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새싹 중 최고는 열무싹이다. 심고 사흘이면 빼꼼하게 싹이 올라온다. 매일 땅이 마르지 않게 물을 줘야 하지만, 일주일쯤이면 또렷한 하트 모양을 볼 수 있다. 배추싹은 아주 자그마했을 때는 하트 모양이다가 금방 다른 모양으로 변한다. 열무싹은 또렷한 하트 모양이 제법 클 때까지 변하지 않아서 좋다. 수북하게 올라온 하트 모양을 보면 가슴속에 사랑이 차오른다.
야채를 좋아하는 가족들은 열무쌈과 열무김치를 잘 먹는다. 한여름, 밥이나 국수에 비벼 먹는 열무김치는 우리 집 식탁의 밥도둑이다. 고흥이 고향인 남편과 아들들은 고흥식 열무김치를 좋아한다. 양파, 마늘, 밥, 풋고추를 듬뿍 갈아서 넣은 깔끔한 열무김치는 우리 어머님 말씀처럼 '삭으면 맛있는' 김치가 된다. 그런 형편이니 열무는 그저 사랑이다.
[복숭아]
내가 열매솎기와 봉지 싸기를 혼자서 다 해내는 동안, 남편은 손 예초기를 메고 몇 날며칠 풀을 베는 작업을 했다. 빌런을 자칭하며 자기 이야기를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허락했던 남편이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풀을 베어 놓은 밭을 사진 찍어서 올려 달라고 부탁을 한다. (웬 주인공 욕심~ㅎㅎㅎ)
남편이 제초 작업에 매달려 있는 동안, 혼자서 열매솎기와 봉지 싸기를 하려니 힘들어서 여기저기 온몸이 아프고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사람들에게
"이 친구가 엄청 손이 빨라요."
자랑인지, 일도 아니게 쉽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를 말을 하는 남편이다.
"무슨 말이어요! 힘들어 죽겠다고요!"
손사래를 치며 말린다.
풀들이 너무 자라면 승용예초기도 밀고하는 예초기도 잘 베어 지지 않는다고 한다. 풀이 덜 자랐을 때 틈틈이 풀을 베주는 것이 가장 쉽단다. 매일 풀만 베고 있으면, 다른 일은 누가 다 하냐고 항변을 해 본다. 며칠째 풀을 벤 남편도 어깨와 허리가 아프다며 파스를 찾는다.
수분관리가 중요해서 물 빠짐이 좋게 하려고 언덕을 만들어서 나무를 심었는데, 언덕 쪽 제초 작업이 어렵다. 혼자서 해내기에는 어떤 방법도 쉽지 않다. 특히, 나무 밑동쪽과 철골 주변의 풀들은 손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말 그대로 풀과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
제초제는 뿌리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농원을 가꿔 나가고 있다. 여러 농장을 견학 가 보았는데, 선배들은 언덕 쪽으로 부직포를 깔아서 풀관리를 하는 곳도 있었다. 우리처럼 밑동과 철골까지 있는 과원은 특히, 그 방법이 좋을 것 같아서 효율적인 농원관리를 위해 연구 중이다.
[블루베리]
블루베리가 한 개씩 익어가고 있다. 완전히 익으면 유난히 커진다. 알맹이 윗부분의 꽃모양이 또렷하고, 뒷부분의 줄기가 초록에서 빨강으로 변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꽁무니가 조금이라도 빨간색이 남아 있으면 신맛이 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블루베리들을 공부 삼아 사 먹어 봤다. 우리 블루베리가 맛이 좋았다.
"우리 블루베리가 제일 맛있어요."
"주관적인 개입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께 맛을 봐 달라고 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우리 것 진짜 맛있다니까...
처음 딴 수확물이다. 부드러운 장갑을 끼고 땄어도 하얀 분이 만지는 곳마다 지워진다. 분이 지워지지 않게 따는 방법을 전문가께 여쭤 봐야 할 것 같다.
첫 수확을 부모님께 가장 먼저 드리고 싶었던 소원을 실행한다. 텃밭을 가꾸시느라 힘드실 부모님이라 저녁밥을 먹으러 가겠다는 것은 큰 불효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식당에 오리전골 한 마리를 부탁해서 들고 갔다.
나물을 좋아하는 사위를 위해 작년에 떨어진 씨앗에서 난 들깻잎을 삶아서 나물을 무쳐 주신다. 굴비를 굽는다, 돼지고기를 삶는다, 밥을 새로 한다 분주하시다. 오리전골에 먹으면 되는데 뭐 하러 번거롭게 그렇게 하시는지 말려도 소용이 없다.
블루베리를 엄마 입에 넣어 드리고 눈을 반짝이며 엄마의 표정을 살핀다.
"진짜 맛있다. 뭐 하러 이렇게 큰 것을 가져왔냐? 팔아야지!"
"엄마! 우리 첫 수확이니까. 먼저 부모님께 올려야지요!"
함께 준비해 간 작은댁 아짐께도 입에 넣어 드렸다. 반응은 똑같다. 크고 맛있다고. 사실, 우리도 잘 모른다. 최상품이라고 옆집 농군님도 이야기해 주었지만, 앞으로 더 어떻게 수확이 될지 설레고 있다. 우리 농장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상담 소장님께 검사를 받으러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