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산성과 유곡역 거쳐 문경 산업단지 지나다(문경읍 관산지관 – 문경소방서 28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도쿄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10
4월 9일(일), 아침에 쌀쌀하다가 낮에는 따뜻하여 걷기 좋은 날씨다. 오전 7시에 숙소 근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7시 반에 1km 남짓 거리의 문경서중학교로 향하였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8시 10분경에 관산지관 앞을 출발하여 20여분 걸으니 문경온천 강변길에 들어선다. 강변의 벚꽃이 낙화 직전, 천변에 노니는 황새 떼들이 먼 길 나선 나그네를 환영하듯 나래를 펼치고 주변의 산세가 웅혼한 기상을 내뿜는다.
관산지관 출발에 앞서, 우뚝 솟은 문경의 영산 주흘산의 모습이 웅혼하다
한 시간여 걸으니 문경읍을 벗어나 마성면에 들어선다. 가는 길목에 박열 열사 기념관 입구를 지난다. 2년 전에 잠시 들렀던 곳, 재일동포 이경수 씨 등이 전날 택시를 이용하여 다녀오기도. 신현리 마을 지나 고모산성(姑母山城)에 이르니 오전 11시가 가깝다. 성루를 수리 중, 일부는 서둘러 산성꼭대기에 다녀오는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띈다. 주인공은 제6차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 ~ 도쿄를 완보한 한국체육진흥회 이윤희 이사, 일행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고모산성 주변은 진남교반 일원이라 하여 경북 8대 경승 중 제일경이라는 입간판의 설명내용, ‘군사적 요충인 고모산성 등 성곽과 교통의 요충으로 옛길의 1번답게 명승 31호인 토끼비리 주변에는 옛길의 문화에 관련된 주막과 성황당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고모산성 아래 진남휴게소가 점심장소, 크고 화려한 휴게소 안에 식당가가 널찍하다. 메뉴는 돌솥비빔밥, 정담을 나누며 드는 점심이 깔끔하다. 시간에 맞춰 등장한 이윤희 이사가 대접, 멀리 군산에서 세 시간여 승용차를 몰고 와서 성원하는 호의가 고맙다.
진남휴게소의 점심식사 모습
진남휴게소 인근에 문경레일바이크 탑승소가 있다. 집행부에서 오후 1시 출발 편을 예약, 12년 전 3차 행사 때 시승한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레일바이크를 타고 10여km를 한 시간여 왕복하며 즐기는 여흥이 장거리 걷느라 쌓인 피로회복제이기도 하다. 좋은 기회를 마련한 집행부에 박수를 보낸다.
4시에 오후 걷기, 하천(영강)을 끼고 이어지는 큰 도로를 따라 한 시간쯤 걸으니 완만한 고갯길에 들어선다. 30여분 걸어 고개 마루에 이르니 큰 돌 판에 유곡역도사적비(幽谷驛道史蹟碑)라 새긴 입석이 눈에 띤다. 여러 차례 지나면서도 대충 살핀 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었다. 그 요지, ‘길이 열리는 곳에 인류의 문명이 밝았으니 길은 곧 유구한 역사의 자취를 간직한 물증이다. 여기 소백대간의 남북을 오가는 요충에 자리한 문경시 유곡동은 옛 역으로 이름난 곳이다.’ 마을 초입의 유곡동 비석거리 팻말의 기록, ‘유곡역은 고려시대 개경을 중심으로 한 역도체계에서 상주도(尙州道)의 으뜸이었고 조선시대에는 한양을 중심으로 각지로 뻗은 9대 간선도 중 가장 큰 찰방역이었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역리 469명, 노비 83명과 다수의 마필이 소속되어 있었으며 여덟 고을을 거친 200여리에 19개 역을 관장했다고 한다.’ 지금은 옛 영화가 쇠한 한적한 동네를 지나며 세월 이기는 장사가 없음을 새긴다.
유곡역도사적비 앞에서 설명을 듣는 일행 모습
유곡동 지나 여러 마을과 문경산업단지 거쳐 강폭이 넓은 강변길을 걸어 예천 ~ 점촌을 잇는 큰 길의 문경소방서에 이르니 오후 6시가 넘었다. 숙소는 2km남짓 거리의 점촌역 근처, 식당에 먼저 들러 저녁식사(메뉴는 코다리 정식)를 마치고 여장을 푸니 저녁 8시가 가깝다. 샤워를 하고 기행록 쓰노라면 저녁시간이 늘 빠듯하다. 힘들지만 미룰 수 없는 일, 열심히 걷고 충실하게 기록하도록 힘과 지혜를 주소서!
산업단지 지나 문경소방서를 향한 막바지 발걸음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