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D] 16화: 하피 여왕의 티아라(下), 편.

[최원]

- 하피 여왕의 군세를 격파하고 그 지휘관들을 생포하여 그로부터 하피 여왕의 수도와 내부 사정을 파악한 일행은 하피 여왕이 다시 군대를 끌어 모으기 전에, 노아 탐사대 일원들로 그곳으로 침투하여 하피 여왕과 바스티앙을 쓰러뜨리기로 결정합니다.

- 그 와중에 다크스톰 시티에서 실버 플레임의 이단심문관이 추적해 온 범죄자가 켈 세긴에 의해 체포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실버 플레임 교단에 연인을 잃고 폭주하던 이 늑대인간 범죄자는 자신을 붙잡은 자유연맹에 대해서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투정 같은 요구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주고(빼앗은 무장을 돌려줘버립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유스티네 여왕에게 감복한 그는 모든 사정을 털어놓습니다. 

 실버플레임의 사제와 정체를 숨긴 늑대인간 간의 비극으로 끝나는 러브 스토리를 듣고 잠시 실버 플레임 교단의 인쿼지터들에 대한 분노에 휩쌓이는 일행입니다만, 왕국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었습니다.

- 결국 노아가 제안한대로 늑대인간이 골치덩이 실버 플레임 이단심문관들을 도시 밖으로 유인하여 최후를 맞이하게 하는 것으로 사태를 정리하기로 합니다.

  유스티네에게 감복된 늑대인간은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 아는 이 하나 없음(다크스톰시티의 벌목공 늑대인간들은 예전 노아탐사대에 의해 일소당했죠)에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린지라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렇게 실버 플레임 이단 심문관 사건은 종결됩니다.

- 이제 남은 건 결전 뿐입니다. 일행은 엘레멘탈 카트를 몰아 바이쉬크 산맥 속 숨겨진 협곡의 하피 왕국으로 향합니다.

 하피 왕국의 내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중심부로 침투해 가는 노아 탐사대. 

 그러나 여왕의 방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뜻밖의 인물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마지나 드'바달리스. 그녀는 바달리스 가문의 브리딩 길드의 리더로, 어머니가 없는 바스티앙과 유스티네에겐 어린 시절부터 친근하게 대해 준 양어머니와 같은 친숙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상냥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유스티네의 가슴을 찢어 놓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유스티네가 당장 이 어리석은 '반항'을 그만두고 '오빠'인 바스티앙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야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당연하게 반발하는 유스티네에게 그녀는 이어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바로 바스티앙과 유스티네가 가주의 친자식이 아니며 자신, 마지나 드'바달리스가 남매의 친어머니라는 것이었습니다.

-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수수께끼가 한 번에 퍼즐의 조각처럼 맞춰지며 풀어집니다. 

 왜 바달리스의 가주는 갑자기 엘딘 리치로 떠났는가. 왜 그는 친자식인 바스티앙과 유스티네를 죽음의 땅 드로암으로 쫓아냈는가.

  마지나 드'바달리스는 페랄 하트라 불리는 동물을 그저 기계와 같은 도구로만 인식하며 편의를 위해 멋대로 다루는 조직의 수장으로 일행이 찾아냈던 바달리스 가문의 '호리드 애니멀 프로젝트'를 실제로 계획하고 진행한 장본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가문 내에서 서서히 힘을 키워오며, 엘딘 리치의 극단적 자연주의자 애쉬바운드와 비밀협약을 맺어 블라이트 콜러를 회유한 것도 그녀였으며, 가주의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엘딘 리치에서 자신의 아이와 바꿔치기를 한 것도 그녀였고, 비밀을 알아채려는 찰나에 가주의 아내를 살해한 것도 전부 마지나 드'바달리스였던 것이었습니다.

  가주는 자신이 오랜기간 사랑해왔던 자식들이 사실은 자신의 원수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완전히 공황에 빠졌고, 차마 바스티앙과 유스티네를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런 애매한 추방 명령을 내렸던 것입니다. 분노로 추방하고 다시 헤먼드에게 유스티네의 안전을 맡긴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가주는 이미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미친 사람처럼 자신의 자식들의 행적을 찾아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엘딘 리치로 가버린 것이었습니다.

- 마지나 드'바달리스는 친어머니로서 유스티네에게 '적장자'인 '오빠'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고 물러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미 유스티네는 신전에서 자라던 시절의 귀한 가문의 연약한 아가씨가 아니었고, 지난 드로암에서의 2년 여간의 세월을 통해 그녀는 이미 전사이자 여왕으로서 오롯한 존재로 성장한 후였습니다. 

- 유스티네의 거절을 예상치 못한 듯 마지나는 가식에 찬 온화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삿대질과 악다구니를 늘어놓습니다만, 유스티네에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합니다. 그녀를 무시하고 하피 여왕, 그리고 바스티앙을 향해 나아가는 유스티네입니다.

- 하피 여왕은 유스티네가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해두고 있었습니다.

 유스티네의 군대에 참패하여 일순간에 전력을 모두 잃어버린 그녀는 다시 바닥부터 힘을 기르기보다는 자유연맹왕국을 흡수하여 손해를 한 번에 메꾸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이에 (이전 유스티네가 제안했던) 하피 여왕의 티아라를 두고 진정한 하피 여왕을 결정하는 고대의 결투 의식에서 유스티네를 처치함으로서 이 계획을 이루려고 합니다.

- 오랜만에 본 바스티앙은 유스티네보다 유스티네를 계속해서 지켜낸 헤먼드에게 적의를 불태우고 있었고, 이렇게 하피 여왕이 마련한 고대의 결투장에서 다섯 부족 하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성한 하늘의 결투의 시작이 선언되고 모두가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바달리스 가문의 역량이 집중된 두 새, 불의 벌쳐과 물의 올빼미를 다루는 바스티앙과 고대 가루다의 피를 잇는 강력한 사령술사인 하피 여왕 에스피하의 무시무시한 힘이 하피 왕국의 하늘을 죽음과 파괴의 기운으로 가득 메웁니다.

 그러나 일행은 강했습니다.

 전설의 마검사 칼 레이시온은 하피 여왕의 강력한 사령 주문들을 조소하며 튕겨내고 그대로 하피 여왕을 지상에 내팽게치며 매서운 검은 시미터를 섬광처럼 휘둘러댔고, 노아 세긴은 강력한 변신 마법으로 붉은 드래곤으로 자신을 탈바꿈하여 하피 왕국의 창공을 가르며 포효하였습니다. 브루스 엘의 검무는 하늘 위에서도 우아함을 잃지않고 날카롭게 번뜩였으며, 코바이어 대륙에 손꼽히는 맹장 헤먼드의 검이 바스티앙과 그의 새들을 공중에서 유린하는 가운데, 유스티네의 정의로운 신성한 힘이 모두를 계속해서 지켜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력이 다한 바스티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져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이렇게 하늘의 결투는 일단락 되는가 했습니다만... 연인의 죽음에 분노하며 달려드는 하피 여왕의 절규가 그녀의 강력한 사령 마법과 융합하여 하늘을 뒤흔들며 일행을 덮쳐옵니다. 그 어마어마한 위력의 마력의 파동이 그대로 지칠대로 지친 일행을 향해 다가오자 모두의 얼굴에 절망과 공포의 기운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 때 헤먼드가 방패를 들어 모두의 앞을 막아섭니다. 

 모두를 찢어발길듯한 기세로 쇄도해오는 하피 여왕의 절규가 워포지드의 몸을 산산히 뒤흔들어 파괴합니다만, 그를 넘어 일행들에게까지는 향하지 못합니다.

 완전히 기능을 잃은 워포지드의 몸이 그 얼굴에 자긍심을 띄운채 힘없이 하늘에서 떨어져 곧 처참한 몰골이 됩니다...

- 곧 일행은 하피 여왕마저 완전히 쓰러 뜨리고 이 결투에서 승리합니다. 

 처참하게 부서진 하피 여왕의 몸에서 전혀 손상되지 않은 세 개의 보석이 그대로 떠올라 유스티네의 티아라로 빨려 들어가듯 날아와 곧 티아라와 하나가 됩니다. 

 눈부신 빛이 순간 하늘을 뒤덮는가 싶더니 사라지고 그렇게 또 하나의 전설이 유스티네의 머리에서 부활합니다.

 놀라운 광경에 잠시 침묵에 잠겼던 다섯 부족의 하피들이 곧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하피 여왕이자 진정한 고대의 티아라의 계승자, 유스티네에게 환호하며 하피의 언어로 경의에 찬 경배를 바칩니다.

- 이 와중에 처참한 몰골의 바스티앙의 유해를 붙잡고 있던 마지나가 악의를 넘어선 독기 어린 눈으로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늘어놓으며 유스티네를 비방하며 저주를 늘어 놓습니다. 그런 저주의 말은 점점 더 실체를 갖춰가며, 자유연맹왕국에 대해 '마지나의 바달리스가'가 선사할 뒤를 돌아보지 않는 보복에 대한 내용으로 치닫고, 그런 그녀를 잠시 슬프게 바라보던 유스티네는 애병 왕국의 탄생을 들어 그녀의 목을 찔러 마지나와 자신의 왕국, 바달리스가에 평안한 안식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