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난방(衆口難防) 계엄수사 ◈
옛말에 중구난방(衆口難防)이란 말이 있어요
이는 무리 중(衆),입 구(口),어려울 난(難),막을 방(防)자를 쓰는데
여럿이 마구 지껄여댐을 뜻하는 말로
뭇사람의 말은 막기 어렵다는 의미이지요
주나라 여왕((周勵王)은 극도의 탄압정책을 펼쳤어요
국정을 비방하는 자가 있으면 적발해 가차없이 죽였지요
밀고제도도 거미줄처럼 촘촘해 백성들은 두려움에 입을 닫고 살았어요
그러면서 “내 정치하는 솜씨가 어떻소?
나를 비방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으니.”
그러자 중신 중에 소공(召公)은
왕의 이런 기고만장에 기가 막혀 충언을 했지요
“왕께서는 겨우 비방을 막았을 뿐입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둑으로 개천을 막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防民之口 甚於防川).
하지만 권력에 취한 여왕은 소공의 고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 말은 백성들이 아직도 나를 비방한다는 말이오?”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천이 막혔다가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상하게 되는데,
백성들 역시 이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개천을 막는 사람은 물이 흘러내리도록 해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들의 생각을 말로 하게 해야 합니다.
백성들이 마음놓고 말을 할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하지만 끝내 여왕은 소공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참다 못한 백성들은 결국 난을 일으켰고,
여왕은 도망쳐 평생을 갇혀 살았어요
이후 주나라에서는 신하들이 상의해서 정치를 한 공화정이
14년 동안 이어졌지요
이는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오는 이야기지요
뜻이 비슷한 다른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어요
춘추시대 송(宋)나라 사마(司馬)가 성을 쌓는 책임자에 임명되었지요
그러자 성을 쌓는 데 동원된 사람들이
그가 적국의 포로가 되었다가 돌아온 사실을 비꼬아 노래를 불렀어요
그러자 사마는 “여러 사람의 입을 막기는 어렵다(衆口難防)”라며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지요
중구난방(衆口難防)은 뭇사람의 말은 막아내기 어렵다는 뜻으로,
여럿이 여기저기에서 마구 지껄여댐을 이르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번 계엄령 사태를 보면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3개 수사기관이 경쟁적으로
‘비상계엄 선포 사태’ 수사에 나서면서 난맥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검찰이 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체포하자
경찰은 김 전 장관 공관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지요
사람은 검찰이 체포하고 증거는 경찰이 확보한 것이지요
그러자 공수처는 자신들도 수사 중이라며
검경에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했어요
민주당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까지 통과 시켰지요
이런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바로 중구난방(衆口難防) 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지금 사건 관련자들을 서로 출국 금지하는가 하면
주요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중복 청구되고 있지요
공수처가 김 전 장관 등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중복 수사라며 기각했다고 하지요
법원은 그러면서 “수사 효율 등을 고려해 수사 기관 간
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게 조정해 달라”고 했어요
수사 기관들이 관련 증거를 조각조각 나눠 확보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수사 책임자들의 말도 너무 앞서 나가고 있어요
검찰이 8일 윤석열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하자
경찰은 하루 뒤 윤 대통령을 “긴급체포 할 수 있다”고 했지요
긴급체포는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만큼
긴급성이 있을 때 하는 것이지요
관저에 머므르고 있는윤 대통령이 어디로 도주라도 한다는 것인가요?
증거도 무방비로 널려 있어요
조사해야 한다면 먼저 소환 요구하고 그에 불응하면
체포 영장을 청구해 조사하면 되지요
공수처는 무슨 수사 성과라도 올린 양
윤 대통령을 출국 금지했다고 공개하기도 했어요
출국 금지는 일반인들이 공항을 나갈때 금지하는 제도 이지요
일국의 대통령이 출국 한다면 전용기를 타고 나가지
공항을 통해 나갈까요?
수사기관들이 이처럼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번 수사를 통해 조직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목적과
다음 정권에 아부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사태 수습을 위한 신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지요
이런 중구난방 수사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되지요
과거 수사 주체를 놓고 혼란이 벌어지면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에서
수사 주체를 조율했어요
지금은 총리실에서 조율해 수사를 일원화해야 하지요
이번 수사는 복잡할 게 없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수도 있어요
반면 특검 수사는 시작하려면 한두 달 이상 걸리지요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수 없어요
그러나 현재 수사 속도로 볼 때 그전에 수사가 끝날 가능성이 크지요
그렇다면 검경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수사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지요
공수처도 합수부에 인원을 파견할 수 있어요
수사기관들은 조직 논리보다 진상 규명을 앞세워야 하지요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직권남용죄와 내란죄를 따져보면
이번 계엄사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고도의 통치행위인데
이것이 직권남용과 내란죄가 성립될까요?
보다못해 미국 국무부가 공식적으로 한마디 했어요
"지금 한국의 대통령은 윤석열이다"
이 말에 함축된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9일 오전부터 경기도 과천 소재
국군방첩사령부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국군방첩사령부 앞에서 근무 중인 장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