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뎃이 조금 지난 터라 정리 차원에서 요약해서 올려드립니다.
지난 줄거리...
소년과 마린은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두브로브닉에서 환상적인 휴양을 즐긴 뒤 체코의 프라하로 온다.
프라하 일일 관광을 마친 후 피곤한 소년은 잠에 빠져들고, 마린은 파리에서 합류하기 위해 오는 진 일행을 기다리는데...
▒ 2nd day in Prague ▒

빨간 색깔이 아리따운 전차 Prague, 2006
얼마나 잤을까. 캄캄한 밤임에 틀림없었다.
마린이 내게 큰일 났다고 뭐라고 하는 것도 같았고.. 프런트에 전화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인가.
어떻게 된 일일까... 하지만 내가 나서서 상황을 파악하기에 나는 너무 피곤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나선다고 진 일행이 도착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내버려 두자. 일이 해결되려면 다 해결될거야.. 잘 되겠지 뭐... 나는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서 돌아다니자, 마린은 전날 한숨도 못잤다며 내게 살짝 짜증을 부렸다, 오기로 한 사람이 도착을 안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잠을 퍼 잘 수 있느냐며.
마린에게서 들은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세명으로 이루어진 진 일행이 파리에서 도착하기로 한 밤 열 시, 공항에는 호텔에서 보낸 택시 운전사가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각에 진 일행은 공항에 내린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그들은 만나지 못하고(아마도 기사가 엉뚱한 이름을 들고 있었던듯), 공항에서 영문도 모른채 그들을 픽업해갈 운전사를 미친듯이 찾아다닌다.
한편 두시간이 흘러 밤 12시가 되자 호텔의 마린은 잠에서 깨어 그들이 도착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프런트에 전화를 해서 어찌된 영문인지 묻는다. 프런트는 잠시 확인을 거친 뒤 기사가 승객을 만나지 못했다며 헛탕을 치고 돌아왔다고 전해주고, 아마도 그들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까지 전해주었다. 그러자 마린은 그들이 파리에 있겠구나 생각을 하고는 그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런데 마침 그 시간이 진 일행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까스로 방이 있는 호텔을 찾아내 택시를 타고 가려던 찰나였는데 전화벨이 울렸고(프랑스의 폰이 체코까지 자동 로밍이 된다 함),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가던 진은 구사일생으로 합류할 수 있게 된다. 마린은 허겁지겁 프런트로 달려내려가 택시 운전사에게 길을 설명해줄 것을 부탁하고, 진 일행이 무사히 호텔로 도착,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고 한다...
레테조바 호텔의 부속 카페인 Ebel에서 느즈막히 일어난 마린과 진은 전날 늦게 잔 탓에 피로가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상황을 다시 떠올리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나와 그녀가 데리고 온 동생들 성원과 은은 그저 흥미롭게 듣고 있을 뿐이었다. 얌전한 애들인가 보다, 어젯밤이 악몽같았을 거 같은데 저렇게 천진한 웃음을 띄며 듣고 있다니..
그러나 저러나 6개월만에 만난 진은 여전히 명랑했고, 활기찼으며 자신감에 넘쳐 흐르는 여인이었다. 만일 내가 그녀보다 나이가 어렸더라면, 아니 최소 동갑만 되었어도 나는 그녀에게 순종적인 남자가 되었어야 할텐데. 그녀는 진정한 여장부였다. 한국에서 친하던 커플이 체코로 온다는 얘기를 듣고 파리에서 사귄 새로운 후배들을 이끌고 훌쩍 날아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하긴 그녀는 마침 다니던 학원이 모두 끝나고 귀국을 준비하던 시점이었다. 모든 것이 홀가분한 상태였으니 이런 여행도 가능한 것이었다.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았다. 우리는 최고의 여행을 하기만 하면 되었다. 힘든 여정끝에 우리는 만났고, 처음 뭉친 여행 그룹이었지만 왠지 잘 풀려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cafe Ebel의 커피와 샌드위치는 참으로 맛이 좋았다.

...
전날 둘러본 틴성당과 구시청사 앞으로 갔을 때, 마린과 나는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진 일행에게 이모저모를 설명하고 있었다. 틴성당이 있는 광장은 다시 보아도 참 좋은 곳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프라하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다시 찾고 싶어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같은 프라하가 시작되는 곳, 구시청사 광장이었다.
틴성당을 뒤로 하고 화약탑을 거쳐 바츨라프 광장으로 향했다.
사실 그곳은 광장이라기 보다는 대로의 성격이 강했는데 광장 좌우로 대형상점과 금융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프라하의 봄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투쟁하던 곳이 바로 이곳인가 했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바츨라프 광장에 있는 H&M에서 쇼핑을 마치고 성원과 나는 밖으로 나왔는데 여자들은 좀체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떠나려 하니까 더 예쁜 옷이 보이는 건지.

프라하 궁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카를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전차가 다니는 길을 지나...

어젯밤에 이어 다시 만나게 된 카를 교. 다리 위 상인들이 조금 바뀌었지만 사람이 많고 거리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느낌은 여전했다. 문화의 다리 카를교.

다리 위에서 파는 물건도 다양한데..
일단 초상화 그려주는 화가부터 시작해서, 기타나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악사, 각종 장신구를 파는 상인, 갖가지 프라하와 관련된 예쁜 그림의 냉장고 자석 등을 파는 잡상인...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카를교를 건너자 좁은 강물을 따라 보트가 다니고 있었는데 모두들 타보자고 의기투합하고는 밥을 먹느라 잊어버렸다. --;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씩에 갖가지 스테이크들을 시켜서 포식.

그런데 특정 메뉴를 시키면 저렇게 사이렌과 함께 소방수 복장을 하고 나와서 불 후라이팬 쇼를 보여준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프라하 성으로 올라가는 길.

도시 곳곳에 다니고 있는 전차들.

여기 전차가 다니는 곳부터 살짝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한낮의 프라하 날씨는 조금 무더웠다, 9월 중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라하 성이 있는 언덕에 올라 바라본 프라하 시내 전경. 언덕이 얕아서인지 시원한 전망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여기서 땀을 식히고 있는데 정말 감동적인 바이얼린 독주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 뜻하지 않게 현금 지출.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내 생애 손꼽히는 감동적인 연주였다. 동전을 그의 바이올린 통에 던지러 가까이 갔는데 뙤약볕 아래 코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연주하면서 고맙다고 눈으로 인사하는데 왜 그렇게 감동적이던지. 진심은 역시 통하는 것이로구나.

프라하 궁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

현재는 대통령 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곧고 두툼한 깃봉에 걸린 체코 국기.

프라하 성 내부에 있는 성 비트 성당의 모습.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무실에 들어가서 돈을 내고 입장권을 끊어야 했다. 그래서 3군데를 들어갈 수 있는 모듬 이용권을 끊어가지고 왔다.


성당 내부를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아름답지는 않은 듯. --;


계단을 지나 구왕궁 쪽으로..

일행들과 감금 놀이도 해보고..

구 왕궁의 내부. 무척 넓지만 휑한 느낌.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바타 강의 전경

미로처럼 이어지는 구왕궁의 내부.


왕궁을 지키는 병사들은 정말 미동도 하지 않는데..
왠지 가까이서 사진 찍으면 혼날까봐 최대 망원으로 당기고 얼른 한장. --;

왕궁을 나서면 황금 소로가 시작되는데.. 황금소로(Zlata Ulicka)는 1597년 부터 형성이 되었는데 차츰 연금술사가 모여들면서 이름이 황금 소로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의 건물이 기념품점으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황금소로 상점과 진열된 제품들. 그런데 가격은 상상 외로 비싸다..

소년과 마린의 유럽 휴가 13편 '프라하 성과 황금 소로 편' 끝!
첫댓글 휴우...ㅋㅋㅋ 그나마 인물사진이 거의 없어서 검열이 필요없었군요~ㅋㅋㅋ 인물사진 위주의 여행기는 제가 나중에 올리겠습니당~ㅋㅋㅋㅋ 등장인물 "진"은 모두들 짐작하셨을 테지만 바로 저~ㅋ 그리고 귀엽고 순한 우리 여동생 은영양..은 울 클러버인 쇼콜라~~성원군은 마침 파리에 있는 제 친한 동생의 친구인데 서울서 파리로 친구를 방문하였다가 의기투합하여 이왕 온거 체코구경도 해보자고 함께 날라옴~ㅋ
택시기사가 말도 안되는 정말 이상한 이름을 들고있어서 정말 너무 고생했음....내 이름들고 픽업 나온다는 소리에 호텔 이름조차 모르고 온 자신을 먼저 탓한다고 생각하며 위로..ㅠ.ㅠ 별말없이 웃으며 나를 지켜준 동생들에게 넘넘 고마웠다는~~ㅠ.ㅠ
언뜻 언뜻 보이는 클러버님들, 클러버님들 찾기 놀이? ^^ 사진 색감이 너무 예뻐요.
다시한번 글을 정독하니...여기저기 다니는 전차들 소리 많이 나오는데...ㅠ.ㅠ 한번 타 보지도 못하고 더운 날씨에 무쟈게 걸었음~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나 잘 걷는 마린이와 소년님~!!!!!!
그래도 군소리 않고 잘 따라오던데요. ㅎㅎ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읽은 프라하 여행기 중에서 가장 화사한 프라하네요. 고풍스럽고 로맨틱한 프라하라기보다 생동감 넘치고 발랄한 프라하랄까..
아, 날씨 좋았어요. 그러고 보니 날 좋은 것도 복인데 모르고 있었네요. ^^
소념님~ 처음 시작이 드라마 예고편 같았어요. ㅋㅋ (마린은 파리에서 합류하기 위해 오는 진 일행을 기다리는데... ) 저도 클러버님 찾기 놀이중 ㅋㅋ
네, 예전에 많이 쓰던 구성인데 요즘 잘 안사용했었지요.
날씨에 따라 여행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거 같아요, 제가 갔을땐 흐려서 우울해보였거든요~여행기 보면서 화사해진 프라하에 다시 다녀온거 같애요~ㅎㅎ
모두들 흐린 프라하를 많이 기억하시는군요. 날씨가 좋아서 행운이었던 게로군여~ ㅎㅎ
날씨도 좋고 하루종일 걸으면 프라하를 몸소 느낀 그런 날이군요.. 지니님은 정말 자신감과 열정에 차 있는 거 같아.. 마구 마구 긍정 에너지를 내 뿜는 ^^ 소년님 제가 보기엔 지니님께 매우 순종적이던데 본인은 그리 생각 안하나 봐요 ? ㅋㅋ
아, 네 제 말은 좀 더 순종적으로... --;;
무슨소리셔요~ 우리 소년님을 제가 어찌나 흠모하는디요~ㅠ.ㅠ
날씨가 좋아서 더 예뻐보이네요.전 이번 스페인이 날씨가 엉망이라 사진도 모두 그저그래서 속상했는데....프라하에서 저도 저 배 타보고 싶어요.프라하도 꼭 가봐야겠는데....후~~갈 곳은 많고 시간은 없고....
앞으로 또 기회가 되시겠지요, 뭐. 님이 울클럽에서 젤로 부럽사옵니다...
횽 번들로 저렇게 찍기도 힘든데..사진에 매너리즘이 빠지시다니요..대단대단.. 전 사진을 발로 찍어서리..ㅋㅋ 잘보고 가요 이번에 5년만에 다시 프라하 갈껀데 설레이네요.
네, 이번에 행선지가 프라하인가 봐요. 좋았으니까 또 가는거겠죠?
난 충분히 순종적 ㅋㅋㅋ~~ 그라게 인물사진도 좀 올려주시지~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곯아떨어져 자느라 공항 소동 하나도 모르면서 저한테 물어봐서 썼다는... 내가 더욱 리얼하게 썼어야는건데, 흥! 자느라 소년님은 그날의 긴박감을 전혀~~ 모르니 박진감이 덜하군요~~~ ㅋㅋㅋ
그러면 어서 하나 쓰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