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산에서 보름달과 일출을 보며 복된 아침을
맞다.
1. 일자: 2017. 2. 12 (일)
2. 장소: 모락산
3. 행로 및 시간
[모락중(06:45)
-> 절터 약수터(07:23) -> 국기봉(07:44~45)
-> 전망대(07:52~57) ->모락고(08:25)]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토요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신
일찍 눈이 뜨인다. 망설임 없이 작은 배낭을 차에 싣고 집을 나선다.
날이 맑으니 일출의 기운을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져본다.
어두운 오르막 등로는 온통 빙판이다. 헤드 랜턴을 준비하길
잘했다. 주능선에 선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나뭇가지 사이로
하루 지난 정월대보름달이 두둥실 떠 있다. 길을 나서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희미하게 종소리나 들린다. 나사렛 성당에서 7시를 알려온다. 세상에 평화가 깃든다.
절터 약수터 전 바위에 서면 일출이 보이리라 여겼는데 기대는 빗나갔다.
마음을 비우고 길을 이어간다. 정상 밑 정자에 서니 붉은 기운이 산등성이를 넘는 모습이
감지된다. 서둘러 국기봉으로 나아간다. 그곳에서라면 온전한
일출을 감상하리라.
예상은 들어맞았다. 오늘의 해가 백운산에 막 떠오르고 있다. 감동이다. 한참을 서서 연신 셔터를 누르고는 반대편 전망테크로 자리를
옮긴다. 수리산 태을봉과 관모봉 사이로 달의 모습이 선명하다. 오늘의
베스트다 풍경이다. 잔잔한 달의 여운이 일출보다 더 감동적이다. 관악산, 수리산, 청계산, 광교산과
그 밑 도시의 아침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멀리를 바라보니 왕송저수지와 그 너머
바다의 기운도 감지된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이 좋은 걸 볼 수 있다는,
그 동안 잊고 지내던 사실에 놀란다.
은은한 아침 빛이 참 곱다. 나사렛마을과 성당의 모습이 발 아래 머문다.
평촌 시가지가 점점 크게 다가온다. 안양교도소도 아침을 맞고 있다. 모락고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이 아침의 복된 기운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달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