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의 부전계곡 그 처녀성(處女性)을 잃다.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 분기점)
다음 불 로그:-kims1102@
남부지방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이따금씩 내리는 소낙비는 습도를 높여 끈적끈적한 더위로 몸살을 앓게 한다.
우리들은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그동안 중부지방에 지루하게 이어져온
올해 장마는 이달 6일경에야 끝날 것으로 내다본다.
“남해안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북한으로 점차 북상하면서 전국에 한차례 비가오고
이후 장마전선이 완전히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올 장마는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올 장마는 평년보다 일주일가량 빠른 6월17일 중부지방에서 시작돼
8월까지 계속되면서 예보대로라면 이번 장마는 51일간 이어지는
역대 가장 긴 장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또 장마가 끝난 뒤 전국은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부지방이 역대 최장의 지루한 장마를 맞는 동안
“반쪽 장마”가 두드러지면서 남부지방은 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져 가뭄 피해도 잇따랐다.
여름산행은 더위 때문에 시원한 계곡을 찾는 계곡산행을 주로 많이 한다.
지난주 화엄사계곡산행에 이어 오늘도 부전계곡산행을 하기로 했다.
오늘 산행코스는 무령고개에서 출발,
-영취산(1076m) -덕운峰(983m) -894봉 -839봉 -제산峰(853m) -부전계곡
-부계정사 -상부전주차장으로 내려오는 4시간30분 소요코스다.
우리가 등산할 때 물통은 야외활동의 “컨디션 지킴이”역할을 톡톡히 한다.
여름철 아웃도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물이기 때문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길 위에서 물을 찾을 일도 잦아진다.
출발 전 평소보다 많은 물을 챙기게 되니 신경 쓸 것도 많아진다.
무게와의 전쟁인 등산에서
1.8L 대용량 생수통을 무작정 들고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니 용도에 따라
배낭과 등산화를 따로 마련하는 것처럼 물통도 용도에 맞게 골라야 한다.
물통은 크게 소재와 용도에 따라 구분한다.
보온기능이 있는 보온 형, 간편함을 강조한 스포츠형, 대용량을 저장하기에
적합한 워터 백 형태의 물통 등이 있다.
등산이나 트레킹에는 휴대용 스테인리스강 물통이 적합하다.
등산 전 미리 물통에 물을 2/3정도만 넣어 얼린 다음 당일에 나머지 1/3에 물을
부어 들고나가면 더 오랫동안 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단 보온 형은 열을 차단하기 위해 두껍게 만들어져 크기에 비해 용량이 적다는
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광주역광장에 산행버스가 도착했는데 오늘도 양동매씨들이 거의 참여를 했다.
아침 날씨는 시큰둥하게 그 속내를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일기예보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거지만 그 양은 많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일부회원들이 비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그렇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지 않았다.
오늘은 부전계곡을 가고 싶다고 생각지도 않았던 단체회원 9명이 합류를 해줘
졸지에 48명의 회원이 영취산-부전계곡 산행을 하게 되었다.
요즘은 지리산 어느 곳이나 도로가 개설되어 있고 지리산을 속속히 찾아갈 수
있어 좋다.
산행버스는 가파른 고개를 올라가기 위해 헐떡거리며 힘겨운 주행을 하고 있다.
무령고개는 장수군 장계면과 반암面을 연결하는 고개로,
고개에는 간이식당과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대부분 회원들은 계곡산행을 하겠다며 부전마을로 떠났고 영취산을 오르는
회원들은 십여 명에 불과했다.
산행은 무령고개에서 시작되었고 가파른 덱-그길 을 올라가니 영취산이었다.
함양의 영취산(1076m)은
백두대간에서 호남정맥이 갈래를 치는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의 한 봉우리여서
영취산이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산세가 빼어나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산행은 깜짝하는 순간에 영취산정상에 올랐다.
백두대간에 올라서면 조망도 빼어나서 이웃한 백운산을 비롯하여
장안, 괘관, 황석, 거망, 금원, 기백, 월봉, 덕유산 등 1000m급 고봉준령이
마루 금을 그리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회원 3명이 이정표가 있는데도 무시하고 정 반대 방향인 1085봉 쪽으로 갔다가
산행이사가 전화를 걸어 되돌아오기도 했다.
산행 길은 우거진 잡목과 조릿대 숲으로 그늘이었지만 바람이 없어 무더웠다.
습도가 높아 땀이 비 오듯 한다.
아침에 비 걱정을 했지만 하늘은 땡볕이다.
제산峰 못 미쳐 갈림길에서 일행은 부전계곡으로 빠져들었다.
부전계곡,
영취산 아래에는 함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는 원시상태의 계곡이 있는데.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 및 화림동계곡과는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었다.
오랫동안 산행을 한 사람들도 길 찾기가 어려워 감히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깊은 계곡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정비된 길이 아니었고 산 꾼들이 다니던 길로 매우 협소하고
흐릿했다.
또한 계곡은 경사도가 심했지만 산길은 사선으로 이어져 위험하지는 않았다.
계곡 상류 쪽에는 물이 없는 마른 계곡이었다.
20여분 내려갔더니 어디서 시작 된지를 알 수없는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물은 너무나 깨끗해서 손을 넣기가 미안했다.
한 참을 더 내려갔는데 계곡 물 때문에 길이 끊기고, 끊긴 계곡을 건너기를
대 여섯 번이나 했다.
갑자기 폭우라도 쏟아지면 길을 잃을 것 같은 느낌에 두려움이 앞섰다.
계곡에는 많은 나무들이 넘어져 장해물이 되었고 내려갈수록 계곡물은 늘어났다.
개발되지 않은 민낯의 부전계곡을 우리는 보고 있었다.
계곡이 잠시 끊기듯 사라지더니 오른쪽 숲 안쪽에서 콸콸 물소리를 내며 암반
위를 힘차게 흐르는 부전계곡의 참 모습도 보았다.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된 부전마을 못 미쳐 만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부계 전병순이 은거하고 강학(講學)하던 곳이다.
그의 흔적은 계곡 입구에 있는 “부계정사”라는 잘 정비된 고가(古家)로 남아
있었다.
부계정사는 조선시대 부계 전병운이 은거하며 강학(講學)하던 곳이란다.
부계는 동생 전시순과 함께 매산 홍직필의 문하에서 수학하며 일가를 이루었고
“매문오현”에 꼽히는데 저서로는 부계集(9권 5책)이 있다.
신을 벗고 건너야하는 계곡길이 두 군데 있었는데 첫 번째에서는 계곡산행을
마친 회원들이 물가 바위에 앉아 담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여유로워 나도 합류를 해서 잠시 쉬었다.
두 번째 신을 벗고 건너야할 계곡에서는 지 궂은 여성회원들이 물을 건너는
회원들마다 옷 입은 채로 물에 빠뜨리는 장난을 해 박장대소를 했다.
여기까지는 사람들의 왕래가 뜸했고 가끔 가족단위로 피서하는 여유가 있었다.
부계정사를 지나면서 너른 화강암반 아래 짙푸른 용소를 만나게 되는데
암반 사이로 옥류(玉流)같은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용소에 이르는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의 구불구불한 슬라이드를 떠오르게 했다.
계곡의 폭도 넓어지고 수량도 많아졌는데 부전계곡의 참모습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개방되어 그 신선함을 잃고 말았다.
피서객들을 여름더위로부터 잊게 해주는 것은 좋은데
폭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한 번에 몰려들면서 계곡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주차시설은 부족하여 도로주변까지 주차되어있고 화장실과 식수시설 옆에는
넘쳐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텐트를 치는 공간도 태부족이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별로 없었다.
주차장에 아예 들어가지 못한 산행버스가 도로변에 주차하고 있었다.
오늘 하산酒는 함양휴게소에서 삶은 맛있는 콩물국수였다.
시원하고 열무김치에 곁들인 국수가 맛이 제대로 났다.
“꽃사랑”이 제공한 김치와 콩가루 쑥떡이 회원들을 즐겁게 해주었고
오늘도 수박 두 통이“꽃사랑”의 손맛에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무더운 여름날 열 받은 아스팔트 위에서 회원들을 위해 땀 흘리며 음식을
준비해 준 양동매씨들과 젊은 여성회원들 그리고 궂은 일 마다않고 솔선하는
“군왕봉”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광주로 되돌아가는 산행버스 안에서는 회원들의 노래자랑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여름철 별미 가운데 농어만큼 얘깃거리가 풍부한 생선은 없으리라.
“벼슬도 버린 천하별미. 염라대왕도 홀딱 반한 맛. 바다의 웅담 기타 등등”
농어에 대해선 유난히 이야기와 속담, 별명이 많으며 한마디로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다.
경남 통영에는 염라대왕이 농어회를 먹어보지 못한 사자(死者)를“맛이나 보고
오라”며 이승으로 돌려보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여름철 별미 가운데 농어만큼 얘깃거리가 풍부한 생선은 없으리라.
흔히 계절별 대표생선으로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를 꼽는다.
농어는 서남해안에서 두루 잡히는데 전남에선 완도지역이 주산지다.
자연산 농어의 경우 7-8월엔 불포화지방 함량이 다른 철보다 배 이상 높아
가장 맛이 있다.
겨울에 깊은 바다로 나갔다가 초여름 무렵 연안으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멸치와
학 꽁치, 망둑어, 등을 잡아먹어 7월 중순 이후가 가장 살이 오르는 시기다.
농어는 유선형의 길고 탄력 있는 몸매 덕에 “팔등신 생선”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회로 먹는 게 가장 좋은데 얇게 포를 뜨든, 도톰하게 썰든,
농어회는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농어 쓸개는 “바다의 웅담”이라고 불린다.
농어 쓸개로 담근 쓸개酒는 좀처럼 취하지 않으며 과음한 다음날 속 풀이 술로
애용되고 있다.
농어는 탕과 찜으로 많이 먹는데 맑은 탕은 원기가 떨어지기 쉬운 여름에 채소와
함께 먹으면 좋다.
농어는 지금이 제철이다.
(2013년 8월 2일)
첫댓글 날씨가 좋지 않다가도~~ 금광 산악회에서 떴다하면 좋은 날씨로 변해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날씨마저 회원님들의 열정에 손을 드나 봅니다~~ 영취산의 전경이 궁금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니 잘 느껴 보고 갑니다~~ 산행에서도 수고 하셨고 더운데 후기글 쓰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농어회 한사라에 피로도 푸시고~ 더위에 손실된 영양도 보충 하시옵소서
조용하고 간절한 음색으로 회원들의 마음을 감동시켜준 노래솜씨 고마워유 ㅠㅠ
산행에 지친 피로가 싹 풀리네요.
자연상태의 부전계곡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람 앞으로 다가섰는데 몸살을 앓고 있더군요.
민낮의 부전계곡이 순수한 처녀성을 잃어버린 느낌에 보는 가슴이 아프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