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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문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문협사무국
[구활의 고향의 맛] 막국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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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주인 마오타이(茅台酒) 우량예(五粮液) 수이징팡(水井坊) 등은 광활한 대륙을 떠돌면서 그곳 음식과 함께 먹어야 제맛이 난다. 막국수도 그렇다. 강원도 산골바람이 불어오는 비탈진 밭에서 수확한 메밀로 뺀 약간 까끌까끌한 기운이 도는 국수에 제자리 무배추로 담근 동치미 국물로 말아 먹어야 한다.
문화유산답사팀이나 산행팀과 함께 강원도엘 여러 번 오르내렸지만 한 번도 막국수 점심을 먹어 본 기억은 없다. 막국수나 싸구려 정식 값이나 값은 비슷하지만 가이드들은 밥집으로만 안내한다. 막국수를 비롯하여 콧등치기국수 올챙이국수 등 강원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음식을 먹고 싶지만 단독행동이 쉽지 않아 포기하고 만다. 연전에 친구들과 월정사 상원사 정암사를 둘러본 후 봉평의 이효석 생가 부근에서 1박하고 내려오는 길에 들른 평창의 막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아마 그 기억이 메밀 음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져 강원도 쪽으로 여행길에 오르면 ‘막국수’가 안거에 든 스님의 화두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두 번째 막국수는 고성군 토성면 성대리의 동루골막국수집(033-632-4328)에서 만났다. 연전에 고성의 청간정 군인 콘도에서 한 사흘 머문 적이 있었다. 그때 하루 한 끼 정도는 그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을 먹기로 하고 리스트를 작성하여 찾아 나선 적이 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지역 토박이들은 하나 같이 “동루골 막국수를 맛 보셔야지요”하고 권했다.
동루골은 생각보다 멀었다. 큰길을 벗어나 대명콘도와 잼버리장을 지나 계속 달리니 하일라밸리가 나오고 드디어 ‘동루골’이란 입석이 나타났다. 주변 풍경은 강원도 시골길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아 먼 길이 지루하진 않았다. 막국수집 앞의 늙은 소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서 있는 모습이 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이 집 막국수는 메밀 특유의 까칠한 기운이 있었고 동치미를 비롯하여 따라 나오는 음식들이 하나 같이 정갈했다.
이번 ‘토요산방’ 도반들과 2박 3일 일정의 강원도 여행을 다녀온 후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맛있게 먹었던 실로암 막국수가 ‘옛날 맛이 아니다’라는 누리꾼들의 불평이 여기저기서 야단들이었다. 앞에서도 얘기 했거니와 나는 막국수에 대한 조예가 그리 깊지 않아 미세한 맛의 오차를 감지할 능력이 없다. 그런데 막국수 마니아들은 잃어버린 옛 맛을 한탄하며 옛 주인을 수소문해 본 결과 물치항 부근의 ‘샘 메밀국수집’이 옛날 실로암 막국수 집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맛 또한 옛맛의 맥을 잇고 있다고 전하고 있었다. 무식한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열흘 뒤 3박 4일 일정으로 ‘일생 스쿠버’ 팀들과 양양 속초 방면으로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막국수에 대한 견문과 입맛의 심미안을 키워 주기 위해 누리꾼들이 알려준 대로 물치항 인근 농협 옆길에 있는 샘막국수(033-673-8255)집을 찾아갔다. 우리 일행 8명 모두가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시금시금한 애기배추김치 맛을 보고는 합격점을 주었다.
나는 실로암과 샘막국수집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으나 딱부러지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 샘의 주인은 실로암의 이혼한 맏며느리로 옛 실로암 막국수에서 익힌 노하우를 샘에서 재현하고 있다면 거의 틀림없을 것 같다. 우린 막국수 외에도 돼지편육과 메밀만두 메밀전 등을 시켰다. 나의 도반들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막국수를 먹어 본다며 모두들 좋아했다.
강원도 여행길에 오르면 막국수 탐구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영광정 메밀국수(033-671-5254), 입암리 메밀국수(033-671-7447), 범부 메밀국수(033-671-0743), 성대리막국수(033-632-4328) 등 이름난 집을 두루 돌아다니며 유독 막국수에 약한 무딘 혀를 갈고닦아야겠다.(수필가)(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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