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실크로드의 대상(隊商)들은 낙타에 비단, 옥 등을 싣고 망망대해 같은 사막을 건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되면 이들은 오직 하나의 목표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것이 미나레트였다. 아랍어로 ‘등대’란 뜻에서 유래한 미나레트는 문자 그대로 사막의 등대 구실을 했다. ‘광탑(光塔)’으로 번역되는 미나레트는 밤에 탑 꼭대기에 불을 밝혔다. 물과 음식, 사람들의 환대가 기다리는 오아시스를 꿈꾸던 캐러밴들은 이 불빛을 발견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나레트의 원래 용도는 신자들에게 기도 시간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슬람교의 상징적 건축물이다. 필자가 실크로드 취재 중 가 본 우즈베키스탄 고도(古都) 부하라의 최고 탑 칼랸 미나레트(높이 46m)에서도 하루 5차례씩 예배시간을 알리는 송가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미나레트는 대개 메드레세로 불리는 이슬람 신학교와 함께 들어선다. 부하라의 칼랸 미나레트 옆에도 미리 아랍이란 신학교가 세워져 학생들이 코란을 암송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총명한 눈매의 한 학생이 “코란은 산소와 같은 것”이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스위스에서 때아닌 미나레트 논쟁이 뜨겁다. 핵심은 미나레트 건설을 금지할 것인가다. 이 문제를 놓고 오는 29일 국민투표까지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 미나레트 건설을 금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스위스 헌법에는 이 조항이 새로 추가되고 엄청난 외교적 파장까지 일어날 전망이다. 목가적 산악국가 스위스에서 미나레트 논란이라니 뜬금없지만 그만큼 복잡한 배경이 있는 것 같다. 이를 이슬람화에 대한 우려로 단순화할 수 있다.
스위스의 무슬림은 약 32만명으로 4.3% 정도다. 서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비율은 점차 늘고 있다. 현재 스위스에는 미나레트가 취리히와 제네바 두 곳밖에 없지만 여러 곳에서 추가 건축이 계획돼 있다. 이런 흐름이 이슬람에 대한 일종의 외국인혐오증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틈타 우파 스위스 국민당이 미나레트 건설 반대운동을 확산시켰다. 하지만 투표는 부결 가능성이 높다. 미나레트 건설 금지 같은 조치가 도리어 이슬람근본주의를 부추길 것이란 자성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 입장에선 이런 문제를 국민투표에까지 부치는 그들의 ‘진지함’이 부럽다. 경향신문 (여적) <김철웅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