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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 스크랩 보문산성 가는 길
혜영 추천 0 조회 77 12.03.29 19:4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보문산성 가는 길에 낙엽이 소복이 쌓였다. 단풍나무아래를 지날 땐 마냥 좋지만 떡갈나무 밑은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낙엽을 딛고 미끄러진다.

 

나지막한 보문산에는 제2의 계룡산이라 불릴 만큼 절도 많고 암자도 많고 무당집도 많다. 보문산은 애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소망을 품고 올라 지극한 정성을 드리던 민중 신앙의 대상지였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 앞일 몰라 막막한 건 마찬가지니 이 산 들머리에는 여전히 붉은 깃발 많이 나부끼고, 세워지는 것이 절이고 암자다.

녹록하지 않는 삶을 살아내던 사람들은 이 산의 바위에 부처를 새기고 꿈같은 보물도 묻었다. 날만 새면 비는 쌀독, 한 번도 가득찬적 없는 쌀독을 가진 사람들에게 꺼내도 꺼내도 다함이 없는 보물주머니나 보물접시가 묻혔다는 산의 전설이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이 산에 쌀 씻은 뜨물이 개울 따라 오 리를 간다는 보문사라는 큰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폐사지만 남아 찾는 길손의 마음을 붙든다. 예전 송시열선생은 선조의 묘가 있는 판암동이나 스승이 계시던 연산에 갈 때 이 산을 보지 않으려 부채로 가리고 다녔다 한다. 일제 강점기엔 일본인들이 후지산을 닮았다 해서 이 산을 사랑하고 아꼈다. 산은 천년만년 가만있는데 백년도 못사는 인간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내치기도 하고 품기도 한다.

보문산성 올라가니 쌀쌀한 날씨에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올라온 지 오 분도 못 지나 땀이 가시면서 추워져 오르며 벗었던 옷을 꺼내 입어야 할 판인데 아이스크림이라니! 팔아 드리고 싶어도 먹고 싶은 생각이 아무래도 안 든다. 따뜻한 품목으로 얼른 바꿔야 하는데 시절 따라, 계절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기엔 장사꾼 아저씨의 나이가 너무 많다.

군사를 지휘하던 장대루는 이제 운동하러 올라온 사람들이 이곳을 목숨 걸고 지키던 병사들과는 다른 눈으로 저 멀리 계족산성을 바라보고 대전 시내를 바라본다. 저 산을 넘어 백제 성왕이 다시 오지 못할 길을 갔을까! 신라에서 왔다는 백제 무왕의 아내는 어느 길을 따라 왔을까! 저 산이 그 산 같고 저 길이 그 길 같다.

대전은 산성의 도시다. 신라와 국경이 가까워 봉우리 마다 크고 작은 산성이 있다. 이 산성들은 나중에 백제가 멸망한 후 백제부흥운동의 근거지가 되었다. 보문산성은 1300여년 만에 복원된 백제산성으로 둘레 300m 남짓 되는 테뫼식 산성이다. 전투를 위한 산성이기 보다 통신연락이 주목적이었던 산성으로 보인다. 시대를 달리하는 토기조각들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니 오랫동안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밤이 되어 사람들이 산 아래로 내려가면 이곳은 고양이들의 천국이 된다. 빽빽하게 심어진 주목아래 은신처를 마련하고 고양이들은 사람이 모두 내려간 곳에서 주인노릇을 하며 옛 병사들처럼 이곳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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