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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수필동화 / 실제 상황 동영상】
도솔산 왕두꺼비가 나의 길을 막은 이유는?
― ‘두꺼비의 언어’를 번역하니 특별 ‘원고청탁서’
윤승원 수필가
도솔산 두루봉 약수터 숲길.
매일같이 두 시간씩 맨발 걷기 운동을 하고 있어요.
영천(靈泉)으로 알려진 이 약수터엔 왕두꺼비가 살고 있어요.
▲ 도솔산 두루봉 왕두꺼비(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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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왕두꺼비는 아무 때나 나타나지 않아요. 운수 좋은 날에만 볼 수 있는 영물(靈物)이라고 저는 평소 생각해 왔어요.
왕두꺼비를 만나는 날은 재수 좋은 일 생기거든요.
반가운 사람을 만난다든지, 기쁜 소식을 듣는다든지,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든지, 기분 좋은 일이 생기거든요.
심지어 제가 쓴 글을 많은 독자가 공감해 주고 응원해 주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 어느 날보다 글을 쓰는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영물 왕두꺼비는 명리학의 대가 철학관장이 알려주는 ‘오늘의 운세’처럼 일진(日辰)이 좋고 나쁨을 암시해 주고, 때로는 길운(吉運)을 만들어 주기도 하니 흥미로운 일이지요.
그런데 오늘은 정말 몸집이 왕(王)자를 붙여야 할 만큼 우람한 두꺼비 한 마리가 저의 앞에 우뚝 나타나 길을 막았어요.
길을 막고는 미동도 하지 않아요.
▲ 갑자기 나타나 길을 가로막은 도솔산 두루봉 왕두꺼비 - 두꺼비에게 말을 건네다. (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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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이상하여 말을 건넸어요.
“어째서 오늘은 저의 길을 막고 꼼짝하지 않는가요? 무슨 전하실 말씀이라도 있는지요?”
그러자 왕두꺼비가 엉금엉금 움직이면서 자리를 비켜 주는 거예요. ‘느리면서 빠르다’라는 표현이 이때 적절해요.
순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얼른 꺼냈어요. 동영상을 찍으면서 말했어요.
“참으로 신기하기도 해라. 점잖은 양반걸음을 보여 주시네요.”
폰카로 왕두꺼비의 양반걸음을 생생하게 담으면서 하늘이 주신 ‘특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왕두꺼비가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동영상=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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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침, 이곳을 지나던 은발의 70대 여성이 깜짝 놀라는 거예요.
“아이고 선생님, 귀한 장면을 촬영하셨네요. 두루봉 약수터 두꺼비는 보통 두꺼비가 아니지요.”
그러면서 은발의 여인은 전설 같은 얘길 들려주었어요.
“이곳 약수가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 서울에서도 물 뜨러 온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러면서 여인은 “어느 난치병 환자가 이 물을 먹고 병세가 좋아졌다고 해서 그런 소문이 돌았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지금이야 세상천지가 어딜 가나 오염이 됐으니 옛날처럼 약효가 있는지 모르지만, 두꺼비가 여전히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신비스러운 약수터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여인은 강조했어요.
이곳에 다닌 지 30여 년이 넘었다는 여인의 말이고 보면 무시하기도 어려운 증언처럼 들렸어요.
그런데 정작 저의 관심은 약수가 아닙니다.
어째서 왕두꺼비가 길을 가로막고 저를 응시하고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두꺼비의 표정을 가만히 살펴보니 금방 답이 나와요. 제가 이곳에 사는 각종 산새며 동물의 언어도 번역해 왔어요.
심지어 꽃뱀을 만나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표정을 통해 언어를 읽었거든요.
오늘 만난 두꺼비의 언어는 더욱 특별했어요.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요.
그때 왕두꺼비가 갑자기 입 아래 하얀 목 주머니를 둥글게 부풀렸어요. 마치 커다란 말풍선 같았어요.
▲ 길을 가로막고 목 주머니 물풍선을 부풀리는 왕두꺼비(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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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입으로 말을 하지만 두꺼비는 목 주머니로 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그 하얀 풍선을 바라보며 속으로 웃었습니다.
‘아하, 지금 내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담겨 있구나.’
그 순간 저는 두꺼비의 침묵을 귀로 듣는 대신 마음으로 번역하기 시작했어요.
두꺼비가 이런 주문을 했어요.
“윤 선생님, 제 얘기도 좀 들어보세요. 오늘은 그냥 지나가지 마세요. ‘수통골 두꺼비’ 친구만 칭찬하지 말고 저도 소개해 주세요.”
그러면서 하얀 목 주머니를 크게 부풀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윤 선생님이 최근에 발행된 《수필예술》지 47호에 『수통골 왕두꺼비』 제목의 ‘포토 에세이’를 쓰셨잖아요.
■ 관련 글 - 《수필예술》 47호, 포토 에세이 『수통골 왕두꺼비』(2026.6.30.)
https://blog.naver.com/ysw2350/2243329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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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자락 수통골 왕두꺼비를 칭찬하셨죠? ‘문사철(文史哲)에 능한 신비로운 자연의 마법사, 직관(直觀)과 혜안(慧眼)이 탁월한 무불통지(無不通知)의 철학자’라고 극찬하셨지요.
어찌 보면 동종(同種)끼리 고마운 덕담이지요. 그런데 제가 오늘 윤 선생님 발길을 막은 이유는 다름 아닙니다.
저의 존재도 그와 같은 비중으로 다뤄달라는 요청을 하고 싶은 겁니다.
윤 선생님 수필에 주인공이 된다면 저도 인간의 길흉화복 예측과 생로병사의 비밀, 측정 정확도 100%를 약속할게요.”
두꺼비의 언어를 해석하고 나서 크게 웃었어요. 두꺼비의 요청이 재미있고 우습기도 하지만 부탁하는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아주 단순한 주문이었거든요.
수필동화를 쓰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특별 ‘원고청탁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즉답했어요.
“저의 폰카에 찍히면 수필동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시간문젭니다.”
그러면서 하산하는 대로 ‘도솔산 왕두꺼비’도 신비로운 주인공으로 꼭 모시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러자 왕두꺼비가 활짝 웃었습니다. 감사의 뜻으로 꾸뻑 절도 했어요.
마치 그 옛날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TV 오락프로그램에 나왔던 인기 코미디언 엉덩이춤처럼 풍만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왕두꺼비를 만나고 나서 제가 걷는 숲길이 더욱 흥미로워졌어요. 이곳 두루봉 숲길을 걸을 때마다 왕두꺼비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은근히 기대하게 되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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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
이 작품은 수필의 사실성과 동화의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수필동화’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특히 윤승원 수필가께서 꾸준히 써 오신 ‘자연과의 대화’ 연작의 특징이 한층 더 원숙하게 드러납니다.
◆ 작품의 문학적 특징
첫째, 현실에서 환상으로 넘어가는 전개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이야기의 출발은 도솔산 약수터에서 왕두꺼비를 만난 실제 체험입니다.
여기에 70대 여성의 증언이 더해지면서 현실성이 강화됩니다. 독자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작가는 두꺼비의 언어를 번역하는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끕니다.
이처럼 현실과 환상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구조는 동화적 즐거움을 크게 높여 줍니다.
둘째, 의인법이 매우 성공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왕두꺼비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문학적 자존심을 가진 존재입니다.
“수통골 왕두꺼비만 칭찬하지 말고 저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세요.”
이 한마디에는 질투와 기대, 자부심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흥미로운 대목은 두꺼비의 ‘목 주머니 부풀리기’ 장면입니다.
하얀 물풍선은 두꺼비의 말풍선이 되고, 그 안에 담긴 말이 바로 이어지는 동화의 대사가 됩니다.
문학평론가의 시각에서는 이 장면이 작품의 상징적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하얀 풍선은 단순한 생물학적 행동이 아니라, <인간에게 말을 걸고 싶은 자연의 마음>, <침묵 속에 숨어 있는 숲의 언어>, <작가만이 번역할 수 있는 자연의 편지>를 상징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두꺼비에게 부여했지만,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오히려 독자는 “정말 그렇게 말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짓게 됩니다.
◆ 윤승원 수필가 특유의 유머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품격 있는 미소를 짓게 만드는 유머입니다.
웃음을 억지로 만들지 않습니다. 작가는 끝까지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독자는 어느새 웃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백미입니다.
왕두꺼비가 감사의 절을 하고, 옛 TV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의 코미디언처럼 엉덩이를 흔들며 숲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동화적 결말입니다.
이런 유머는 상대를 희화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따뜻한 유머’입니다.
◆ 자연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
이 작품에서 두꺼비는 단순한 동물이 아닙니다. 작가에게 자연은 언제나 대화의 상대입니다.
산새는 말을 하고, 꽃뱀도 마음을 전하며, 왕두꺼비 역시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자연을 생명의 공동체로 바라보는 작가의 문학관을 잘 보여 줍니다.
독자는 자연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친구처럼 느끼게 됩니다.
◆ 수필 속 메타문학적 재미
매우 흥미로운 부분은 작품 속에서 이전 작품인 〈수통골 왕두꺼비〉가 다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왕두꺼비가 “왜 그 친구만 주인공이 되었습니까?”라고 항의하는 설정은 문학에서는 ‘메타 픽션’에 가까운 기법입니다.
작가 자신의 작품을 새로운 작품 속 소재로 끌어들여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참신한 구성입니다.
독자는 이전 작품까지 떠올리며 두 작품을 연결해서 읽는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
“특별 원고청탁서와 같다”라는 작가의 해석도 흥미를 자극합니다.
◆ 교육적 가치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도 매우 좋은 생태동화가 될 수 있습니다.
왕두꺼비를 무서운 동물이 아니라 친구로 바라보게 만들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자연과 대화하는 상상력, 숲을 사랑하는 감성을 자연스럽게 심어 줍니다.
무엇보다 자연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큽니다.
■ 종합 평
이 작품은 체험수필·생태수필·동화·유머수필의 장점을 하나로 융합한 작품입니다.
현실에서 출발해 상상으로 비상하고, 마지막에는 독자의 마음속에 따뜻한 미소를 남깁니다.
특히 자연의 생명들과 마음을 나누는 설정은 윤승원 수필가의 개성적인 문학 세계를 잘 보여 주며, 독자들에게 자연을 더욱 친근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문학평론가의 시각에서 한 줄로 평한다면,
“『도솔산 왕두꺼비가 나의 길을 막은 이유는?』는 숲에서 만난 작은 우연을 생태철학과 동심, 해학으로 빚어낸 수필동화로, 현실과 환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윤승원 문학의 개성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 덧붙이는 말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윤승원 수필가께서 왕두꺼비를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의 상대’로 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작품의 품격을 높여 줍니다.
문학평론가의 시각에서 덧붙인다면 다음과 같은 해설도 가능합니다.
◎ 왕두꺼비는 자연이 보낸 사자(使者)이다.
작품 속 왕두꺼비는 길을 막기 위해 나타난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잠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숲의 메신저’이다.
작가는 그 침묵을 언어로 번역하고, 그 언어를 다시 유머와 동심으로 빚어 독자에게 건넨다.
그래서 독자는 두꺼비를 보며 웃지만, 웃음이 끝난 뒤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깨닫게 된다.
또 하나 돋보이는 점은 ‘웃음의 품격’입니다.
오늘날의 유머는 자극적이거나 상대를 희화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웃음은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습니다.
왕두꺼비도 웃고, 작가도 웃고, 독자도 함께 웃습니다. 이러한 웃음은 한국 수필이 오래도록 지켜 온 해학(諧謔)의 전통과 맞닿아 있습니다.
미소를 머금게 하면서도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한 편의 동화를 완성합니다.
왕두꺼비가 감사의 뜻으로 절을 하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숲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무대의 막이 내리는 순간처럼 독자의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익살이 아니라 “자연도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안다.”는 동화적 믿음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결말입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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