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날이었습니다.
일산 알모 책방에 주문한 책을 가지러 가려고 나선 길,
3호선 원당역을 앞두고 망설이다가 결국 내려버렸습니다.
원당역에서 마을버스 8번을 타고 동아공업사 앞에서 내렸습니다.
어디로 가나...잠시 두리번 거리다 끌리는대로 발길을 옮깁니다.
빨간 파라솔을 내 논 청계마트가 보이고
과학적인 세탁을 하는 세탁소가 있는 작은 사거리에 서서 저어~짝 편을 보니
초록색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대로 찾았네요.
고양시 주교동,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가 있는 곳입니다.
저는 지금 몰래 책놀이터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일산으로 나선 김에 들러볼 생각으로 전화는 했었지요.
월요일은 박쥐동이선생님이 도서관을 지키시고 관장님은 외부 일을 주로 보는 날이라네요.
박미숙관장님은 감기가 심해 캘랙이는 목소리였고
저는 미안하여 다음에 한번 찾아가겠다고 얼른 끊었거든요.
아픈 사람 괴롭히면 안되지요. 뭐 그리 급한 일도 아니고요.
그래놓곤 봄바람에 싱숭생숭한 제 발길이 어느새 책놀이터 앞으로 가버린거지요.
책놀이터는 건물을 끼고 돌아 이층으로 올라가야합니다.
문을 두드리기 전 잠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두근두근.......짠~
여기가 바로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입니다.
꿀꿀이 안녕!
책놀이터가 이곳에 보금자리를 틀어 어느덧 두해 반이 지났답니다.
도서관 구석구석 그 시간의 흔적과 아이들이 공들인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아이들이 책읽기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방안에 하나, 재미있는 책에 스티커 붙이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헤아려 볼 수도 있네요.
책놀이터는 장서 수를 무조건 늘이기보다는 일정 규모를 유지하면서
좋은 책으로 채우고자 한답니다.
책들이 아이들 눈과 손에 잡히도록 진열하고 도서관 곳곳에 적절한 안내문을 붙여놓았습니다.
책 하나하나 붙여 논 작은 표식에도 정성이 엿보입니다.
삼월이라 학교를 주제로 한 책 전시를 하고 있네요.
책놀이터엔 작은 방이 세개 있어요.
노마방, 몽실이방, 강아지똥방
강아지똥방은 유아 책방이에요.
아이들이 책을 쉽게 찾고 꽂을 수 있도록 ㄱㄴㄷ..순으로 정리했다고
저기 알림글 보이지요?
그림책은 판형이 다양하죠.
커다란 책을 꽂을 자리도 마련해놨네요
노마방 문에는 작년에 했던 동네 책잔치 포스터가 붙어있어요.
아이들 멋진 솜씨가 가득한 예쁜 포스터!
몽실이방에는 청소년 책들이 모여 있어요.
지금은 박쥐동이 선생님이 새로 들인 책 정리를 하느라 바쁘십니다.
아이들은 자꾸 기웃거리고요.
책을 읽을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꼭 선생님 옆에 와서 합니다.
책놀이터엔 어린이사서가 있고요,
어린이기자단이 만들어져 앞으론 신문도 발행할 거라네요.
오늘 어린이사서는 안지혜(원당초등학교 오학년) 랍니다.
소식지에 마침 지혜가 책추천하는 글이 있길래 옮겨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3월에 추천하는 책은 '진짜진짜 비밀이야'이에요.
여러분 대부분은 알고 있겠지요?
슬비가 재현이를 위해 아빠 구두도 닦고 인형도 팔고
과자를 사서 팔려고도 했지요.
하지만, 그일 때문에 과자만 하나 날렸지요.
어느날, 오영진과 양종호가 슬비에게 돈을 꿔가서
그 일 때문에 사건이 시작된답니다.
돈을 안 갚는 그 두 놈 때문에 선생님에게 들켜서 혼이 나는 거지요.
하지만, 마지막에는 아주 좋게 끝나요.
재현이가 전학을 안 간다는 말에 슬비는 편지를 써서
재현이와 화해도 하고 기분도 좋아졌지요.
여러분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사람은 누구나 서로 좋아할 수 있는데 왜 좋아한다는 말이
사귄다는 말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해가 안 가요. 여러분은 요?
깜찍하죠?
이 지역은 위스타트운동 [We Start]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책놀이터에서도 3월말부터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매개자교육 프로그램을 맡았읍니다.
'꿈을 꾼다' 책놀이터에서 함께 꿈을 꾸고 키울 새 친구들이 찾아왔어요.
새로온 친구들이랑 손을 꼭 잡고 책놀이터가 어떤 곳인지,
책놀이터에선 어떻게 해야하는지 찬찬히 일러주는 박쥐동이선생님.
그 모습을 보며 책놀이터 단골 친구들은 좀 샘이 났나?
새친구들 언저리를 돌며 자꾸 선생님에게 질문을 해댑니다.
쉿!
장판깔기 작전용 저금통.
도대체 장판이 어떻길래... 볼까요?
이음새마다 이렇군요.
그럼 도대체 아이들이 어떻게 놀기에 그런지 잠시 살펴봅시다.
애들이 다 사라져 어디갔나 두리번거리다보면
뻔히 다 보이는 곳인데도 의외로 구석구석 숨을 곳이 많네요.
이번엔 탈놀이 시간
어른아이 구별없이 이렇게 어울려 노는 곳이 바로 책놀이터군요.
이렇게 놀기도 하지만 책읽는 친구들이 있으면 방해하지 않고
같이 책을 보며 기다릴 줄도 아는 책놀이터라네요.
찾아오는 아이들 발걸음에 장판이 갈라지고
책꽂이엔 손때가 꼬질꼬질하면 어때요
아이들이 이곳에서 한껏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 속에 살아 움직이는 책들의 행복한 기운이 느껴지는데요.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가 어떤 곳인지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자료입니다.
도서관 소개와 찾아가는 길 안내까지 아주 친절히 잘 나와있어요.
가보고 싶지요?
저 위 자료에서 열심히 도서관 설명을 하던 그 캐릭터,
책놀이터 박미숙 관장입니다.
사람을 한번 보고 단정지으면 아니 되듯
도서관을 불쑥 가보고 여기가 어떤 곳이다 말하기는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책놀이터에 머문 두어시간 동안 보고 느낀 것이 제 사진 속에 담겨있습니다.
물론 제 마음에 닿은 책놀이터는 보여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밝은 희망과 열정이 넘칩니다.
지켜보고픈 공간, 책놀이터 어린이도서관!
우울하던 제 맘 속 찌꺼기를 풀어 준 고마운 곳입니다.
첫댓글 어린이도서연구회 누리집에서 퍼 왔습니다. 우리 지역 가까운 동네에도 아이들이 마음 내키면 언제든지 들릴 수 있는 이런 작은도서관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규모는 작지만 마음으로, 정성으로, 예쁘게 꾸려가는 그런 도서관......
아이들이 많이 느껴지네요.. 자꾸 생각하고 희망을 꿈꾸다보면 이루어질날도 있겠지요.. ^^
정말 부럽네요.우리지역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