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ongmin.com/news/NEWS/ECO/FNC/282261/view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 용돈을 보내려고 스마트폰을 켠다. 모바일뱅크 앱을 연 뒤 내 눈 속 홍채를 인식하도록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댄다. 복잡한 비밀번호 따윈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만 하면 ‘내가 나인지’ 확인하는 인증절차가 끝난다. 그러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록에서 상대방 전화번호를 지정해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체 일부를 인증수단으로 사용하고, 비밀번호와 계좌번호 없이도 돈을 보내는 일이 어느덧 우리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금융회사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전자금융서비스를 최대한 편리하게 제공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홍채·지문만 있으면 본인인증 완료=‘편리해야 살아남는다.’ 시중 금융회사들이 편리하고 빠른 생체인증 수단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금융권에 도입된 생체인증은 52건이다. 이 가운데 지문인증이 34건으로 많았고 홍채인증도 18건에 달했다. 2016년 10월 6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도입 속도다.
금융권별로는 은행이 24건의 생체인증 방식을 채택해 수용 속도가 가장 빨랐다. 증권도 16건이나 됐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면서 생체인증 수단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올해 안에 13건의 생체인증 방식이 추가로 도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록체인은 금융업계에서 혁신적인 인증수단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블록체인이란 한마디로 암호화한 금융 거래정보를 블록형태로 만든 후 관련된 모든 금융사에 나눠 보관하는 일종의 디지털 공공장부다. 각 금융사가 똑같은 거래정보를 가지고 있어 상호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장부의 무단복제나 왜곡이 불가능하다.
별도의 공인인증기관이 따로 필요 없는 이유다.
다른 인증수단과는 달리 블록체인의 경우 은행권보다는 증권업계가 훨씬 적극적이다. 금융투자협회는 2016년 12월 21개 금융투자회사가 참여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 도입을 위한 기본 틀을 이미 만들어놓은 상태다. 이달 중 통합테스트를 마치고 10월 이후 블록체인을 인증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증권회사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인증기술이 상용화되면 사용하기 불편한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고객은 각기 다른 증권사를 새로 이용할 때마다 인증서를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고, 증권사는 보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간편송금으로 고객 붙잡는다=은행권에서는 간편송금분야의 경쟁이 치열하다. 송금거래는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서비스인 만큼 불편하면 고객이 은행에 바로 등을 돌릴 가능성이 커서다.
간편송금분야에서는 토스(Toss) 앱을 연계한 기술이 가장 보편적이다. 이 앱은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스마트폰 안에 저장된 주소록 전화번호만 있으면 송금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NH농협은행의 모바일뱅크 앱인 ‘올원뱅크’는 이 토스 앱을 활용한 간편송금기능을 앞세우며 8월 초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끌어모았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문자메시지만으로 송금할 수 있는 이른바 텍스트뱅킹을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사전에 특정 인물에게 별칭을 부여하고 이것을 계좌와 연결한 후 문자에 별칭과 금액만 넣으면 등록된 계좌에 돈이 흘러가는 식이다. 카카오뱅크는 ‘전 국민의 대화창’ 카카오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계좌번호를 입력하거나 공인인증서를 설치할 필요 없이 대화창에 송금액과 간편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카카오톡 친구에게 1일 100만원 한도로 송금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QR코드·블루투스를 이용해 회원간 송금을 돕는다. 이달에는 목소리를 인증수단으로 한 송금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복잡한 보안프로그램 설치과정도 갈수록 개선되는 양상이다. 이전에는 금융회사가 지정한 보안프로그램을 모두 설치해야만 제대로 된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설치 여부를 금융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는 추세다. 가령 백신, 키보드 보안, 공인인증서, 개인방화벽 프로그램 등은 이용자 상황에 따라 PC·모바일에 설치하거나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최성일 금감원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은 “지금까지 호환성이 낮아 불편하다는 비판에 직면해온 액티브엑스(Active-X)의 강제 설치 관행도 없애나가는 등 보안프로그램 역시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설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