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그리고 진퇴양난.
최근, 경기 동부지역의 한 장애인 수용시설에서의 성폭행 피해로 인하여 관련 단체 등에서는 시설 책임기관인 서울시청을 상대로 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용된 가족들 모임에서는 시설 폐쇄를 반대하는 기현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탈시설과 연관 지어진 일로써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 대강의 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탈시설을 요구하는 시설 안 장애인 당사자나 인권단체들의 입장과, 시설 운영자나 관련 기관의 입장차이는 첨예하기만 하다. 마치 창과 방패의 그것과 유사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탈시설을 요구하는 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장애인 인권이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읽혀진다. 신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는 만고 불변의 진리를 논쟁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배치되는 시설운영자 측이나 가족 모임은, 현실적인 점을 고려한 당면과제를 주제로 한 시설 폐쇄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인간의 평등함을 주장하는 탈시설 주장자나, 장애인의 거주 자유를 보장하라는 탈시설 옹호론 자 모두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닌 요구조건들이다.
반려동물조차 엄청스럽게 대우를 받는 현대 사회구조에서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존엄성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인간에 대한 존엄성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잠시 멈칫하는 것은, 이 모두 정부예산이 반영되어야 가능하다는 현실을 전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보호자의 조력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들에게는 시설 폐쇄는 받아들이기 힘든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서 오래전부터 대안을 제시해왔다.
이는 다름 아닌, 시설 안 생활 시설이나 운영방식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시설 종사자들의 처우나 복지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참으로 아주 상식적이며 평범한 주장이다.
시설 직원들의 직(職)을 대하는 태도가 곧 거주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 이후, 거주인들에 대한 부당한 일들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처벌을 한다면 시설 분위기는 자연히 개선될 거라는 확신을 가진다.
이 방식이야 말로 탈시설 문제점을 푸는 해결의 시작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예산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장벽이 엄존한다,
딜레마다.
마치, 비 오는 날은 소금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날이 좋으면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해야 하는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부모의 심정이나 흡사한 상황이다.
이래저래 그놈의 돈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