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대위가 7일 해군기지 공사현장서 촬영한 붉은발 말똥게 사진. <헤드라인제주> |
지난 6일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반대단체와 공사관계자간 대치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
그럼, 왜 해군기지 공사현장에 붉은발 말똥게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던 그해 9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해군기지공사현장에서 붉은발 말똥게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붉은발 말똥게는 국내에서도 서식지가 확인된 곳이 몇 안되는 멸종위기종이다.
반신반의하던 해군측은 뒤늦게 서식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보전대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잠시 수그러드는 듯 했다.
그러나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 용역결과인 실태조사 결과와 보전대책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해군측은 붉은발 말똥게가 일부 지점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이를 인근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방법으로 해 보전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 역시 반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서식지가 정확하게 어디이며, 도대체 개체수는 얼마나 되는가에 있어서부터 주민들과 해군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발 말똥게 논란의 핵심은 무엇인가?
8일 이뤄진 해군측과 용역사, 범대위 간의 만남 과정에서 표출된 내용을 정리해보면 전개되는 쟁점은 이렇다.
첫째, 멸종위기 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가 강정해안가에 얼마만큼 서식하고 있는지 개체수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장에 참여했던 윤용택 제주대 교수(철학과)는 해군측에 현재 서식지 이전이 얼마만큼 이뤄졌는지를 따져물었는데, 해군측은 "현재까지 약 75개가 이식됐다"고 답했다.
붉은발 말똥게의 정확한 개체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교수는 "정확한 개체수 확인을 하려면 붉은발 말똥게가 가장 활동한 활동을 하는 5월부터 11월까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2009년 당시에도 9월말에 붉은발 말똥게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면서 "최소 이 정도의 기간을 두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군이나 용역사측에서는 개체수 파악 결과 등에 대한 공개를 기피했다.
두번째 논란의 핵심은 서식지가 정확하게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해군측은 붉은발 말똥게가 육안으로 확인됐던 특정지역을 꼽고 있는 반면, 윤 교수를 비롯한 강정 주민들은 해군기지 공사가 이뤄지는 전체 지역에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 교수는 "유독 해군측이 지목한 지점 말고도 여러 곳에서 붉은발 말똥게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했던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전날(7일)에도 붉은발 말똥게가 활동하는 모습이 포착돼 사진을 촬영했는데, 이 지점은 해군측에서 주장하는 서식지와는 떨어진 곳이었다"고 반박했다.
세번째는 '서식지 변경'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의 문제다.
해군측은 현재 강정해안가에서 활동하는 붉은발 말똥게 75마리를 약천사 인근지역으로 이동시켰고, 앞으로 계속해서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에대한 논란은 크다.
윤용택 교수는 "현재 붉은발 말똥게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서도 3-4군데 밖에 되지 않는데, 서식지를 옮기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느냐"고 '서식지 이전'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붉은발 말똥게가 아무데서나 서식할 수 있는 종(種)이라면 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겠느냐"고 반문한 후, "만약 서식지를 인위적으로 옮겼다가 붉은발 말똥게가 멸종이라도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며 서식지 이전은 검증이 안된 대단히 '위험스런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네번째로는, 왜 해군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의 내용 중 붉은발 말똥게에 관한 부분을 속시원히 공개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날 현장조사에서도 윤 교수와 범대위측은 해군측에 자료의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해군측은 "결과보고서를 건네주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잠깐씩 필요한 부분만 살짝 보여줬다. 더욱이 이 내용에 대해서는 복사는 물론 사진촬영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어떤 내용이 보고서에 담겨져 있는지 조차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았다.
# '허무하게' 끝난 논쟁...붉은발 말똥게의 운명은?
해군측이 붉은발 말똥게에 대해 재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질적 조사는 이뤄지지 못한채 계속해서 쳇바퀴도는 원론적 논쟁만 하다가 이날 일정은 마무리됐다.
이날 현장조사가 '허무하게' 끝이나자, 범대위측은 전면적인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 재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강정 해안가에서 이뤄지는 공사를 전면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사업부지 내 보호종의 보전대책이 선행된 후 공사가 진행돼야 함에도 해군은 이를 위반하고 있다"며 "현재 테트라포드(일명 삼발이) 제작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보호종인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경영향평가 당시 조사한 바로는 사업부지 전역에 걸쳐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해군은 사업부지 중에소 극히 일부에만 이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결국,보호종의 서식범위, 개체수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없이 생색내기 보전대책에 그치고 있어 전면적인 공사중단을 통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해군측은 붉은발 말똥게의 서식지 이전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해군 관계자는 8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용역업체가 해당지역에 대한 추가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만약 이 지역에 붉은발 말똥게가 확인된다면 해당 지역의 공사는 잠시 멈추고 이식작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붉은발 말똥게 추정지역으로 확인된 곳은 전체 공사부지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2-3곳의 서식지가 추가된다 하더라도 공사는 절대로 중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붉은발 말똥게의 보호를 위해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정확한 실태조사를 벌일 것을 요구하는 측과, 현재까지 확인된 서식지의 개체만을 잘 이식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는 해군측의 반박.
말 그대로 '멸종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는 이 논란 속에서 앞으로 운명에 처하게 될까.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