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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파?”
“그래.”
베스파. 앞으로 송하는 ‘정송하’라는 이름 대신 베스파라고 불리게 될 터였다. 그녀는 속으로 베스파, 베스파 하며 그녀의 새 코드 네임을 곱씹었다. 할리퀸은 책상 위에 얹혀있던 파일을 집어들었다.
“보자, 지금 솔로로 다니는 요원이 누가 있더라…….”
할리퀸이 파일을 눈으로 빠르게 훑어나가며 페이지를 넘겼다. 아, 하고 작게 탄식을 내뱉은 할리퀸이 파일에 끼워져있던 A4용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바이퍼(viper)가 솔로였네.”
할리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색이 확 어두워진 재규어가 자리를 박차고 방에서 나가버렸다. 할리퀸은 닫힌 방문만 한참 쳐다보다가 다시 송하를 쳐다봤다. 송하 역시 재규어가 나간 자리를 바라보다 할리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할리퀸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입을 열었다.
“바이퍼랑 한 팀을 하면 되겠다.”
“바이퍼?”
“그래. 살인에 특화된 요원이지.”
살인에 특화. 갑자기 송하의 목덜미가 오싹해졌다.
“궁금한건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게 좋을거다. 23-B호에 가봐.”
송하가 의자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고 멀뚱멀뚱 앉아만 있으니 할리퀸이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나가서 복도 쭉 따라가다보면 왼쪽에 있어.”
그제야 송하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약의 기운이 덜 떨어졌는지 잠시 휘청거리더니 이내 균형을 바로 잡고 방문을 닫고 나갔다. 할리퀸은 송하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전화의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곤 ‘바이퍼’라고 적힌 견출지가 붙어있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어 번 가더니 곧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ㅡ 바이퍼다.
“내가 그쪽에 선물을 하나 보내놨어.”
ㅡ 선물이라니?
“코드 네임 베스파. 아주 웃기는 녀석이야.”
ㅡ 신입?
“그래. 그런데 아직 정체를 알 수가 없거든.”
할리퀸이 컴퓨터 마우스를 한 번 흔들어 모니터를 켰다. 화면에는 송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찍힌 그녀의 사진이 떠있었다. 그가 키보드로 빠르게 타이핑을 시작했다. ‘코드 네임 Vespa. 신원 미확인.’
“혹시나 허튼 짓 하려하거든 죽여버려. 네 전문이잖아.”
할리퀸의 말대로 송하는 복도를 따라 23-B호를 찾아왔지만, 방 안에는 인기척 하나 없이 짙은 어둠만이 깔려있었다. 송하는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찾아 눌렀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왔고 송하의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그녀에게 꽤나 큰 놀라움을 안겨줬다. 어릴 때부터 사격하느라 과학 시간과는 거리가 멀었던 송하에게 비이커, 플라스크, 시험관 등은 너무도 낯선 것이었다.
“베스파?”
갑자기 송하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 돌아본 곳에는 키가 훤칠하고 꽤나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서있었다.
“바, 바이퍼씨세요?”
“어.”
바이퍼는 더이상 덧붙이는 말 없이 송하를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송하도 바이퍼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비커와 플라스크들을 지나서 티 테이블에 다다른 송하는 바이퍼의 맞은편에 앉았다. 송하가 어디부터 이야기 해야하나 고민하는 찰나, 바이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 나는 말이지.”
바이퍼가 무뚝뚝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이아에서 독극물을 맡고있어. 생화학 전공했거든.”
“아……. 네.”
“바이퍼가 독사라는 뜻이니까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바이퍼의 말에 송하가 책상 위에 가득 올려져있는 실험도구들을 쳐다봤다. 저 속에 담긴 것들이 전부 독이구나, 하는 생각에 송하는 살짝 무서워졌다.
“그래, 베스파씨는 전공이 뭐야?”
“사격이요.”
“아……. 대단하네.”
바이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송하는 바이퍼의 말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가이아 요원이라면 사격은 기본일텐데, 사격 전공이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송하는 굳이 바이퍼에게 묻지 않았다.
“그런데요.”
송하가 인상을 찡그리고 툭 내뱉듯이 말했다.
“왜 자꾸 반말하세요?”
“뭐?”
“저는 존댓말 하고 있는데.”
송하는 기분이 좀 상한 듯했다. 사실, 할리퀸과의 대화에서는 꿀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같이 반말을 썼기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자기 혼자 일방적으로 존댓말을 쓰자니 자존심에 상처가 난 모양이었다.
“하하……. 베스파씨 아직 서른 살도 안됐지?”
“스물 아홉이에요.”
“난 서른 셋이거든.”
송하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바이퍼가 끝내주는 동안인 덕에 송하는 바이퍼가 자신과 동갑이거나 연하일 거라고 생각했기에, 바이퍼의 나이는 송하의 말문을 막기에 충분했다.
“…알았어요.”
바이퍼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않고 일어나더니 옆에있던 흰 가운을 걸치고 어지럽게 널려있는 플라스크로 다가갔다. 송하가 멀뚱멀뚱 바이퍼를 보고있자 바이퍼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가봐.”
“네?”
“원래 입사 첫 날은 퇴근 빨리 하는 날이야. 할리퀸한테 가봐.”
“아, 네…….”
송하가 허겁지겁 티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투명한 액체가 담겨있는 시험관을 흔들어보고 있는 바이퍼를 지나쳐서 그대로 바이퍼의 실험실을 나왔다. 실험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바이퍼는 피식 입술 사이로 바람을 흘리며 웃었다.
“정보 대학?”
송하는 가이아 본부를 벗어나자마자 왜 가이아의 존재를 일반인들이 몰랐나, 하는 의문과 왜 가이아 요원들이 모두 학생같은 캐주얼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나, 하는 의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가이아 본부 위치는 사람들이 오며가며 몇 번씩은 봤을법한 정보 대학 건물의 지하였다. 아니, 사실 그 건물은 통째로 정부의 비밀 청사였다. ‘정보 대학’이라는 허상 아래에 온갖 비밀 기관들이 한 건물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니 일반인들이 모를 수밖에. 송하는 정부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다.
‘내일부터 오전 일곱 시에 출근하도록.’
신입은 교육을 받아야 하기때문에 일찍 나와야 된다는 할리퀸의 말에 송하는 짜증이 나기 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도대체 뭘 배우는 건지 감을 잡을 수조차 없었다. 그녀의 머리는 총과 관련된 것이라면 교육을 안받아도 무방한 수준이었지만 나머지는 거의 백지와 다를 것이 없었다.
‘가이아는 요원 수가 적어서, 당장 내일부터 현장에 투입될지도 몰라. 긴장해.’
마지막에 할리퀸이 덧붙여 남긴 말은 송하의 부담감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할리퀸이 송하에게 겁을 주려고 한 말인지, 아니면 정말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은 오늘 밤 송하를 잠못들게 할 게 분명했다.
송하는 걱정되는 마음을 억지로 떨쳐내려 애써 밝게 웃으며 거리를 걸었다. 일단은 가이아에 들어온 것 자체로도 그녀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이제부터 송하의 목표는 할리퀸의 신임을 얻을 것, 그거 하나였다. 3년 전, 그녀의 남편이 싸늘한 송장으로 변했던 그 사건의 정보를 얻으려면 그래야 했다. 송하의 그러쥔 주먹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러니까, 바이퍼. 디젤유랑……. 질산 뭐랬죠?”
“질산 암모늄.”
“맞다. 질산 암모늄.”
송하가 노트에 교육받은 내용을 빠르게 적어내려갔다. 첫 교육은 ‘폭약과 독극물’을 주제로 바이퍼가 강사였다. 긴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바이퍼의 말에 의하면 자기 전공을 제외하면 그냥 기본적인 것들만 알아두면 되기에 송하는 마음을 조금 놓았다.
“여기 들어오기 전엔 뭐했어?”
“사격선수였어요. 꽤 잘나갔었는데.”
“아……. 어디서 봤나 했더니.”
바이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하가 정리한 노트를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방대한 양을 최대한으로 줄여서 준 건데도 내용이 꽤나 길었다. 화학쪽엔 영 젬병인 송하가 고생하는 것이, 바이퍼의 눈에 보이지 않을리가 없었다.
“다 몰라도 돼. 내 파트너면.”
“파트너 바뀌면 어쩌라구요.”
“가이아 들어온지 오 년이 넘었는데, 파트너 바뀌는 걸 본 적이 없어.”
“진짜요?”
“한 명이 죽거나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을 당해 은퇴하지 않는 한.”
송하는 바이퍼의 말에 자신에게 가이아에 대한 정보를 주었던 그 남자를 떠올렸다. 그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아니, 프로포폴. 틀렸잖아.”
바이퍼가 송하의 필기에서 틀린 것을 바로잡아주었다. 송하는 머쓱하게 머리만 한 번 손가락으로 빗어내리고 필기를 수정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바스락’하는 천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송하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감각이 예민한 바이퍼는 단박에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어 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재규어?”
바이퍼의 말에 송하도 문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오늘도 여전히 탐스러운 갈색 머리를 귀 뒤로 넘긴 재규어가 문에 비스듬히 기대서서 송하와 바이퍼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날이 서려있었다.
“바이퍼.”
“왜.”
“…할리퀸이 전해주래.”
재규어가 시선을 바이퍼로부터 송하로 옮겼다. 송하는 재규어의 차가운 시선을 오롯이 받아내며 재규어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베스파씨 출근 첫 날부터 미안하지만.”
재규어가 손에 들고있던 카드를 송하에게 던져주었다. 송하가 가까스로 날아온 카드를 잡아채서 무엇인지 확인했다. 아이디 카드였다. 어제 할리퀸이 허락없이 찍은 사진이 박힌. 송하가 ‘뭐 어쩌라고?’하는 표정으로 재규어를 쳐다봤다.
“임무다.”
그 말을 끝으로 재규어는 더 이상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은 채로 인사 한 마디 없이 바이퍼의 실험실을 쌩하니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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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흐는 우주속지구 제공
일주일만에 왔네요. 다음업뎃은 일주일만에 안될 확률이 99퍼센트입니다.
뭐 신입생환영회랑 입학준비 이런거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비축분을 싹다 뜯어고치고 있어요... 비축분 새로 쓰기도 급급한데 전부 고치고 있다니 망할비비안.
여러분들 저를 질책하시옵소서... ㅠㅠ...
많은분들이 송하 성격을 마음에 들어해서 걱정이 태산같아요.
쓰면 쓸수록 뭔가 제 성격을 닮아가서 애가 점점 호구가 되어가요...
사실 1화에서는 가이아 들어가려고 허세부리는거고 원래성격은 절대 멋있지가 않은 캐릭터거든여 으엉엉ㅠㅠ...
그러니 여러분은 이제 할리퀸과 바이퍼로 갈아타시면 됩니다.
1화에 댓글 달아주신 사랑하는 님들!
너무 많아서 치는데 애먹겠지만 그것이 너무 행복하네여 ㅠㅠ 핰...
존쿨님, 쁜틳♡님, Ju Hui♡님, 뿌잉 뿌잉님, ALRIGHT님, 킴릴님, 웨이유님, 고안님, 푸 름님, ♥박윤자언니♥, kisjs12님,
★Endorphin님, 엘렌(Ellen)님, 소설소설~~님, 유자 차님, 도우너님, 달콤한 바람님, 봄봄봄봄님, Ralm님, 강 개리님,
여봄혜님, 비닝♥님, 엣치님, 유가밤님, 경혜공주님, 빼꼼곰님, shr4569님, 훈녀대빵님, 수박씨.님, 악마의 여자님,
하늘점프님, 잉잉 이님, 여중생의서러움님, 뽀링양님, 하와이갑부님!! 꽃잎바라기님, 류새아님, 귀여운멍순이님, 코코넛뜨님,
m6m6님, 융요이님!
다들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 댓글이 정말 큰 힘이 되요!
다음화에는 출석부르는게 더 길었으면하는게 개인적인 소망임다...ㅎㅎ...
그럼 저는 이만 사라질게여... 늦는 저를 마음껏 욕하시옵소서...
업쪽은 바이퍼
ps. 배경음악 구매권이 1개 남아서
고르는데 고심에 또 고심중입니다.
그러니 정해질때까진 웅장하기 그지없는
이 브금을 들어주세요...♡
바이퍼/이..임무라니요
바이퍼 다음 편기대할게요!
바이퍼/ ㅋㅋㅋ 갈아타야겠어요 ~
바이퍼 / 이미 연재 되었지만 ㅠㅠㅠㅠㅠ 새아언니 추천글 보고 본거거든요 ㅠㅠ 으 글 정말 잘 쓰시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