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20 도쿄 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빅터 악셀센(덴마크), 올림픽조직위원회
이번 2020 도쿄 올림픽 최대 이변은 남자단식이었다.
특히 랭킹 1위로 금메달 1순위로 꼽히던 켄토 모모타(일본)의 예선 탈락은 전 세계 배드민턴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중에서도 이번 올림픽 마지막을 남자단식 결승으로 배치할 정도로 내심 금메달 획득을 장담하던 일본의 충격은 메가톤급이었다.
세계랭킹 38위인 허광희(삼성생명)에게 일격을 당한 켄토 모모타 역시 실감이 나지 않는 듯 한동안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일어설 줄 몰랐다.
켄토 모모타가 예선 탈락하면서 남자단식의 추는 랭킹 2위인 빅터 악셀센(덴마크)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켄토 모모타가 예선을 통과했더라면 준결에서 빅터 악셀센과 미리보는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켄토 모모타가 2020년 말레이시아마스터즈에서 우승 이후 교통사고로 대회 출전을 못하는 동안 빅터 악셀센이 9개 대회에 출전해 1위 5번, 2위 3번, 3위 1번을 차지하며 독주하다시피 했다.
특히 올해 초에 열린 요넥스 태국오픈과 토요타 태국오픈에서 연속 정상에 오르며 켄토 모모타와 대적할 유일한 상대로 떠올랐다.
결승에서 맞붙은 첸롱(중국)이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는 타이틀은 있지만 빅터 악셀센과 상대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빅터 악셀센이 상대 전적에서 6승 14패로 열세에 있었지만, 이중 반은 2016 리우 올림픽 이전의 결과다.
리우 올림픽 이후에는 4승 6패로 빅터 악셀센이 근소하게 따라잡았고, 2020 말레이시아마스터즈가 두 선수의 마지막 경기였다.
결국 도쿄 올림픽 결승은 빅터 악셀센이 2-0(21:15, 21:12)으로 가볍게 따내고 덴마크 선수로는 1996년 폴 에릭 호이어(현 세계배드민턴연맹 회장) 이후 25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진 2020 도쿄 올림픽 남자단식 4강에 오르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케빈 코르돈(과테말라), 올림픽조직위원회
남자단식은 허광희를 비롯해 시드배정을 받지 못한 4명의 선수가 16강에 오르며 이변을 연출했다.
C그룹에서 랭킹 59위인 케빈 코르돈(과테말라)이 랭킹 9위 응 카 롱 앵거스(홍콩)을 꺾고 1위로 16강에 올랐고, D그룹에서는 랭킹 29위인 마크 칼조우(네덜란드)가 랭킹 15위인 사이 프라니스(인도)를 이겼다. K그룹에서도 랭킹 56위 토비 펜티(영국)가 랭킹 18위인 칸타폰 왕차로엔(태국)을 따돌리고 16강에 올랐다.
허광희가 랭킹 1위를 꺾으면서 이슈가 됐지만, 남자단식의 진정한 다크호스는 케빈 코르돈이다. 나머지 3명의 선수는 딱 한번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를 꺾어보고 다음 경기에서 탈락했지만, 케빈 코르돈은 16강에서 마크 칼조우를, 8강에서는 허광희를 꺾고 4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비록 준결에서 빅터 악셀센에 패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안소니 시니수카 긴팅(인도네시아)에 패해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34세 노장의 투혼이 빛난 올림픽이었다.
세계랭킹에 비추어 봤을 때 남자단식 결과는 일본의 몰락과 중국의 약진을 꼽을 수 있겠다. 첸롱과 시유치(중국) 모두 하향세를 타고 있었는데 결승까지 진출했으니, 역시 큰 대회에서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