 없는 미소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하승우만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농담하는거 아니니까 빨리 갈아입고 와.
사복 입고 가서 노처녀한테 완전 찍힐 일 있어?"
나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대며
나를 바라보는 승우 녀석에
일단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바라보는 '그 여자'를 지나쳐서,
아니 내게 뭐라고 잔소리 하려고 하는 그 여자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내 방으로 들어가 옷을 후다닥 벗어 던지고,
교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잠시 침대에 주저 앉았다.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핸드폰의 슬라이드를 올렸다.
까만 화면.
언제 꺼졌는지도 모르게 꺼져있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오늘 새벽... 내가 정신이 없긴 없었네.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핸드폰을 켰다.
전화 19통. 문자 42통.
.... 모두 한 번호였다.
서민우.
내 얼굴에 담아지는 건 미소밖에 없었다.
그 이름은 나를 그렇게 만드는 이름이었으니까.
형식적인 남자친구가 아니라,
정말로 나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그런 남자친구라는 걸,
껍데기 뿐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하는 그런 남자친구라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순간.
그 녀석을 다시 믿게 되는 이 순간.
나는 그랬다.
서민우란 이름 하나에,
그 녀석에 울고 웃을 수 있는 여자였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다.
문자 내용은 하나같이 같았다.
학교 안 나왔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걱정하는 말투로 쓰여진 문자들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웃으며 슬라이드를 내리고,
내겐 영원한 친구일 수밖에 없는,
이런 민우가 있는 한 친구일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미안할 수밖에 없는,
그런 승우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 밖으로 나갔다.
# 은아의 집 앞
자신의 바이크에 삐딱하게 몸을 기대고 서 있는 승우 녀석.
녀석의 입엔 또 다시 담배가 물려져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뜩 생각했다.
만약 민우 녀석이 내 앞에서 담배를 저렇게 많이 폈다면,
그랬다면 내 반응이 어땠을까.
아마도 못 피게 말렸겠지.
그 때처럼 뺏어서 물었을 지도 모른고.
피식. 사랑과 우정의 차이일까.
...... 다시 한 번 승우 녀석에게 미안해져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가자. 타."
담배를 던져버리더니 바이크에 올라타는 녀석.
나는 녀석이 건네준 헬멧을 쓰고 바이크에 탔다.
녀석은 시동을 걸고 빠른 스피드로 출발했다.
그리고 내게 나지막히 읊조렸다.
"내 운명 말이야."
"..."
유난히 승우가 많이 쓰는 단어.
운명.
"안 믿고 싶고, 또 안 믿어.
게다가 기대 같은 거 단 한 번도 한 적 없거든?
어차피 안 될 거 아니까.
그런데... 정말 그런데..."
"..."
"딱 하나 기대하는 게 생겼다.
딱 한 번만 기대해보고 싶은 게 내 운명에도 생겼어.
그림자만 잔뜩 있는 운명에 햇살 같은 거 말이야."
"... 승우야."
더 스피드를 올리는 승우 녀석.
나는 승우 녀석의 허리를 꽉 잡고,
녀석의 등에 고개를 기댔다.
녀석은 스피드를 즐기는 것 같았다.
"바로 .... 너. 유은아."
나에게만...
정말 나에게만...
아니 승우녀석 자신과 나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그 녀석이 말한 건
바로 내 이름이었다.
자신의 운명에서 기대하는 단 한 가지.
바로 나, 유은아였다.
※※※ 불펌, 도용, 성형 절대 금지요 ※※※
-----------------------------------
S〃프라임 ☆ 레일라〃소설방
(http://cafe.daum.net/leila)
레일라 (sunny-ju27@hanmail.net)
------------------------------------
다섯 편 폭탄으로 쏘고 가요 ㅎㅎ
오랫만에 와서 많이 썼으니까 예ㅃㅓ해주세요 ㅎㅎ
팬카페에선 1편 더 앞서가고 있답니다. ㅎㅎ
(이렇게 해서라도 홍보하고픈 팬카페 ㅠ)
아무튼!
다들 감사해요 ㅎㅎ
안녕히 계세요!! ㅎㅎ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달님과 한강] ※ 마녀, 달콤한 복수를 꿈꾸다 ※ * 34 (폭탄)
레일라
추천 0
조회 45
06.07.28 14:35
댓글 4
다음검색
첫댓글 재밌어요... ㅜ.ㅜ(재밌다면서 왜 우는 것인지.. 차암..) 얼른 얼른 써주세요. 근데.. 진짜 승우 너무 멋있어^^>.<
팬카페 가입했어요ㅜ.ㅜ 한 편이라도 더 보고 싶어하는 마음...^^ 열심히 써주세요,, (닉네임은 소설광이♡)왜 알리는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