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다5909 판결
[전부금][공2001.9.1.(137),1850]
【판시사항】
[1] 신의성실의 원칙의 의미와 그 위배를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한 요건
[2] 다수의 다른 채권자들이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금청구소송 등을 제기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전부채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소를 제기하여 다른 채권자들과 같은 기회에 배당받을 것을 권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다른 채권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모두 법원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으로 확정되어 제3채무자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전부채권 전액에 상당하는 조정금액을 전부 지급한 후 비로소 자신의 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주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그러한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2]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이나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채권양도를 받은 다수의 다른 채권자들이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금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이 진행중인 사실을 알고 있는 전부채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소를 제기하여 다른 채권자들과 같은 기회에 배당받을 것을 권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다른 채권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모두 법원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으로 확정되어 제3채무자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전부채권 전액에 상당하는 조정금액을 전부 지급한 후 비로소 자신의 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전부채권자가 제3채무자의 위와 같은 제의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낙한 바가 없는 이상, 전부채권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스스로의 전부채권을 포기한다거나 행사하지 않기로 한다는 신의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설령 제3채무자가 전부채권자가 그 당시 바로 소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자신의 채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객관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없으며, 전부채권자가 다른 채권자들과 통모하여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부채권자의 전부금청구가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권리의 행사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전부채권자의 위 전부금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본 사례.
※ 참조
■ 민법 제2조(신의성실)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 민법 제470조(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는 변제자가 선의이며 과실없는 때에 한하여 효력이 있다.
■ 민사소송법 제563조(금전채권의 환가방법)
① 압류한 금전채권에 대하여 압류채권자는 추심명령이나 전부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② 추심명령이 있는 때에는 압류채권자는 대위절차없이 압류채권의 지급을 받을 수 있다.
③ 전부명령이 있는 때에는 압류된 채권은 지급에 갈음하여 압류채권자에게 이전된다.
④ 추심명령에 대하여는 제561조제2항 및 제3항을, 전부명령에 대하여는 제561조제2항의 규정을 준용한다.<개정 1990·1·13>
⑤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때까지 그 금전채권에 관하여 다른 채권자가 압류·가압류 또는 배당요구를 한 때에는 전부명령은 효력이 없다.<신설 1990·1·13>
⑥ 제1항의 신청에 관한 재판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신설 1990·1·13>
⑦ 전부명령은 확정되어야 효력이 있다.<신설 1990·1·13>
⑧ 전부명령이 있은 후에 제510조제2호 또는 제4호의 서류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즉시항고가 제기된 때에는 항고법원은 다른 이유로 전부명령을 취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고에 관한 재판을 정지하여야 한다.<신설 1990·1·13>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2] 민법 제2조, 제470조, 민사소송법 제5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다12217 판결(공1996하, 1798)
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다30314 판결(공1997상, 623)
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53490 판결(공2001하, 1370)
【전 문】
【원고,상고인】 원고
【피고(선정당사자),피상고인】 피고(선정당사자) 1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9. 12. 10. 선고 99나1516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 판단의 요지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먼저 원고가 1996. 11. 16.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6타기6761, 6762호로 채무자를 소외 1, 제3채무자를 피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하 '피고들'이라 한다)로 하여 채무자가 제3채무자들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차보증금 중 금 3,500만 원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아 그 무렵 확정된 사실과 1995. 3. 16. 소외 1이 피고들을 대리한 피고들의 모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보증금 5,300만 원, 임차기간은 24개월로 정하여 임차하기로 하고 그 무렵 피고들에게 임차보증금 전액을 지급한 사실을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로 정리하고, 내세운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3은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6타기7390, 7391호로 채무자를 소외 4(소외 1의 시어머니임), 제3채무자를 피고들로 하여 위 임차보증금 중 금 1,950만 원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피고들을 상대로 같은 법원 97가단11168호로 추심금청구소송을, 소외 5는 같은 법원 96타기4205, 4206호로 채무자를 소외 4, 제3채무자를 피고들로 하여 위 임차보증금 중 금 2,270만 원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아 피고들을 상대로 같은 법원 97가단23543호로 전부금청구소송을, 소외 6은 1996. 1. 5. 위 소외 1로부터 피고들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청구채권 중 금 2,700만 원을 채권양도받았음을 이유로 피고들을 상대로 같은 법원 97가단28616호로 보증채무금청구소송을 각 제기한 사실, 그런데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차인은 소외 1임에도 불구하고 위 소외 1은 타에 금원을 차용하는데 사용할 목적으로 임차인을 소외 4로 한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소외 3, 소외 5 등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였고 이에 소외 3, 소외 5는 위 임대차계약서의 임차인으로 기재된 소외 4를 채무자로 하여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받은 사실, 원고는 소외 3, 소외 5 및 소외 6이 피고들을 상대로 원고가 전부받은 것과 동일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대차보증금에 대하여 추심금, 전부금 또는 보증채무금 소송을 제기하여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위 소송들이 계속중인 사실을 알게 되자(3건이 동일 재판부에 배당되었음), 자신이 피고들을 상대로 전부금소송을 제기할 경우 자신의 전부금 전액을 변제받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피고들의 모인 소외 2에게 위 임차보증금 중의 일부를 원고에게 우선 변제를 하여 주도록 요구하였으나 소외 2는 이를 거절하면서 원고에게도 피고들을 상대로 전부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임차보증금에 관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도록 요구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전부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위 3건의 소송이 계속중인 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는 비록 소외 3, 소외 5가 소외 1이 아닌 소외 4를 상대로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받았지만 소외 1의 피고들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한꺼번에 해결하여 피고들과 위 채권자들에게 위 각 소송의 임차보증금과 관련된 문제를 종결지어 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고 위 채권자들에 대하여 배당을 실시하는 것에 갈음하여 1997. 10. 16. 위 각 사건에 관하여 피고들이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임차보증금 5,300만 원 중 소외 3에게 금 1,230만 원, 소외 5에게 금 2,270만 원, 소외 6에게 금 1,800만 원을 각 지급하는 내용으로 각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위 각 결정이 이의 없이 확정됨에 따라 피고들은 위 채권자들에게 각 해당금액을 지급하여 준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 이어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피고들은 법원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위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건물의 임차보증금 중 각 해당액을 지급함으로써 배당절차와 유사하게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는 것으로 믿었다 할 것이고, 위 채권자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 사건 건물의 임차보증금과 관련하여 채권자들 사이에 적절한 채권액의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독자적으로 자신의 채권의 변제를 받기 위하여 이를 방치하였던 원고가 위 조정이 모두 확정된 이후에 이제 와서 피고들에게 자신이 전부채권자임을 내세워 위 임차보증금 중 자신이 전부받은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하여, 피고들에게 위 전부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주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그러한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다1221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위 판시와 같은 사실인정은 관련 증거와 기록에 비추어 대체로 정당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본 것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선뜻 수긍할 수 없다.
즉 원심은, 채무자인 소외 1이 제3채무자인 피고들에 대하여 가지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이나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채권양도를 받은 다수의 채권자들이 제3채무자인 피고들을 상대로 추심금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이 진행중인 사실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채권자인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소를 제기하여 다른 채권자들과 같은 기회에 배당받을 것을 권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다른 채권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모두 법원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으로 확정되어 피고들이 원고를 제외한 채권자들에게 위 임차보증금반환채권 전액에 상당하는 그 조정금액을 전부 지급한 후 비로소 자신의 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취지인바, 기록상 원고가 피고들의 위와 같은 제의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낙하였다고 볼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스스로의 전부채권을 포기한다거나 행사하지 않기로 한다는 신의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피고들이 원고가 그 당시 바로 소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자신의 채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객관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없으며, 원고가 다른 채권자들과 통모하여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이 사건 전부금청구가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권리의 행사라고 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은 원고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의 존재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원고를 제외한 다른 채권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에 관한 아무런 항변을 제출한 바 없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확정시킨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에서와 같이 동일한 채권에 대하여 수개의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 등이 존재하고 임차보증금채권이 각 전부금 등 채권액의 합계액에 미달하는 경우라면, 피고들로서는 이중지급의 위험을 면하기 위하여 변제공탁을 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한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송진훈 이규홍 손지열(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