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다양한 가전기기들이 등장하기 이전, 우리 어머니들은 빨래, 걸레질, 청소 등 모든 가정 일을 손으로 직접 했다. 그래서 나이드신 주부들은 손이나 손목이 ‘‘저리고, 시리고, 쑤시고, 얼얼해 잠을 못 이룬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일명 ‘‘손저림증‘‘. 이는 ‘‘병(病)‘‘이 아니다. 여러 가지 질병 증상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 대부분이 나이가 들어 혈액 순환이 안되기 때문이라며 약물에만 의존하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판이다.
물론 손저림증은 혈액 순환 장애로도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매우 드문 경우이고 대부분 신경기능 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손저림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정밀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손 저림증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보면 ▲감각의 저하(손이 곱다, 무디다) ▲이상 감각 또는 착감각(손이 저린다, 얼얼하다) ▲감각 전환(손을 만질 경우 에린다, 전기오는 느낌이 든다) ▲통증(손이 쑤시고 아프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원인별로는 말초신경 장애와 중추신경 장애로 나뉜다.
이런 질병 중 외래에서 흔히 보는 경우는 ▲정중신경 압박증 ▲척골신경 압박증 ▲퇴행성 경추질환 ▲당뇨·만성신부전·알코올 중독시 보이는 다발성 말초신경 병증 ▲뇌졸중(중풍) 후유증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등이 있다.
손 저림증의 가장 흔한 질환이다. 주로 여성에게 나타난다. 밤 시간에 엄지, 인지, 중지 및 약지의 일부까지 저리고 아파 잠에서 깨어나는 경우가 많다. 한쪽 손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나 60% 이상이 양쪽 손 모두에서 나타난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이 일반적이지만 당뇨병, 갑상선 질환, 알코올 중독, 관절염 등의 환자 및 임신중에 발생률이 높다.
주로 손목 관절 이하에서 저림증과 감각저하가 나타나며 심할 경우 근육 위축 및 근력 저하도 관찰된다. 감각 저하가 심할 경우 통증 조차 느끼지 못해 환자는 증상이 좋아진 줄 알지만 오히려 더욱 악화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서둘러 전문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엔 약물치료 등이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상태가 중기를 넘은 경우 수술해도 정중신경의 완전 회복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은 손바닥의 횡수근 인대를 열고 정중신경의 압박을 풀어 주는 시술인데 신경 손상이 아주 심한 중증 환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환자의 경우 통증 및 손 저림이 수술 초기에 호전되고, 시간이 지나면 손의 근력이 회복돼 가정 생활엔 큰 불편이 없다.
두번째로 흔한 신경 압박증이다. 새끼 손가락 부위 쪽 손바닥과 팔꿈치 안쪽이 저리고 심한 경우 손힘이 약해진다. 이는 척골신경이 팔꿈치 부위에서 압박되기 때문이다.
척골신경은 팔꿈치 뒤로 지나가서 손 쪽으로 가는데, 팔을 안으로 구부릴 경우 척골신경이 팔꿈치 부위에서 땡겨지고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신경 손상을 유발한다. 최근 이 질환이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컴퓨터 작업 및 사무 작업 등이 증가하고 장시간 운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수근관 증후군과 달리 통증은 비교적 없다. 그러나 새끼 손가락 부위의 감각 저하 및 근력 약화로 인해 약지와 새끼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아 생활불편을 겪는다.
치료시 초기엔 팔을 편 자세를 유지하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지만 심할 경우 근전도 검사를 통해 척골신경이 압박되는 부위를 찾아 압박을 풀어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자료제공:한영민 가톨릭대학교 성모자애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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