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다리’, 인도와 스리랑카를 이었지만 전쟁도 불렀다
주강현 해양문명사가·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3.07.12. 03:00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 팔크 해협 ‘아담의 다리’를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 수심이 1~10m 정도로 얕아서 하늘에서 보면 마치 긴 다리가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나사(NASA)
홀로세(충적세)는 약 1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시대를 뜻한다. 홀로세는 빙하가 물러나면서 시작된 신생대 제4기의 두 번째 시기로,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1만년 전부터 현재까지다. 현재의 심각한 기후변화 등을 근거로 홀로세가 끝나고 인류세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현재는 홀로세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해협의 탄생은 홀로세의 특징적 사건 중의 하나였다. 한반도 남해안과 제주도도 육지로 붙어있다가 간빙기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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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과 홋카이도 사이…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로가 여기에 있다
주강현 해양문명사가·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3.06.14. 03:00
러시아 사할린섬 남쪽 끝 코르사코프 항구에 화물선들이 정박해있다. 코르사코프 앞바다가 라페루즈해협이다. 북극 항로가 열리면 라페루즈해협은 한반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로의 통로가 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구온난화로 북극해가 녹는 비극이 발생하지만, 역으로 북극 항로가 개설되는 계기가 된다. 한반도에서 북극해를 거쳐서 유럽에 당도하자면 가장 빠른 항로는 라페루즈 해협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해협은 한국인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사실은 환동해(동해를 둘러싼 지역)의 총체적 전략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동해에서 북극해로 나아가는 중요 출구이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도 동해의 출구가 되는 북방 바다가 중요하다. 동해는 시베리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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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다, 두 대륙 충돌하는 절묘한 공간… 대항해 시대 여기서 시작했다[주강현의 해협의 문명사]
주강현 해양문명사가·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3.05.10. 03:00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영국령 지브롤터의 도심과 지브롤터해협의 모습. 18세기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 개입한 영국이 지브롤터를 점령했다. 지브롤터에는 영국 해군기지가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한 해협에서 두 바다, 두 대륙이 충돌하는 절묘한 공간이 있다. 지브롤터해협이 그곳이다.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고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만나는 특별한 접경이다. 최단거리 14킬로미터에 불과한데 수심은 무려 300미터에 달한다. 지브롤터해협을 벗어나지 않고는 대서양으로 나갈 수 없다. 그리스 문명, 로마 문명 등 지중해가 중심이던 시대에 이 해협의 전략적 가치는 실로 절대적이었다. 지브롤터해협은 고대 신화 세계에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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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해협의 문명사] 혼슈와 규슈 사이 간몬해협… 역사의 온갖 무게를 안고 흘러간다
주강현 해양문명사가·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3.04.05. 03:00
일본 혼슈와 규슈 사이의 좁은 해협인 간몬해협 모습. 일제시대 징용으로 끌려온 이들과 청년 유학생 등 많은 사람이 관부연락선을 타고 이곳을 거쳐갔다. /위키피디아
거센 물줄기가 흘러간다. 혼슈와 규슈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엄청난 물살이 화살처럼 빠져나간다. 시모노세키항과 건너편 기타큐슈의 모지항을 연결하는 거대한 간몬교가 해협을 가로질러 떠있다. 대한해협과 일본의 세토내해를 연결하는 지극히 좁은 물목이다. 전략적 요충지일 수밖에 없다. 겐지와 헤이케군이 간몬해협에서 자웅을 겨루어 헤이케군이 멸망한 겐페이 대해전의 슬픈 역사도 이곳에서 펼쳐졌다. 빠른 것은 해류만이 아니다. 숨 가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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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해협의 문명사] 지중해 한가운데 폭 3㎞ 바닷길… 왜 괴물신화와 마피아가 탄생했을까
주강현 해양문명사가·前 제주대 석좌교수
입력 2023.03.06. 00:10
메시나 해협에 도사리고 있다가 지나가는 배들을 난파시켰다는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이야기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돼 왔다. 2021년 발표된 헤비메탈 밴드 아크로아시스의 앨범 ‘일리언(트로이의 다른 이름)’의 표지(왼쪽 그림). 수록곡 중 한 곡의 제목이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이다. 오른쪽은 마피아 가문의 일대기를 그린 마리오 푸조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대부 1편 포스터. 메시나 해협은 마피아의 뿌리 격인 시칠리아 자위 조직원들이 이탈리아 본토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는 통로 역할을 했다 /스포티파이·아마존
시칠리아 동북쪽 메시나와 이탈리아 남동쪽 칼라브리아는 메시나 해협으로 이어진다. 좁은 지점은 불과 3.1㎞에 불과하나 최대 깊이 250여m에 해류가 소용돌이치므로 만만한 해협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바다 괴물 스킬라와 카비르디스 때문이라고 한다. 메시나 해협에 님프 스킬라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티레니아해의 맑은 바닷물에서 수영을 하곤 했다. 어느 날 저녁, 그녀는 글라우코(Glauco)라는 청년 어부를 만났다. 글라우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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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간 동서양 무역 이어온 믈라카… 16세기엔 84개 언어 통용도
주강현 해양문명사가·前 제주대 석좌교수
입력 2023.02.06. 03:00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믈라카 해협은 1000년 넘도록 지구촌의 핵심 해상 교역로로 기능해 왔다.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해협은 단연 믈라카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해 마침내 유럽과 동양이 교류, 충돌, 융합한 해협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손쉽게 ‘해협신문(Straits Times)’을 구할 수 있다. 1845년부터 간행한 신문이다. 해협의 나라답게 해협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믈라카는 ‘고전적 해협’이다. 그 ‘고전’이 지금도 읽히고 있다. 좁은 해협으로 컨테이너, 유조선 등 큰 배가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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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와 지중해 잇는 바닷길… 폭 700m 해협서 제국이 명멸했다
주강현
입력 2022.12.28. 03:00
보스포루스 해협 양옆으로 튀르키예 최대 도시이자 세계적 관광지인 이스탄불 시가지가 들어서 있는 모습. 이 해협을 통해 마르마라해가 흑해와 연결되고 유럽과 아시아가 만난다. /AP 연합뉴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협 관광지’는 보스포루스해협이다. 튀르키예 방문객 대부분이 이스탄불을 방문하며, 이스탄불의 핵심이 보스포루스해협이기 때문이다. 최단 폭이 서울 시내를 관류하는 한강(약 1㎞)보다도 좁은 700m다. 강처럼 흘러가지만 최대 수심이 110m에 달하므로 만만한 해협이 아니다. 거친 역사의 격랑을 안고서 동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 등이 해협에서 명멸해갔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하여 지중해의 마르마라해와 흑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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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와 인도양 통하는 관문… 中, 해협 눈앞 지부티에 군 기지 만들어
주강현
입력 2022.11.16. 03:00
낙타에 짐을 싣고 홍해 바닷가를 따라 이동하는 아라비아 상인들의 행렬을 화폭에 담은 19세기 화가 데이비드 로버츠의 그림(왼쪽 사진).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문명의 교차로이자 해상 교역로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열강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전략적 요충 지역이다. 미국과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중국도 해협에 면한 아프리카 국가 지부티에 해군 기지를 만들었다. 2017년 7월 지부티에 배치된 중국군 2명이 입항하는 자국 군함을 지켜보고 있다(오른쪽 사진). /미 의회도서관·AP 연합뉴스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상대적으로 우리에겐 덜 알려져 있다. 이 해협의 별칭은 아라비아어로 ‘눈물의 문’이다. 동쪽 예멘, 서쪽 에리트레아와 지부티, 남쪽 소말리아가 해협에서 마주 본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 홍해를 거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면 아덴만에 당도한다. 아덴만을 벗어나면 아라비아해가 펼쳐지는데 크게 보면 모두 인도양이다. 위험도가 높은 해협이다. 2011년 1월 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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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중동산 원유 99% 통과… 4000년 전 문명 품은 폭 54㎞ 바다
주강현 해양문명사가·전 제주대 석좌교수
입력 2022.10.19. 03:00
이란 해군 병사들이 무장 쾌속정을 타고 유조선들이 지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순찰하고 있다. 세계 해상 석유 수송량의 3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혹은 걸프만)과 오만만 사이의 호리병같이 생긴 길목이다. 가장 짧은 너비가 54Km에 불과하다.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35%가 여기를 통과하며 한국행 중동산 원유의 99% 이상이 통과한다. 북쪽은 이란 영토에 속하고 남쪽은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에 속하는데 대형 유조선은 수심이 깊은 북쪽 이란 해역을 통과해야 한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큰 유조선은 통행이 불가능해진다. 거대 유조선이 하루 평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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