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 축하받을 일이다.”
지난 3월 SBS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배우 차인표 씨의 말입니다. 차인표 씨는 방송에서 나눔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두 딸을 공개 입양하게 된 사연을 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는데요.
방송 이후 차인표 씨의 이야기는 중·고등학교 교육 자료로 활용될 만큼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특히 공개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죠.
5월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경기도에 거주하는 입양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하는데요. 오늘만큼은 편견 없이 입양문화를 올바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의 한 전원주택에 들어서자 세 아이와 이들의 엄마 김은자(44.여) 씨가 저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여섯 살 소연이와 다섯 살 홍기. 그리고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막내 소이까지. 보기만 해도 행복한 기운이 물씬 풍기더군요.
회사에 나간 아빠 신용운(52.남) 씨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큰 딸 소미 씨는 함께할 수 없었지만 거실의 사진을 보니 “입양은 이런 거구나”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입양하면 하나도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셋이나 더 키울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는데요. 그 대답이 놀랍습니다.
“딸 하나를 낳고 아이가 외로워해서 더 낳고 싶었는데 계속 안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마침 교회 다니는 분 중에 입양한 분이 있어서 그 가족을 보니 일반 가정과 다를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소연이를 데려오게 됐는데, 키우다 보니 이상하게 자꾸만 또 하게 되더군요. 입양도 중독 같습니다. 하하.”
입양도 중독이라니. 하지만 그런 김은자 씨 부부도 첫 입양만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김은자 씨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내가 낳은 딸이 있는데 과연 낳은 자식처럼 똑같이 사랑하며 키울 수 있을까. 나중에 커서 우리 친 딸보다 더 잘 됐을 때 똑같이 기뻐할 수 있을까. 그런 게 가장 큰 고민이었죠. 입양 접수하고 기다리는 동안 하루도 고민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집에 데려오니 그 순간부터 육아하기 바빠서 고민할 여유도 없더라고요.”
새로운 가족이 생기자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큰 딸 소미 씨였는데요. 어릴 때부터 동생이 갖고 싶었던 터라 오래 기다린 만큼 동생을 예뻐하던 소미 씨는 지금까지도 동생들을 끔찍이 아낀다고 하네요.
집안 분위기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딸 하나 있을 때는 집이 매우 적막했어요. 저도 직장에 다니던 때라 가족이 서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죠. 그런데 아이들이 오고부터는 얘기꺼리도 많아지고 웃음이 많아졌어요. 어릴 때 아이들이 예쁜 짓을 많이 하니까 늘 즐거운 거예요.”
무엇보다 좋은 건 아이들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남편이라는군요. 입양을 먼저 제안한 것도 남편 신 씨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고 합니다.
아빠 신용운 씨는 공개입양 가족들의 모임인 ‘홀트 한사랑회’의 임원으로도 활동 중인데요. 이 모임을 통해 공개입양 후 아이 키우는 방법이나 고민 등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하네요.
소연이네도 공개입양 가족인 거죠. 엄마 김은자 씨는 공개입양을 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전까지는 95% 이상이 비밀입양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비밀로 할 경우 나중에 아이가 커서 부모가 아닌 제3자에게 이야기를 듣게 되면 충격을 받고 부모와 신뢰관계가 깨지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입양 사실을 아이에게 알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했어요.”
현재 소연이와 홍기도 낳아준 엄마가 따로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데요. 소연이는 나중에 생모가 같이 살자 해도 “나는 예쁜 김은자 엄마랑 같이 살 거야!”라고 말한다는군요.
김 씨는 앞으로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도 “낳아준 엄마아빠가 꼭 아이들을 만나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라는 게 자랑스럽다는 김 씨. 그녀는 입양에 대해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했는데요. 마지막으로 입양을 한 엄마로서 경기도에 바라는 점을 들어봤습니다.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의 날이 1년에 한 번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많이 알려주고 1회성 행사로만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입양동화 같은걸 필독도서로 넣어줬으면 합니다. 요즘 다문화가정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입양가족은 아직도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고 있어요.”
한편, 경기도는 부모가 입양할 때 발생하는 입양비용을 130~270만원 한도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 입양아동에 대해 13세까지 매월 15만원의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현재 경기도에서만 2,537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하네요.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 아직도 ‘입양’이란 단어를 두고 긍정보단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사실인데요. 입양의 날을 계기로 입양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그 의미를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로 경기도의 입양의 날 기념식은 일주일 뒤인 5월 18일 진행됩니다.
글·사진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