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올 연말 기자회견은 여느 해와 달리 긴 뒷이야기를 낳고 있다. 그것도 서로 가까운 자리에 앉은 여기자들이 사고(?)를 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야말 LNG프로젝트'로 유명한 시베리아 북서부 야말 지역 국영 TV 채널의 알리사 야로프스카야 기자는 푸틴 대통령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그 사연은 이렇다. 4시간에 걸친 기자회견 도중, 마이크가 야말 지역 기자단에게로 넘어왔다. 당시 사회를 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남성 기자를 지목했는데, 바로 뒤에 있던 야로프스카야 기자가 마이크를 가로챈 뒤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 핫 이슈라고 할 수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였다.
그녀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아 북극해 항로가 열리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면서 "그러나 철도 등 이 지역 인프라 건설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대통령에게 연방정부의 대책을 물었다. 또 "드미트리 아르트큐코프 야말 주지사가 지금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니, 연방 차원에서 중장비 등을 우선 배치시켜줄 수 없느냐"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지역적인 특정 사업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언급하는 일은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도 "질문한 인프라는 중요한 사업이고, 정부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그 후에 터졌다. 그녀가 방송국에 사표를 낸 것. 우선 동료의 마이크를 빼앗아 질문하는 등 크렘린의 심기를 거슬렸다는 것과 야말 주정부를 대통령 면전에서 비판한 것이 방송국을 그만 둔 이유로 제기됐다. 크렘린과 주정부는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었다. 주정부는 그녀의 지적을 반박하고 해명하는 글을 주 홈페이지에 올렸다.
다른 이유가 또 등장했다. 그녀가 푸틴 대통령의 회견 모습을 담은 사진을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리며 외모를 평가한 글이 문제가 됐다는 것. 곧바로 글은 내려졌지만, 그녀는 “보톡스나 주사를 맞은 흔적은 없네. 얼굴이 그 나이대로 보여”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야말이라는 오지에서 모스크바로 와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났으니 페북에 올리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기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야로프스카야 기자는 "자신은 방송국에서 해고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표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로프스카야 기자 바로 옆에 있던 영국 BBC방송 특파원은 푸틴 대통령의 두 딸, 마리아 보론초바, 카테리나 티호노바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현지 언론은 푸틴 대통령은 '딸 문제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해 꾸준히 심층 추적을 해온 BBC는 마리야 보론초바, 카테리나(까짜) 티호노바를 '대통령의 두 딸'이라고 부르면서 두 사람이 몸담고 있는 '인노프락치카' Иннопрактика와 '노메코' Номеко의 역할, 소유지분,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대통령은 답변에서 마리야와 카테리나를 "두 여성" женщины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두 여성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또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BBC기자가 "두 명의 여성과 개인 지분, 사업 규모에 대해 팩트만 지적했는데,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게 어디에 있는지, 누구에게 속해 있는지, 누가 도움을 주는지, 어떤 종류의 사업인지 더 자세히 알게 되면 (기자도) 그 중요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피해갔다.
큰 딸 마리야는 최첨단 의료 기관 노메코의 공동 소유자로, 둘째 딸 카테리나는 모스크바국립대학에 설립된 산학협동 프로젝트의 펀드 총잭임자로 알려져 있다.