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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하게 땅거미가 지고 있는 공원을 배경으로 한 실장석이 걸음을 옮긴다. 곳곳이 찢어지고 해진 실장복에 더럽고 허름한 행색에서 들실장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종일 발이 부르트게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한 실장석의 걸음이 무겁다. 손에 들린 봉지의 가벼움에 반비례하여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집 앞까지 돌아온 실장석이 차마 자들의 실망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겠는지 한참을 주저주저하지만, 결국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어 안을 향한다.
“마마, 다녀오신테츄?”
“와타치들 집 잘 정리하고 기다리고 있었던레치!”
“그, 그런데스? 다들 집 잘 보고 있어서 잘한데스요.”
벌써 며칠째 굶거나 간에 기별도 안가게 먹는 일이 다반사였던 자들이 먹을 것은 없냐며 보채는 모습을 예상했던 친실장이 뜻밖에 밝고 활기찬 모습에 당황한다.
“……미안한데스. 마마가 너무 미안한데스. …오늘도 먹을 것은 구하지 못한데스.”
“괜찮은테치 마마! 오늘은 와타시타치들이 먹을 것을 구한테치!”
“……?”
자신들이 먹을 것을 구했다는 자들의 말에 친실장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이미 한번의 겨울을 나고 나름 공원생활을 알만큼 아는 성체실장인 자신도 제대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했는데, 아직 자실장이나 엄지실장에 불과한 자들이 대체 무슨 음식을 구했다는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친실장의 의문이 이내 장녀가 배시시 웃으며 뒤에서부터 팔을 뻗어 내민 것을 보고 풀린다.
“-짜쟌! 맛있는 우지챠가 여기 있는테치!”
“이, 이걸 어디서 난데스?”
장녀가 양손으로 아래를 받친 상태로 친실장을 향해 내민 것은 바로 몸 곳곳이 멍이 든 한 마리의 저실장이었다. 뭔가 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싶은지 계속 입을 오물오물거리지만, 자들이 박은 것으로 보이는 찢겨진 포대기 조각이 돌돌 말린 채로 입 안에 쑤셔넣어져 있어 아무 소리도 못내고 있다.
“오늘, 건방지게 공원에 놀러나온 쪼그만 사육분충들이 데리고 있었던테치! 와타치들이 가서 혼쭐내주고 가져온테치!”
“-무슨짓을 한데스 오마에들!!”
친실장이 순간 분을 이기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사육실장을 건들다니! 해도 되는 일이 있고 안되는 일이 있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건만!
“오마에들, 마마가 분명히 얘기하지 않았던데스! 사육분충들을 건들면 안된다고 말인데스! 사육분충들은 사육분충이고 우리는 우리인데스. 서로 간섭하면 안되는데스! 그런 녀석들이랑 상종하면 오마에들까지 닌겐을 노예로 부리겠다느니 뭐니 하는 헛바람이나 들어서 분충이 된다는걸 왜 모르는데스까!!”
곧바로 팔을 뻗어 장녀를 끌어당긴 친실장이 바닥에 앉은채로 장녀를 무릎 위에 엎어놓은 다음 손으로 볼기를 친다.
“또 그럴것인데스? 마마의 말을 무시하고 사육분충들이랑 어울릴거냔 말인데스!!”
“테에에에엥! 마마, 아픈테치! 아픈테치!!”
“마마, 장녀챠 때리지 마는테치! 와타치들이 시비를 건게 아닌테치! 와타치들 그저 먼발치에서 보고만 있었을 뿐인데 놈들이 먼저 우리쪽을 보고 비웃은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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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자들의 볼기를 치고 혼쭐을 내면서 시간을 보낸 친실장이, 손길을 멈추고 잠시 숨을 가다듬으면서 자들의 항변을 통해 자신이 파악한 상황을 정리한다. 아침에 자신이 집을 나선 후, 평소처럼 운좋게 작은 곤충이나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라도 주울 수 없나 하는 마음에 엄지를 제외한 자실장들은 옹기종기 모여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게 주의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던 자들은 마침 공원에 놀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분홍색 옷의 사육자실장들을 마주쳤고, 사육실장에게 관여하지 말라는 자신의 말대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저쪽에서 대놓고 비웃고 놀리는 소리를 듣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가 싸움이 붙었다는 것이다. 웬일인지 저쪽 사육실장들 옆에 친실장이 붙어있지 않고 수도 이쪽이 더 많은 덕에 흠씬 상대를 두들겨 패준 자들은, 녀석들이 데리고 있던 이 우지챠를 보고 집에서 먹은 우지챠 고기맛이 떠올라 군침을 흘리며 가져와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 구더기가 바로 이 구더기인데스?”
아무리 자들이 며칠째 밥도 제대로 못먹고 배를 곯고 있었다고 해도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고기맛을 보여줬었나, 하고 며칠전 운치굴에서 우지챠를 꺼내 먹였던 자신의 행동을 내심 반성하며 친실장이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장녀의 대답소리를 들은 친실장이 다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을 꺼낸다.
“후~ 오마에들. 요 며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오마에들이 보고 눈이 뒤집혔을 수도 있다는 것은 마마도 인정하는데스. 하지만…하지만 너무 성급한 행동이었던데스. 그냥 달려가서 몇 대 쥐어박은 정도였다면 그 사육분충들도 오마에들의 고사리손에 그리 많이 다치지는 않았을테고, 녀석들의 주인이나 친실장도 굳이 다시 찾아와서 보복을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스. 그렇지만…구더기를 아예 가지고 와버린 것은 얘기가 다른데스. 마마가 전에도 말한적이 있지만 사육분충들은 똥닌겐들이랑 부대끼며 사느라 대개 제정신이 아닌데스. 놈들 중에는 똥오줌 못가리고 우지챠도 소중한 자라느니 뭐니 하면서 끔찍이 아끼는 놈들도 태반인데스.”
“마마, 그것은 걱정 없는테치!”
장녀가 큰 소리로 끼어들자 친실장이 약간 의아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들어 자들 쪽을 바라본다.
“와타치들, 오늘 분명 마마의 말을 약간 어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굴기만 한 건 아닌테치! 와타치들 이 구더기에 대해 사육분충들이 하는 말을 분명히 들은테치! 이 우지챠는 자기들의 친자매가 아니라, 녀석들의 닌겐주인이 사준 애완 구더기라고 한테치! 우지쨩을 애완동물로 키운다니, 그런 쓸모없는 일에 쓰이느니 와타치타치들의 뱃속에 들어가는 쪽이 분명 우지쨩에게도 더 보람찬 일인테치!”
“……그런데스?”
장녀의 말에 친실장에 턱을 잡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확실히 사육실장의 친자가 아니라 ‘애완용’ 저실장이라면, 오늘 두들겨맞은 녀석들의 친실장도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진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거기에 이미 저녁이 되어 날도 어두워진 상황, 설령 사육분충이 화가 나서 복수심에 미쳐 날뛰고 있다 한들 자신들을 찾기는 어려우니 아마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도 머리를 스친다. 찰나간에 마음을 정리한 친실장이 양손바닥을 마주쳐 소리를 내며 말한다.
“좋은데스. 오마에들, 오늘 설령 운좋게 아무데도 다치지 않고 이렇게 먹을 것을 찾아오기는 했지만, 사육분충들을 상관하면 안된다는 마마의 가르침은 변함이 없는데스! 다음부턴 이런 일이 절대 없도록 주의하는데스! …이 우지챠는 기왕에 가져와버리기도 했고 다시 돌려주기도 어려우니, 오마에들 말대로 오늘의 밥으로 하도록 하겠는데스!”
“테츙~ 알겠는테치 마마~”
“꼬기테츄! 우마우마한 꼬기테츄!!”
눈물이 글썽글썽 맺힌채로 포대기 조각을 입에 문채 아직도 오물거리고 있던 저실장을 집어든 친실장이, 입에 물린 포대기 조각을 빼내고 여기저기가 긁히고 찢긴 포대기를 몸에서 확 벗겨낸 뒤 앞머리를 뽑아낸다. 앞머리를 잃은 고통과 상실감에 ‘레햐아아아아아아~!!’ 하고 크게 울부짖는 구더기의 목을 잡고 머리와 몸을 분리해낸 친실장이 능숙한 솜씨로 주인 잃은 몸통을 세로로 조각조각 찢어 자들에게 나눠준다.
놀랍게도 이 저실장은 그 와중에도 아직 죽지 않고 온 골판지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 광경을 보고 친실장이 가늘게 눈살을 찌푸린다. 보통 독라가 된 상실감에 파킨하지 않는 강인한 놈들도 머리가 몸에서 뜯겨져나가면 당연히 죽게 마련인데, 이놈은 아무래도 위석이 머리에 있는 희귀한 놈인 모양이다. 집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은 골판지의 위치를 주변에 알리고 분충들을 불러들이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아는 친실장이 빠르게 우지챠의 머리를 잡아들고 물어뜯는다.
“레히이! 레삐, 레삐뺘아아앗-!!”
“마마, 저쪽에서 소리가 나는테치! 골판지 집이 보이는테치!”
“자들은 모두 마마를 바싹 따라오는데스!”
아뿔싸! 아직까지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이쪽을 찾고 있었나! 징그러울만큼 끈질긴 사육분충놈들이라고 생각하며 친실장이 이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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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초 후, 주변에 있는 다른 골판지집과 헷갈려줬으면 하는 친실장의 바람도 아랑곳없이 골판지 문이 확 열리고 분홍색 옷을 입은 덩치큰 실장석 하나가 약간 숨을 헐떡이며 집으로 들어와 빠르게 안을 살펴본다. 그 뒤쪽에서는 낮에 자들에게 두들겨 맞았다는 그 분충들인지 얼굴 곳곳이 멍이 든 사육자실장들이 덩치큰 실장석의 옷자락을 잡고 뒤에 서있다. 말로 해결해야 하나, 일단은 제압하고 봐야 하나 친실장이 고민하는동안 집안 상황을 다 살핀 불청객이 품에서 장난감 총처럼 생긴 도구를 꺼내 자신을 겨누고 발사한다.
“데갸앗-!”
강한 전기충격에 직격당한 친실장이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나뒹군다. 방금전 사육실장이 사용한 것이 실장샵에서 비싼값에 파는 실석용 호신 테이저 건이라는 사실까지는 물론 이 들친실장이 알 수 없었지만, 때때로 이 비슷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다가 공원의 동료들에게 발사하곤 하는 사육분충의 모습을 봤던 기억이 머리에서 떠올랐다. 똥닌겐들이 구해다 바친 이상한 물건들을 가진 사육분충이 정면으론 우리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리버리하게 고민하다가 상대에게 선수까지 뺏겨버리다니! 닌겐노예의 수발을 받고 살기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온실의 화초처럼 여기던 사육분충에게 당했다는 굴욕감에, 친실장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자들, 자들을 괴롭히고 주인님이 사주신 우지쨩을 빼앗아갔다는 분충들이 이 녀석들이 맞는데스?”
“그런테치! 맞는테치!”
“들분충들을 혼내주는테치 마마아!”
이미 친실장을 제압하고 조그만 자들만 남았다는 생각에서인지, 한결 긴장감이 풀리고 여유로워진 얼굴을 한 사육실장이 천천히 집 안으로 걸어들어온다. 자들은 방금전 자신이 잘게 찢어서 나눠준 구더기 고기토막들을 손에 든채 먹지도 내팽개치지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 집 한가운데까지 들어온 사육실장이 리본이 달린 애완저실장의 포대기를 한손에 든 실석용 양산으로 툭툭 건들며 확인해보더니, 실망과 좌절에 찬 표정을 짓는다.
“이미 늦은데스. 이 피죽도 못먹은 똥분충들이…주인님이 사주신 소중한 애완 구더기를 먹으려고 죽여버린데스….”
“테에엥! 마마? 구더기쨩 다시는 못보는테치? 테에에에엥~”
주인이 사준 애완동물을 잃었다는 자괴감에선지 사육실장이 천장을 우러러 길게 탄식하고, 뒤에 서있던 사육자실장들이 정든 저실장을 잃었다는 말에 울며불며 법석을 떨기 시작한다. 저항할만한 상황이 못되는 친실장 일가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긴장된 표정으로 사육실장들의 안색을 살핀다. 이내 탄식을 마친 사육실장이 천천히 고개를 다시 내리며 말한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는데스.”
“…어떻게 하는테치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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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플롯이면 들실장을 출산시켜 구더기를 하나 얻지 않을까요?
이런 스포일러는 그만두길 바라는레후!(주륵)
독라달마자판기로 실장푸드 대용으로 보내는데스
들분충 넘들! 이거정말 자판기다 자판기!
실감이 확확 나는 문장력 레후 9915
칭찬 고마운타와! 다음편도 곧 써서 올리겠는타와!
와타시는 역전승을 기대하는 데스!
미안한타와 ㅠㅜ 이미 이야기를 희극적 비극으로 만들기로 작정한지라...
역겨운 분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