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분양 시장이 전국적으로 얼어붙었으나 유독 인천 송도에선 청약 과열 현상이 빚어졌다. 포스코건설이 23일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송도 센트로드’ 상가(120개)는 3200여 건의 청약이 몰려 27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4군 22개 점포에는 1490건이 접수돼 6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근래 침체된 상가 분양 시장에서 볼 수 없던 과열이다. 노른자위 블루칩 상권이라는 잠실권 상가와 판교 신도시 상가 용지 분양이 시들했던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송도는 지난해 ‘로또텔’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오피스텔 청약 광풍의 진원지다. 코오롱건설이 지난해 4월 분양한 ‘더 프라우’(123실)는 59만7192명이 몰려 4855대1의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5~26일과 지난달 분양된 오피스텔 ‘센트로드’와 ‘커넬워크’의 청약경쟁률은 각각 129대1과 190대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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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가 썰렁해도 송도 상가와 오피스텔에는 투자자가 몰린다. 송도지역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현장. |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약 열기가 ▶경제자유구역·국제도시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분양가 ▶전매 제한이 없다는 점(오피스텔은 22일 이후 분양신고 물량부터 전매 제한) ▶공세적 마케팅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센트로드 상가의 경우 ‘송도의 테헤란로’에 해당하는 국제업무단지에 들어서고, 인천 지하철 1호선 역과 연결되는 입지적 이점을 갖췄다. 1층 기준 평균 3.3㎡(1평)당 분양가는 2300만원대로 택지지구(신도시) 1층 가격대(3000만 수준)보다 낮아 저항감이 적었다. 게다가 계약금 20%를 넣으면 중도금 일부가 무이자로 대출돼 2011년 10월 준공 시점까지 자금 부담이 크지 않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건설업체 브랜드와 마케팅이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청약 전부터 ‘웃돈(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것이 단타 투자자를 끌어 모은 동력이었다. 천연재 애드라인 본부장은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요즘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 것이 소액투자자의 관심을 끈 듯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말이나 내년에 분양이 이뤄질 ▶일산 킨텍스 레이킨스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송파 동남권 유통단지 ▶판교역 일대 중심 상업지 ▶노량진 민자역사 등의 분양에도 송도의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송도 상가 '빚 좋은 개살구' 평가도
그러나 송도의 상가는 아직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온다. 송도 센트로드의 경우 완공까지 3년이 걸리고 완공 시점에 가서도 상권이 기대만큼 형성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가 들어오지 않는 완공 전의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완공 후에는 월세가 금융비용보다 적을 수 있다. 분양가 역시 미래 기대가치까지 일시에 반영한 것으로 결코 싸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이번 청약 과열은 중장기 수익성보다 단타 가능성을 보고 덤벼든 가수요가 빚은 이상 현상”이라고 말했다.
투자 안전성에서 오피스텔은 그나마 상가보다 낫다. 상권이 성숙하지 않아도 전세나 월세를 놓을 수 있고, 여의치 않으면 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웃돈을 노렸다면 낭패 볼 수 있다. 실제 청약은 과열이었지만 계약이 부진했거나, 프리미엄이 거의 붙지 않은 오피스텔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분양된 더 프라우 오피스텔도 청약 당시 시세 대비 분양가(3.3㎡당 650만원 선)가 저렴해 인기몰이를 했지만 프리미엄은 미미한 수준이다. 더 프라우 오피스텔 105㎡형의 경우 최초 분양권 프리미엄은 5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 2000만~3000만원까지 하락했고 거래마저 거의 끊겼다. 커낼워크 오피스텔은 계약률이 92% 수준이다.
“상업용지 비율 살펴야”
상가를 분양하는 곳에 가 보면 분양업체 직원들이 그럴듯한 계산식을 보여 준다. 대개 보증금과 월세를 받으면 실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연 6~8%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상권이 좋아지면 덤으로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분양 상가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계산기를 두들겨 보는 게 좋다. 같은 건물이라도 위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게 상가다. 상권과 입지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분양업체 직원이 강조하는 흥행 요소들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송도처럼 대규모 신도시로 개발되는 곳은 상업용지 비율을 살펴야 한다. 흔히 상업용지 비율이 5%대 이하면 비교적 양호한 곳이지만 이 비율이 낮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개발 호재가 있다고 해서 한 상가가 ‘후광 효과’를 독차지할 것처럼 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접 지역에 더 강력한 상권이 등장하면 작은 상권은 썰렁해지게 마련이다. 송도지구는 53㎢(약 1611만 평)로 분당의 세 배 규모다. 대규모 상가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 소형 상가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다만 송도가 도시 경쟁력을 높이며 서울 강남이나 중국 상하이처럼 성장한다면 소형 상가라도 고수익 업종을 유치할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보증금과 월세 수준은 주변 상가에서 직접 알아보는 게 좋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나 상인에게 월세 상가를 얻는 입장에서, 또 놓는 입장에서 모두 문의해 봐야 한다. 지하철역 연결을 강조하는 상가라고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출구에 따라 형성되는 상권의 크기나 힘이 다르다. 임차인이 없어도 수년간 임대수익을 보장해 준다거나 전매나 임대를 보장한다는 달콤한 말은 귀에 담지 않는 게 좋다. 임대수익을 지급하다 중단해 분란이 생기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초의 ○○ 전문 쇼핑몰’의 ‘최초’는 상가 가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집객(集客) 요소가 강한 콘텐트가 없고 운영마저 미숙해 실수요층 유인에 실패한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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