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소리
외쳐도 듣지 않으면 침묵의 소리입니까.
10대 말에 따라 불렀던 노래를 요즘 재발견하고 있습니다. ‘가사가 이렇게 보석같이 빛나는 시였나’라면서요. 가끔 시를 써보려고 시상을 떠올려 종이에 옮겨 보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칠레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는 “시가 내게로 왔다”는 시를 썼습니다. 늘 주변을 사랑으로 관찰해야 어느 날 시가 다가오나 봅니다.
침묵이 뭔가를 파악하려고 화장실에서 불을 끈 채 어둠 속에서 써 내려갔다는 <침묵의 소리, The Sound Of Silence>는 그렇게 네루다의 시처럼 폴 사이먼에게 온 것일까요? 아트 가펑클과 함께 불러 1965년에 전파를 탄 이 악곡은 침묵을 딛고 세계 100대 노래가 되었다는데요. 깊은 울림을 지금도 주고 있습니다.
상징과 은유의 가사는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Bridge Over Troubled Water>처럼 쉽지는 않죠.
노래 전후(前後)의 시대상은 1970년 미 오하이오 주 방위군이 켄트 대학의 반전 시위대에 발포해 학생 4명이 죽고 9명이 부상해 전국 400여만 명의 학생이 동맹휴학으로 분노와 절망을 표출했죠.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Blowin' In The Wind> 등의 반전 가요들이 애창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은 물신(物神)에서 벗어나 정신을 중시하는 가치를 찾으려고 히피족이 되어 미니멀리즘의 인도, 네팔, 티베트로 떠났습니다. 뉴질랜드에 집단촌의 둥지를 틀기도 했죠.
무산자 흙수저로 사회에 절벽을 느끼고 정처 없이 방황하던 나의 정신세계에 <침묵의소리>는 시문학적인 가사보다 여러 번 반복하며 호소하는 멜로디가 더 마음에 들었는지 모릅니다.
가사가 뛰어나 시를 가르치려고 학교에서도 쓴다는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의 노래 <침묵의 소리>를 다시 정독했습니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안녕 나의 오랜 친구 암흑아, 너와 얘기하러 또 왔어.”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심상치 않죠. 머리에 박히는 구절을 소개해 봅니다.
뒤척이던 꿈결에 춥고 습한 거리를 걷다가 네온 빛에 눈이 찔리며 밤을 가르는 침묵의 소리를 접했지.
벌거벗은 불빛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어. 말하지만 대화하지 않고, 듣지만 경청하지 않는.(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아무도 부르지 않을 노래를 짓는 사람들. 누구도 침묵의 소리를 막지 못하지. 나는 말했지. 바보야, 침묵은 암처럼 자라는 걸 몰라. 네게 가르쳐 줄게. 내 말을 들어봐. 네게 뻗는 내 팔을 잡아봐.
침묵 같은 나의 말은 빗방울처럼 떨어져 침묵의 우물 속에서 울리지. 사람들은 그들이 만든 네온 신(The neon God they made)에게 절하고 기도하지. 계시가 경고를 번쩍이며 말했어. 예언자들의 말은 지하철 벽과 아파트 입구에 쓰여 침묵의 소리로 속삭인다고.
소통의 부재와 인간 소외의 가열(苛烈)한 비판입니다.
요즘 헌재 재판관이 ‘나의 길을 가련다’며 정해진 대본을 따라 초시계로 재며 돌진한다는데요. 왜 말은 춤추고 증인은 엉키며 절차는 뒤죽박죽이죠?
자유민주, 전부가 암흑이 된다는 국민의 외침도, <카톡 계엄>의 공포에 움츠려들었을 침묵의 소리는 더욱 못 듣는 거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게 헌법 1조입니다. 몇 명의 부적절한 헌재 재판관들이 8년 전 탄핵을 데자뷔로 만들렵니까. 법 절차와 심의의 우선순위라도 겸손하게 지켜주세요. 양심은 기대 안 합니다.
판사 최고의 덕목은 <경청, 傾聽>이라고 합니다. “3분만 달라”는 대통령의 말도 짓밟는 사람이 어떻게 소장 대행이 되어 단 몇십 일의 단심제로 진실을 찾겠습니까?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오른팔로 문명 혁신가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은 미 공무원을 AI와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폭탄 선언했습니다.
우리도 AI 재판을 도입해 정실(情實)을 몰아내 봅시다. 각국의 AI 재판 추세를 보면 에스토니아는 7,000유로 미만의 소액 민사 분쟁을 자동 처리하고, 중국의 항저우법원은 2019년부터 로봇 서기가 배석하고 원고와 피고를 원격 재판하는 스마트 재판을 도입했으며, 미국은 재판 전 구금과 가석방 심사 및 양형 판례를 판단하고, UAE는 재량권이 불필요한 형사 사건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AI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답니다.
인공지능이 사건의 논점을, 부적절한 끄나풀 없이 냉정하고 신속하게 검출한다면 맑은 재판 절차가 확보되어 모두를 위한 정의 사회 구현에 다가서는 게 아닐까요.
소리새 - 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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