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통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통보가 된 들 어차피 그대로 진행되지도 않고, 많은 기대를 안고 수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지만 내부적인 연결시스템은 하세월입니다. 응급실 병동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2인실 병동으로 옮길 것이라는 것, 시술은 내일로 예정되어 있다고 말해줍니다.
혹시 빠른 오전에 시술시간이 잡힐까? 하는 마음에 새벽같이 태균이 밥도 먹이고 대기했건만 내일이라는 말에 한숨이 납니다. 그렇게 두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면서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술시간이 잡혔다며 서둘러서 마취를 시키더니 데리고 갑니다. 마취 전 3명의 간호사가 달라붙으니 바짝 긴장하며 몸을 빼는 태균이. 아침부터 옆구리 찔러대며 이런 아픈 시술이 있을 것이란 연습까지 시키며 잘 인내하며 끝나기를 바랬건만...
결국 마취에 취해 곧바로 잠에 빠진 듯 했으나 막상 수술실에서는 정신줄을 놓지못하고 팔을 가만히 두질 않는 바람에 두번째 실패를 했습니다. 현재의 문제점을 알고났기에 그나마 다행인걸까? 애써 마음추스리며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할 지 머리터지도록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술(신장 쪽 관삽입을 통한 고인물 배출)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비교적 간단한 조치인 모양인데요, 자기신체 훼손공포가 너무 커서 태균이에게는 용납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문득 신체발부 수지부모 身體髮膚 受之父母 라는 공자말씀을 지나치게 실천한 조선시대 양반들이 연상됩니다.
모든 신체의 부속물들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어떤 사소한 터럭과 살갗 하나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극심한 효성을 가르친 말은 그들의 상투자르기 거부라는 또다른 애국행위의 변이긴 했어도 신체훼손을 극도로 혐오한 우리네 민족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우리는 문신에 대한 거부와 더불어 문신이라고 하면 반항과 폭력적 성향의 발현이라고 오해하는 듯 합니다.
해야만하는 작업에 다시 실패하고 13층 병동으로 올라오니 풍경은 좋으나 이미 창가쪽은 성격좋고 점잖은 노부부가 차지하고 우리네의 특수한 상황에 연실 관심과 응원을 보내옵니다. 연세에 비해 상당히 정정한 그들과 하룻밤 함께 지내보니 점잖고 지적이며 다복한 가정을 유지하는 이 시대의 모델격 노년의 삶의 모습이 충분히 읽힙니다.
태균이가 30살이 넘어 32살이라는 사실에 놀랄법도 합니다. 얼굴은 영락없는 10대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며칠 세면을 못했더니 수염이 덥수룩해지니 10대 얼굴의 우스운 모순입니다.
언제 퇴원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쥐죽은듯 고요한 태도로 최고의 입원생활을 하고 있는 태균이를 조만간 아빠에게 맡겨야하니 그 또한 걱정입니다. 고요하고, 점잖고, 잘 참고, 왜 말을 못하는지가 아닌 안하는지에 사람들이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그런 중에 아직은 크게 도와주어야 할 부분이 간혹 있어서 그게 걱정입니다.
옆에는 밥을 주는데 자신은 안주니 식탁펴달라고 하는데 수술을 못했으니 아직은 금식입니다. 살그머니 커텐을 들춰 옆집 식판을 살짝 훔쳐보는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옆집 노부부도 한바탕 웃습니다. 제가 봐도 그 모습하며 식판펴달라는 제스츄어가 너무 웃깁니다.
오늘은 후다닥 시술이 잘되기를 바라며 이래저래 걱정의 나날입니다.
첫댓글 아, 팔을 좀 움직여도 시술이 안되나 봅니다. 간호사가 팔을 잡고 있음 안되나 묻고 싶네요. 아무쪼록 오늘은 시술이 성공 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