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神을 만나러 가는 그 길..오름 숲 지나는 '금백조로'
금백조로 [출저: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까지 중산간을 지나는 2차선 도로가 있습니다.
6킬로미터 가량인 이 도로의 이름은 '금백조로'
금백조란 명칭은 사실 제주도민들에게 익숙하진 않습니다.
'금백조'는 제주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입니다.
금백주, 백주또, 백주할망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를 배경으로 제작됐던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고두심씨가 맡았던 금백주란 역할이 제주 신화 속 금백조를 모티브로 한 겁니다.
여신 금백조의 고향은 '강남 갔던 제비'란 말의 강남천자국입니다.
금백조는 농사 지을 만한 땅을 찾아 바다 건너 제주로 왔고, 한라산의 사냥신인 소천국을 만나 혼인을 하게 됩니다.
둘 사이에선 아들 18명과 딸 28명이 태어납니다.
금백조의 아들과 딸이 낳은 자손까지 합치면 378명이나 됩니다.
女神 금백조를 모신 송당본향당이 있는 당오름 [출처:비짓제주]
송당본향당에 있는 금백조 자손 석상.
금백조의 자손들은 제주 전역으로 옮겨가 마을을 지키는 '당신(堂神)'이 됩니다.
제주엔 농경신, 바다를 지켜주는 해신 등 마을마다 모시는 당신이 있고, 아직도 남아 있는 신당이 많습니다.
제주의 마을을 지키는 당신들은 1년에 한번 하늘로 올라가 자리를 비우는 기간이 있는데, 이 때가 손이 없는 날이라며 제주에만 있는 이사 풍습이 신구간이 생겨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여신 금백조는 여전히 마을 당신의 어머니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송당리 당오름 아래엔 금백조를 모시는 송당본향당이 있고, 해마다 서너차례씩 큰 제사가 이어집니다.
지난해 8월 송당본향당에서 열린 '마불림제'
금백조로는 제주 신화속 여신 금백조의 얘기처럼 신비감이 있는 길입니다.
봄철엔 너른 들판에 자욱한 안개가 끼어 신화 속 금백조가 나타날 것 같은 비밀스런 도로로 변신합니다.
여름엔 짙은 녹음이 더위를 잊게 만들고, 가을엔 억새가 뒤덮은 장관이 펼쳐집니다.
겨울엔 하얀 눈이 덮혀 또다른 풍광을 만들어 냅니다.
억새로 뒤덮힌 가을 금백조로 [출저: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금백조로가 신화 속 배경처럼 느껴지는건 이 길을 따라 늘어선 오름이 18개나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던 아부오름과 정상에 오르면 넓은 평원을 볼 수 있는 백약이 오름, 좌보미 오름 등 제법 알려진 오름을 금백조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금백조가 낳은 18명의 아들이 어머니 곁을 지키려는 듯 자리잡은 18개의 오름 사이를 금백조로가 지나고 있습니다.
금백조에서 만날 수 있는 오름 군락 [출저:비짓제주]
풍력발전기도 곳곳에 들어선 금백조로에선 오름과 어우러지는 이국적인 풍광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웅장하게 늘어선 오름 숲을 거쳐,
제주 신화 속 여신 금백조의 흔적을 만나러 금백조로를 달리는 것도 숨겨진 제주를 느끼는 짧은 여행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금백조로를 따라 늘어선 오름들 [출저:비짓제주]
첫댓글 녹차밭은 몇 번 갔습니다. 아담하고 운치 있어 다음에 둘러 봐야겠네요.
오실 때 연락 주시면 안내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