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김해창.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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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 오후 2시 넘어 옛 동래향교 자리인 동래고 도서관에서 ‘탈핵사랑방’이 열렸습니다.
이날 모심이인 윤용출 부산대 역사교육과 교수님의 ‘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본 지진이야기’를 약 30분에 걸쳐 특강을 하셨습니다. 아래 내용은 윤 교수님의 특강을 요약한 것입니다.
강연을 하신 뒤에 윤 교수님께서 다시 메모해 주신 자료를 참고로 했습니다. 윤 교수님은 PPT를 통해 서양의 과거 리스본대지진이나 14세기 일본의 지진 그림 등 다양한 사진 자료를 제시하며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다양한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지진시대의 지진 기록을 담고 있는 역사서는, 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 등이 대표적입니다. 삼국사기에는 107건의 지진 발생 기록이 수록되어 있으며, 그 중 가장 피해가 컸던 779년 신라 혜공왕 15년때의 경주지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망자 수 100여 명에 달한 대형 지진이었지요. 고려사에는 171 건의 지진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약 1600여 건에 달하는 많은 지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더욱이 지진 발생의 일시, 위치, 상황 등이 비교적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어 높은 자료적 가치를 보여줍니다. 태조2년에는 지진(地震)이란 말은 물론 지동(地動), 지열(地裂)이란 말이 나옵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이러한 지진의 사례를 보면 예컨대 1454년(단종 2년) 12월에 경상 전라도 각지에 발생한 지진에서는, 담과 가옥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압사한 사실이 있습니다. 1518년(중종 13년) 5월의 지진은 전국 넓은 범위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왕이 머물던 궁전이 흔들리고, 용상이 좌우로 요동하기도 했지요. 도성 안 사람들이 놀라서 밤새도록 노숙하며 제 집에 돌아가지 못하였는데, 전국 팔도가 모두 그런 형편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1565년(명종 20년) 9월 평안도 상원에서는 이듬해 1월까지 100여 차례의 지진이 연속 발생한 일도 있었습니다.
1643(인조 21년) 7월에는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빈발하였습니다. 울산의 땅이 갈라지고, 물이 용솟음쳤으며, 대구, 안동, 김해, 영덕 등지 성곽이 일부 붕괴하였으며, 영덕에서 동래에 이르는 지역의 해일이 발생하는 등, 조선시기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추정됩니다. 1757년(영조 33년) 7월 충청도 덕산, 1810년(순조 10년) 2월 함경도 부령에서도 지진이 발생하여 인명 피해가 따른 사실이 실록에서 확인됩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부울경지역에는 태종때 부산 동래 언양지진이 나오고 세종때 동래 기장 지진이 나옵니다. 실록에서는 일본과 중국 등 주변 국가의 지진 피해에 관한 사실도, 수집되는 대로 수록되어 있습니다.명종때 평안도에서 발생한 100여 차례의 지진은 중국에서 수십만명의 인명피해가 난 지진의 여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숙종 때인 1707년 2월에는 일본에서 발생한 호에이(도카이)지진 발발사실도 기록돼 있습니다.
지진은 전근대사회에서 가장 큰 천재지변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 조선 관료들은 지진을 어떻게 이해하였을까요? 이들은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며, 양은 임금의 상(象)이며, 음은 신하의 상이니, 임금은 움직여 마땅하고 신하는 고요해야 마땅’하다고 보았습니다. 지진은 재앙이면서 천견, 곧 하늘의 꾸짖음이었으므로, 여기에 응해야 했지요.
사진: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지진'.
지진이 발생하면, 군신 간에 정치적 반성의 계기를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때로는 정치적 반대파에게 타격을 주는 좋은 계기로 활용될 수도 있었지요. 의병장 조헌은 지진 발생을 보고 ‘일본이 처들어올 조짐’이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광해군때 고산 윤선도는 진사의 신분에 상소를 올렸는데 지진이 발생한 것은 간신의 권력남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간신 척결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호 이익을 비롯한 조선후기의 실학자들은 다른 견해를 보였습니다. ‘오주연문장전산고’를 쓴 이규경은 지진이 ‘땅속의 화기가 솟구쳐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진에 대한 정치적・도덕적 해석은 근거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합리적・과학적인 해석의 단초가 마련된 것입니다.
한반도 지진 활동은 판내부 지진 활동의 범주에 속하며 시간과 공간적으로 매우 불규칙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기 한반도의 ‘판내부 지진’ 양상을 분석해 볼 수 있는 좋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어요. 가령 조선의 지진은 진도는 기록이 돼 있지 않지만 기와집 초가집이 어떻게 흔들리거나 무너졌다고 하면 이를 실험을 통해 알아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실록의 기록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과거의 역사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많은 지진 관련 기록은, 원자력발전소의 무리한 가동, 특히 노후 원전의 수명재연장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하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강연 끝에 김해창 경성대 교수가 몇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사진: 13차 시민행진에서 탈핵사랑방이 진행되고 있다. @신경준
“원전은 지진에 취약합니다. 후쿠시마원전이 그랬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에 대한 대비가 거의 돼 있지 않스l다. 우리나라도 최근 2004, 2005년에 진도 5.2의 울진지진이 발생했스l다. 고리1호기를 건설할 당시 양산지진대층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고리와 월성원전 일대는 활성단층도 다수 분포하기 때문에 지진 발생위험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고리원전은 리히터 규모 6.5를 견딜 수 있는 0.2g(지반가속도) 수준의 내진설계밖에 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고리3,4호기는 규모 7.0을 견딜 수 있는 0.3g로 설계돼 있습니다. 여기서 지반가속도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력가속도 g의 몇 배의 힘이 있는 지를 나타내는 개념이지요. 한수원은 지진 재현주기를 1만년 기준으로 지반가속도 0.28g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는 원래 지진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쓰나미는 아예 고려를 하지 않았지만 규모 0.0의 거대지진에 쓰나미가 와서 대참사를 초래했습니다. 그 뒤 6m 정도 되던 차수벽을 10m로 높였지만 후쿠시마의 경우 지진으로 인한 배관파손에다 결국 14~15m의 쓰나미가 덮쳐 모든 전원상실로 원자로가 녹아내려 버린 것입니다. 일본은 전기기술이 뛰어나서 발전소 정전은 있을 수 없다는 안전신화에 빠져 있다가 이런 대참사를 당한 것이죠.”
이날 모심이인 김은형 태양의학교 공동대표님는 서울의 일정이 있어 오전에 시민행진에만 잠시 참가했다 서울로 올라가셨고, 신경준 태양의학교 사무국장님이 ‘태양의 학교’를 소개했습니다. 아래는 태양의 학교 소개 내용입니다.
사진: 태양의 학교 블로그에 '13차 시민행진' 사진들이 오라와 있다.
“‘태양의학교’는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여 2012년 12월에 구성된 환경단체입니다. 김은형, 문상원 공동대표와 함께 교사 그룹에서는 탈핵과 에너지교육을 기획하고 보급하고 있습니다. 학생 그룹에서는 특강, 에너지 캠프와 캠페인을 하고 있으며 학부모 그룹에서는 방사능에서 안전한 급식을 위한 서울 안전 급식 조례를 시작으로 전국의 급식 조례가 안정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에서의 탈핵을 위한 연대로 발걸음을 하고 있지요.
완성된 에너지 교육 자료들을 살펴보면 10% 전기 절약을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 전력사용량을 모니터링한 결과 서울 숭문중의 경우에는 대기 전력 차단, 스위치 라벨 부착 및 냉난방 기기의 적정 온도 유지를 통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3년간 학교 전기를 누적 28%를 절약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런 활동의 결과 탈핵 도보 순례와 참여하기도 하고, 매년 3월 ‘지구촌 전등끄기’와 8월 ‘에너지의 날’ 에 서울광장에서 홍보 부스를 만들어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에 학생들이 직접 나서기도 합니다. 또한 서울시와 연대하여 확장된 캠페인은 2013년 매월 ‘서울시 전등끄기’의 날을 운영하고, 2014년 ‘그린멘토 특강’으로 이어져 서울 전역에서 진로와 결합된 탈핵 진로 특강을 서울시와 협력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지원에는 서울시장과 청소년이 만나 ‘원전하나 줄이기’위한 토의의 자리가 마련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서울 지역에서의 에너지 정체성을 통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의 착한 에너지의 여행 코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서울광장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만나며 콘센트 벽 뒤에 숨은 전기 에너지의 진실을 알아가기도 합니다. 이를 알리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 곽노현 전 교육감, 최재천 교수, 김익중 교수 및 총 50인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을 모아 ‘그린멘토, 미래의 나를 만나다(뜨인돌)’라는 책도 출간하고 번역만화집인 ‘체르노빌의 아이들’ 도서를 보급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모인 첫 번째 캠프인 ‘푸른하늘 공동캠프’는 2015년 1월에 밀양, 월성, 경주를 방문하여 핵발전소의 문제점과 송전탑으로 고통 받는 지역 주민의 현실을 공유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을 시작으로 한중대만의 공동탈핵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학부모 그룹에서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방사능 안전 급식을 위한 조례를 만드는 것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육청에 방사능 계측기 구매를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시민방사능감시센터’를 통해 학교 급식의 수산물을 모니터링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단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서울시 ‘에너지수호천사’의 2만명의 청소년 그룹과 함께하기 위한 탈핵 도보순례와 에너지절약캠페인을 결합한 사업, 배지, 스티커에 들어갈 캐릭터와 개발과 상품 보급으로 생활 속 탈핵과 대안에너지의 선택을 위한 사업으로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날 탈핵사랑방은 교육의 힘, 특히 역사교육의 힘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윤용출 교수님의 강의를 마치고 간단히 기념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